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청소년 '인권체험관' 개관, 실효성은?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3.07.18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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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첫 상설 체험관..."인권교육 마중물" / "일회성 우려...학교 인권수업과 연계해야"


청소년 인권 향상을 위한 전국 첫 상설 '인권체험관'이 대구에서 문을 열었다.

대구시교육청(교육감 우동기)과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사무소(소장 김용국)는 17일 대구 동구 지저동 옛 해서초등학교 건물에서 아동ㆍ청소년을 위한 '별별인권체험관' 개소식을 가졌다. 인권체험관은 지난 3월 대구교육청과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헌병철)가 '인권교류협력증진 및 인권친화적인 학교문화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으면서 추진됐다. 앞서 광주와 부산에서도 각각 2008년과 2010년에 국가인권위가 지하철 역사에 임시 '인권체험관'을 두기도 했으나, 상설 체험관으로 문을 연 것은 대구가 처음이다.

대구 동구 지저동 옛 해서초등학교 건물에 있는 아동ㆍ청소년을 위한 '별별인권체험관'(2013.7.17)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 동구 지저동 옛 해서초등학교 건물에 있는 아동ㆍ청소년을 위한 '별별인권체험관'(2013.7.17)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전체 학교건물은 '대구학생문화센터 체육체험학습장'으로 이용되고 '인권체험관'은 교실 3칸을 사용한다. 학교에서 체육체험학습장을 신청하면 학생 일부가 인권체험관을 이용하는 방식이고 운영과 예산은 대구인권사무소가 담당한다. 프로그램은 상시로 변하고 주제에 따라 강사가 배치된다. 평소에는 대구인권사무소가 채용한 기간제 근로자 1명이 상근한다.

인권체험관은 포스터와 사진, 글 등을 전시한 '느낌터', 인권서적을 읽을 수 있는 '읽음터', 인권영화를 상영하는 '봄터', 인권 주제 피켓을 들고 사진을 찍는 '포토존', 퀴즈를 풀고 역할극을 하는 '움직터'를 포함한 5개 프로그램으로 이뤄졌다. 대구인권사무소는 개관 첫날인 17일부터 31일까지 '인권주간행사' 기간으로 정하고 70여개의 작품을 전시하고 14편의 단편영화를 상영한다.

인권체험관 '봄터'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학생들과 설명하는 강사(2013.7.17)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인권체험관 '봄터'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학생들과 설명하는 강사(2013.7.17)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개관 첫날에는 불로중학교 전교생 3백여명이 이곳을 찾았다. 오전 10시~오후 12시, 오후 1시~3시까지 각각 2시간씩 프로그램이 진행됐고 모두 40여명이 인권교육을 받았다. 하연수(15.불로중2) 양은 "종교나 성별로 친구를 놀리는 게 인권침해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며 "인권은 어렵지만 가까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하양을 비롯해 인권체험관에서 만난 학생 대부분은 밝은 분위기에서 교육을 받았다.

그러나, 학생 수에 비해 체험관 교실이 좁고 강사가 부족해 40여명을 제외한 나머지 260여명은 이날 인권체험관에서 교육을 받지 못했다. 대신 체육체험학습장에서 골프, 당구, 댄스 등 체육교육을 받았다. 인권체험관 밖에서 만난 한 불로중 3학년 학생은 "인권체험관이 뭘 하는 곳인지 궁금한데 저 반이 아니라 다 못 들어가고 있다. 따로 올 기회도 없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다른 불로중 2학년 학생도 "직접 체험을 못해도 어떤 곳인지 설명해 줄 선생님과 자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털어났다.

또, 입구에 '대구학생문화센터 체육체험학습장' 간판만 있고 인권체험관 표지판은 없어 "위치 찾는 게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불로중 교사 김모(30)씨는 "일이 있어 따로 출발했는데 인권체험관이라는 입간판이 없고 골목 깊숙히 있어 몇 십분을 헤맸다. 작은 간판이라도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인권체험관을 이용하지 못한 학생들이 체험관 밖 전시물을 그냥 지나치는 모습(2013.7.17)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인권체험관을 이용하지 못한 학생들이 체험관 밖 전시물을 그냥 지나치는 모습(2013.7.17)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학교 입구 '대구학생문화센터 체육체험학습장' 간판...외부에 '인권체험관' 표지판이 설치된 곳은 없다(2013.7.17)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학교 입구 '대구학생문화센터 체육체험학습장' 간판...외부에 '인권체험관' 표지판이 설치된 곳은 없다(2013.7.17)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인권단체와 전교조는 "인권체험관 프로그램이 학교 수업으로 이어지지 않아 연계성이 떨어지고 일회성으로 그칠 수 있다"며 "실질적인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창호 인권운동연대 상임활동가는 "하루짜리 인권체험으로 인권 교육을 대신할 수 있다는 생각은 보여주기 전시행정"이라며 "체험관 프로그램이 학교 수업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연계성이 떨어져 일회성으로 그칠 우려가 있다. 그렇게 될 경우 아이들 인권개념이 얼마나 늘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최원혜(장산초등학교) 전교조대구지부 수석부지부장은 "인권은 1-2시간짜리 일일 체험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때문에, 체험관과 연계할 학교 인권수업이 절실하다. 그렇지 않으면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학교에서는 강제보충이나 교문지도로 인권을 억압하면서 체험관에서만 인권을 교육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교육과정에서도 인권을 향상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권교육을 하고 있는 강사와 받아 적는 학생들(2013.7.17)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인권교육을 하고 있는 강사와 받아 적는 학생들(2013.7.17)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에 대해, 권혁일 국가인권위 대구인권사무소 조사관은 "체험관은 청소년 대상 학습장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쉽게 인권에 다가가도록 만들어졌다"며 "앞으로 더 깊이 있는 인권교육을 위해 교육청과 프로그램을 연계할 가능성도 얼마든 열려있다"고 설명했다. 또, "하루 체험으로라도 인권교육을 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의미가 있다"면서 "초반 프로그램만으로 실효성을 논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김명식 대구인권사무소 조사관도 "체험관은 학생들이 편하게 인권과 가까워지도록 하는 인권교육의 마중물이자 출발점"이라며 "한 번에 인식 변화를 갖게 할 순 없어도 점차적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때문에, "체계를 만드는 단계에서 '실효성 없다'고 말하는 것은 대안 없는 비판"이라며 "체험관이 만들어지면 교육과정에서의 인권도 조금은 더 발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9일 서울시교육청(교육감 문용린)과도 '인권존중 학교문화 조성을 위한 상호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인권프로그램 개발을 통한 인권체험관을 설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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