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구, 주민참여예산제 2년째 "준비부족"...또 해 넘긴다?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3.06.27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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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구청 "내년 3월 시행 구상" / 의회ㆍ시민단체 "구청장 의지 부족, 올해 시행해야"


대구 북구청이 2년 전 조례로 제정된 '주민참여예산제'를 올해도 시행하지 않기로 해 반발을 사고 있다. 북구청은 "준비부족"을 내세우고 있지만 구의원과 시민단체는 "구청장 의지 부족"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북구청 김명효 기획홍보실장은 "중앙정부가 2011년 지방자치단체에 주민참여예산제도를 시행하라고 했을 때  우리 구청은 당초 인터넷과 설문지로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런데, 의회는 이 안 대신 이것보다 한 단계 높은 '주민참여위원회'를 구성하는 조례를 제정했다"며 "그래서, 의견을 조율하고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다른 지방자치단체를 답사하느라 준비 기간이 길어졌다"고 말했다.

또, "여전히 이 제도를 시행하는 지자체가 많지 않고 이 제도를 시행했던 광주는 현재 제도가 흐지부지해졌다. 그런 실수를 피하기 위해서는 아직 준비할 부분이 많다"면서 "의회는 부족해도 올 안에 당장 시행하자고 하지만 준비부족으로 문제가 생기고 취지를 살리기도 어렵다. 올 안에 시행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 현재는 내년 3월 시행을 로드맵으로 구상하고 있다"고 했다.

대구 북구청・북구의회(2013.6.20)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 북구청・북구의회(2013.6.20)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당시 행정안전부(현 안전행정부)는 2011년 3월 지자체장이 유일하게 갖고 있던 예산 편성권에 주민들이 직ㆍ간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지방재정법'을 개정했다. 같은 해 9월 법안 시행으로 전국 모든 지자체는 관련 조례를 제정했다. 대구시 8개 구ㆍ군도 조례를 제정하고 주민 참여를 보장했다.

특히, 북구의회는 2011년 10월 예산 편성에 주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대구광역시 북구 주민참여예산제 운영 조례>를 제정했다. 12월에는 '주민참여예산위원회', '주민참여예산조정위원회', '주민참여예산제연구회', '주민예산학교' 등을 구성하는 세부 '시행규칙'도 만들었다. 나머지 7개 구ㆍ군은 인터넷과 서면을 통해 간접적으로 주민의 의견을 수용하는 조례를 제정했다.

그러나, 북구청은 조례 제정 1년8개월째 '준비부족'을 이유로 시행을 미루고 있다. 또, 준비기간 동안 같은 제도를 가진 인천, 부천, 광주를 답사하고 북구의회와 한 차례 워크숍을 가진 것 이외에는 어떤 가시적 진전도 보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주민참여예산연구회'도 의회 불만으로 올 초에 와서야 겨우 구성했다.

'대구광역시 북구 주민참여예산제 운영 조례' 캡쳐
'대구광역시 북구 주민참여예산제 운영 조례' 캡쳐

북구의회 이영재(주민생활위원장) 의원은 "북구청은 '준비부족'이라는 말로 변명하고 있다. 이종화 북구청장 임기가 내년 6월 까진데 결국 임기 내 시행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정부가 법으로 정하고 의회가 조례안까지 제정했는데 이렇게 오랜 기간 표류시키는 것은 참여민주주의를 가로막는 것"이라며 "반드시 올 하반기에 주민을 위촉해 제도가 제대로 시행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조례안을 공동발의한 유병철 의원도 "2년재 준비만하고 있다. 답답하다"고 비판했다. "조례가 제정됐으면 시행부터 하고 부족한 부분을 고치면 되는데 대안도 없이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며 "시각 차이를 넘어 의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제도 주인공은 풀뿌리 주민들이다. 재정민주주의 실현을 위해서는 일단 올 7월 주민을 모집하고 교육에 들어가야 한다. 내년 3월은 너무 늦다"고 했다. 

대구북구시민연대 김지형 대표는 "북구의 주민참여예산제도는 대구 어떤 구보다 잘 만들어진 조례안이다. 그러나, 이종화 구청장의 의지가 없으면 시행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주민들이 강제할 방안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가 법까지 만들어 지자체에 강제했지만 구청이 손을 놓고 있어 유명무실해졌다"며 "앞으로 의회와 의견을 모아 북구청이 올해 안에 제도를 시행하도록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설 것이다. 먼저 7월 중에는 북구청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 계획이다"고 말했다.   

한편, 전국 17개 시ㆍ도 가운데 주민참여예산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울산으로 2011년 조례 제정 이후 지금까지 전체 예산의 16.4%인 4,178억원을 주민들이 편성했다. 대전은 14.7%(4,948억원), 경남은 9.9%(6,190억원), 인천은 7.6%(5,776억원), 전남은 3.29%(1,849억원)를 편성했다. 반면, 대구시와 경상북도는 2011년 조례 제정 이후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주민참여예산을 편성한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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