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에서는 잠자기 전에 자일리톨을 씹습니다”, “자일리톨 껌을 씹으면 충치예방효과에 탁월합니다”, “자일리톨 껌을 씹으면 치은염 예방, 항균효과가 있습니다” 등은 대부분 거짓말이거나, 과장된 광고였습니다. 특히 껌 하나 씹었다고, ‘치주염이나 치은염 같은 질병에 효과가 있다“고 말하는 것은 치과관계자들이 깜짝 놀랄 일입니다.
상품광고는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합니다. 특히 ‘00효과’를 말할땐 정말 그런 것처럼 – 사실관계와 다르더라도 – 표현하기도 합니다. 자일리톨은 필란드 자작나무 등에서 추출해낸 천연감미료입니다. 이 감미료가 충치예방에 일정정도 효과는 있다고 합니다. 문제는 그 양이죠. 도대체 얼마나 먹어야 그 효과를 보는가라는 점인데요.
하루에 껌 두통 씹어야 충치예방효과?
비슷한 예로 카레 광고를 보면 ‘똑똑한 카레, 카레가 머리에 좋고...’는 광고들이 나옵니다. 예전에 JTBC 미각스캔들에서 인도 커리와 한국 카레 성분비교를 통해 인도사람들 만큼 카레를 먹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계산을 한 적이 있는데요. 인도사람들과 동일한 양으로 카레를 섭취하기 위해서는 현재 판매되고 있는 한국식 카레 가루를 활용해 하루 3끼, 각 끼당 6인분씩 약 40년을 먹어야 ‘똑똑해지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증명한 적이 있습니다.
자일리톨 껌도 마찬가지이니다. 자일리톨 껌 광고에 주로 활용되는 ‘미국치과의사협회’ 인정. 즉 자일리톨이 충치예방효과가 있다는 그 말의 본질적 의미는 자일리톨 자체를 하루 10.3g씩 씹으면 치아에 좋다는 거인데요. 역시 이를 자일리톨 껌에 포함된 양으로 환산해보면, 자일리톨 껌 1갑당 포함된 자일리톨 양은 5~6g. 미국치과의사협회가 권고한 자일리톨 양을 맞추려고 하면 하루당 껌 2통씩을 씹어야만 가능하다는 점이죠. 하루에 껌 두통 씹어보셨습니까? 충치 예방도 좋지만 턱관절을 더 걱정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그리고 핀란드 사람들은 자기 전에 껌을 씹는 것이 아니라 “양치질을 한다”고 이야기하더군요.
10여년 동안 껌시장의 판도를 바꾸며, 과장된 언어로 소비자를 현혹시켰던 자일리톨 껌 광고에 대해 식약청이 조사를 나선 건 지난 2011년 이었습니다. 이미 사이버공간과 TV교양프로그램 들을 통해 해당 껌 광고의 문제점이 꾸준히 논의되고 있었고, 2011년 국회에서 ‘과장광고’라는 추궁이 이어지자 식약청이 그제서야 조사에 나섰던 것이죠.
국가는 주민참여를 보장하는데, 지방에서 '거부'
2011년 이 뉴스가 발표되었을 때, ‘아~ 또 속았구나!’라며 뒷골이 서늘했고, 자일리톨 껌을 사기 위해 쏟아부은 제 현금이 너무 아까웠습니다. 사실 이 껌을 선물도 많이했었는데. 어쨌든 10년 속아온 세월도 문제지만, 그때서라도 이 문제를 알게 되었다는 점이 중요한데요.
최근 비슷한 사례를 또 만났습니다. 대구경북은 흔히들 지방분권이란 화두를 처음으로 제기한 참 괜찮은 곳인데, 주장과 현실이 따로 논다는 이중적 상황이 최근 <한겨레신문>을 통해 보도되었습니다.
국가는 3년전부터 법까지 개정해서 ‘분권과 자치’를 실현하라고 독려했고, 다른 광역자치단체는 대부분 이에 충실히 임하고 있는데, 유독 대구경북만 수박겉핥기 식 형식적 몸짓만 보였을뿐, 진정성 있는 행동은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주민들이 직접 예산 편성에 참여하는 ‘주민참여예산제’가 시행된지 3년째 되지만 대구경북은 예산편성율 0%, 즉 편성금액 0원으로 나타났습니다. 대구시는 그나마 형식적이라도 예산위원이라도 있지만, 경북도는 그것도 없더군요. 아예 이쪽 방면으로 신경 쓰지 않고 있다는 점이죠.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비교된 표를 보면서 ‘자존심’도 상했고, ‘분권운동의 시발점’이라는 타이틀도 꽤 부끄러웠습니다.
지난 5월 27일 <한겨레신문> 보도에 따르면 주민들이 직접 예산 편성에 참여하도록 독려하는 ‘주민참여예산제’가 시행되도록 정부는 지난 2011년 정부재정법을 개정했고, 이에 연동해 지방자치단체들은 대부분 ‘주민참여예산 조례’를 통과시켰습니다.
대구경북권도 이에 발맞춰 2011년 주민참여예산조례를 통과시켰지만, 그 조례 내용은 대부분 ‘임의 규정’, 즉 ‘~할 수 있다’등으로 기록,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안해도 괜찮다’로 해석될 수 있는 ‘걸레(?) 같은’조례를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대구경북권 ‘주민자치예산 = 0원’이라는 현실에 대구경북권 의원들에게 해명을 요구하면, 그들은 아마도 “우린 명문화된 조례에 따라 움직였다” 고 하겠죠. 앞서 인용한 자일리톨 껌이나, 카레 광고처럼 “그 양과 상관없이 ‘똑똑해 지거나’, ‘충치 예방’ 효과는 있는 것 아니냐?”라는 것과 같은 맥락이겠죠.
이런 맹숭맹숭했던 상황에, 뭔가 번뜩이는 자극을 준 것이 <한겨레신문> 기사였습니다. 지난 3년간 다른 지역은 주민참여예산제를 실현하기 위해 어떤 일을 했고, 그 결과 동네가 어떻게 변하고 있고, 수많은 시행착오 속에 어느정도 정착단계에 있고, 시민들이 주민자치를 몸소 체험하고 있다는 등등.
지역언론도 주민참여예산에 관심 뚝↓
‘자일리톨 껌 광고가 과장된 내용이 있으니, 식약청에서 조사하라’고 국감때 문제를 제기한 국회의원의 역할을 한겨레신문에서 한 것입니다.
대구경북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선 국가시책과 지방자치단체 의지가 결합되면서, 주민들은 ‘이게 지방자치구나!’라는 점을 몸소 체험하고 있는데, 왜 이 지역 주민들은 그 혜택마저도 볼 수 없는 것일까요? 지방자치단체와 의회가 의지가 없다면, 언론에서라도 이 문제를 여론화시켜주면 좋을텐데 그 마져도 섭섭합니다.
지역의 <매일신문>과 <영남일보>기사를 찾아봤는데, 지난 2011년 대구시의회에서 아주 부실한 ‘주민참여예산 조례’를 통과시킬 때만 반짝 관심을 보였을뿐, 2013년 현재까지 이와 관련된 기사는 한건도 게재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2011년 주민참여예산 조례 관련 지역언론 보도
2011년 당시 상황을 보는 언론의 시각도 조금 다릅니다. <매일신문>보다는 <영남일보>가 보다 적극적으로 대구의 ‘부실한’ 조례에 대해 따끔하게 비판했을 뿐, <매일신문>은 그 관심 자체가 약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의 눈과 귀는 국회 6월 임시회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경제민주화법, 노동관계법, ‘갑’의 횡포 규제법 등 굵직한 현안들에 대한 관심도 중요하지만, 오는 6월 17일부터 진행되는 대구시의회 정례회에도 감시의 시선을 떼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2011년 국정감사현장에서 “자일리톨 껌의 효과가 과장 된 것 같다”고 문제를 제기하자, 식약청이 조사에 나섰고, 과장된 광고에 대해 법에 따라 적절한 규제가 있었고, 10년 동안 속고 있었던 시민들은 해당 껌 광고를 좀 더 비판적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같은 시스템으로 2013년 <한겨레신문>에서 “대구경북권 ‘주민참여예산’ 실적 ‘0’원, 전국 꼴찌”라는 화두를 만들었으면, 누군가가 이 문제를 이어나가서 여론을 환기시키고 대구시의회 또는 경북도의회 6월 정기회에서 이 문제가 논의되고, 그 여론을 업고 2014년 지방선거때 주요 의제가 된다면 참 좋을 텐데요.
주변을 돌아봤더니, 현재 상황에서 기대를 걸어볼 곳은 그래도 지역언론입니다. 중앙정부로부터 끊임없이 ‘분권’을 요구하고 있는 곳,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곳은 지역언론이라고 생각합니다.
근데, 중앙정부 입장에서 본다면, 대구경북권에 대해서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까요? “지방자치하라고 법까지 개정하면서 제도를 만들어줬는데, 그건 하나도 안하고, 우리한테만 자꾸 뭘 달라고 하는가?“
그래서 지역언론에 한번 더 부탁합니다. 중앙정부 뿐만 아니라, 지방정부와 의회에도 함께 이야기하면 어떨까요? “지방분권과 지방자치도 하나의 거래관계라고. 지역, 특히 대구경북도 뭔가 하고 있어야, 중앙정부도 우리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함께 호흡을 맞춰가지 않겠냐고!!”
오는 6월, 대구시의회와 경북도의회 정례회에서 ‘주민참여예산’과 관련된 여론을 만드는데, 지역언론에 거는 기대가 큽니다. 두 손 모으고 지켜보겠습니다.
[평화뉴스 미디어창 232]
허미옥 /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사무국장 pressang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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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역별 참여예산제 분석 / 지역언론, 2년 전 조례 통과 때만 '반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