대구교육청 '원자력공모전' 후원 논란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3.05.16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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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의 매력' 주제 학생 작품 공모...시민단체 "핵발전 옹호, 철회" / 교육청 "검토"


대구시교육청이 '원자력 발전'을 옹호하는 공모전을 후원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시민단체는 "핵발전을 옹호한다"며 "철회"를 촉구했고, 교육청은 "당장 철회는 어렵다"며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은 지난 5월 1일부터 6월 14일까지 제22회 '원자력공모전'을 진행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고 교육부와 전국 시ㆍ도교육청이 후원하는 이번 공모전 주제는 '생명을 구하는 원자력의 매력(의학적 이용 중심)'과 '우리나라 에너지 적정비율 구성방안(원자력 중심)'이다.

한국원자력문화재단 홈페이지 '제22회 원자력공모전' 안내
한국원자력문화재단 홈페이지 '제22회 원자력공모전' 안내

전국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생활방사선 분야와 원자력 에너지를 소재로 한 글짓기, 그림을 공모해 학생 387명과 교사 12명, 6개 학교에 산업부장관상과 교육부장관상 등을 시상하고 4,560만원의 상금도 줄 예정이다. 전국 시ㆍ도교육청이 공식 후원기관으로 나선 것은 올해가 처음으로 원자력문화재단이 3월말 전국 시.도교육청에 '후원명칭 사용승인' 공문을 보내면서 협조가 이뤄졌다.

그러나, "핵발전을 옹호한다"며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세지자 전북, 강원, 광주시교육청 등 3곳은 후원을 철회하기로 했다. 특히,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은 9일 페이스북으로 사과의 글을 남겼다. 경기도교육청을 비롯한 부산, 대전, 울산시교육청 등 4곳은 아예 공모전 후원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반면, 대구시교육청을 포함한 서울, 인천, 세종, 충북, 충남, 전남, 경북, 경남, 제주교육청 등 10곳은  공모전 후원을 철회하지 않았다. 게다가, 올해 처음으로 교육감상까지 신설하기로 했다.

"생명과 평화의 땅을 아이들에게"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생명과 평화의 땅을 아이들에게"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때문에, 대구지역 35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핵 없는 세상을 위한 대구시민행동'은 16일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핵발전 환상을 심어주는 원자력 공모전을 폐지해야 한다"며 "대구시교육청은 즉각 후원을 철회하고 핵발전에 대한 올바른 교육을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대구시민행동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핵발전 위험성과 지속불가능성이 확인됐는데도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런 공모전을 여는 것은 부도덕한 처사"라며 "공모전이 열리도록 방관하는 것은 어른들의 큰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또, "비교육적 공모전에 대구시교육청이 후원하는 사실이 너무 한심하다"면서 "하루빨리 후원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대구시교육청은 핵발전 환상을 심어주는 원자력 공모전 후원을 즉각 철회하라"(2013.5.16.대구시교육청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시교육청은 핵발전 환상을 심어주는 원자력 공모전 후원을 즉각 철회하라"(2013.5.16.대구시교육청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변홍철 녹색당 정책위원장은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원전 옹호 공모전을 펼치는 것은 비민주적 교육"이라며 "당장 후원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보나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후 여러 나라가 탈핵으로 가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신규핵발전소를 짓는 것도 모자라 아이들에게 잘못된 환상을 심어주고 있다"며 "우동기 교육감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천재곤 전교조대구지부장도 "핵발전 사고의 끔찍함을 모두 알고 있다. 그런데도 교육청이 핵발전 홍보 공모전을 후원해 학생을 동원하는 것은 비교육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박인규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우리 아이가 학교에서 '원자력이 짱이야'라는 책을 받아왔다. 핵발전을 옹호하는 반쪽자리 얘기만 담겨 있었다. 왜곡 교육이다. 공모전도 마찬가지다. 교육청은 후원을 철회해야 한다"고 했다.   

(왼쪽부터) 변홍철 녹색당 정책위원장, 이보나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 천재곤 전교조대구지부장, 박인규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왼쪽부터) 변홍철 녹색당 정책위원장, 이보나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 천재곤 전교조대구지부장, 박인규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시교육청은 "당장 철회는 어렵지만 논란 소지가 있으므로 검토해보겠다"고 했다. 이해연 과학직업정보과 장학사는 "공문에는 공모전 목적이 저탄소, 녹색성장 증진이었다. 후원해도 무리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이후 주제가 바뀌어 논란이 생겼다"고 해명했다. 때문에, "충분히 검토한 뒤 철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우리 교육청이 핵발전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오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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