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 환경미화원, 해고ㆍ3개월짜리 계약에 '고용불안'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3.07.26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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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노조 가입했다고...부당노동행위, 고용승계 보장" / 업체 "업무평가 결과, 관행"


영남대학교(총장 노석균) 비정규직 환경미화원들이 '해고' 위기에 놓였다. 청소용역업체가 '계약해지'와 '3개월 계약직'을 통보했기 때문이다.

'(주)KT텔레캅(대표이사 채종진)'은 영남대 캠퍼스 입구부터 본관까지 환경시설을 관리하는 1권역 청소용역업체로 6년째 영남대의 경비시설도 관리하고 있다. 이 업체는 이달 19일부터 31일까지 환경미화원들과 재계약을 맺고 있다. 대상은 75명이고 64명은 이미 내달 1일부터 이듬 해 7월 말까지 '1년 재계약'을 마쳤다. 나머지 11명과는 계약만료시점인 31일까지 고용여부를 확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지난 주 KT텔레캅은 "67세 정년 초과" 등의 이유로 11명 중 5명에게는 '계약해지' 즉, '해고'를, 6명에게는 '3개월짜리 계약직'을 통보했다. 다만, 3개월 계약직에 대해서는 "3개월이라는 단기 고용기간 동안 업무능력이 향상되면 재계약을 1년으로 연장시키겠다"는 약속을 덧붙였다.

쓰레기를 줍는 KT텔레캅 소속 영남대 1권역 환경미화원(2013.7.25.)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쓰레기를 줍는 KT텔레캅 소속 영남대 1권역 환경미화원(2013.7.25.)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하지만, 이들은 짧게는 2년에서 길게는 8년 이상 영남대 미화원으로 일하며 용역업체가 바뀌어도 매년 '1년짜리 재계약'을 맺어왔다. 3개월짜리 단기계약을 맺은 적은 그 동안 한 번도 없었다. 또, 지난달 영남대와 환경미화원 노조는 비정규직 환경미화원들의 '고용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고용승계 및 67세 정년보장제'에 합의했다. 이후, 대학은 모든 청소용역업체들에 이 사항을 고지하기도 했다.

게다가, 11명 중 7명만 정년을 초과하거나 개인적 이유로 퇴사를 요청했을 뿐 나머지 4명은 이에 해당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이들 4명은 올해 1권역 청소미화원 75명 중 유일하게 노조에 가입한 사람들이다. 때문에, 당사자들은 "노조 가입 이유로 해고와 계약축소 통보를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 대구지역일반노조(위원장 권택흥)'는 25일 영남대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KT텔레캅과 영남대는 청소노동자들과의 약속을 어기고 처우개선은커녕 고용불안만 조장하고 있다"며 "부당노동행위 중단"과 "고용승계 보장"을 촉구했다. 또, "노조 가입 이유로 재계약 대상에서 제외하고 단기계약이라는 고용불안을 주는 것은 노동기본권을 말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영남대 본관 앞 '환경미화원 고용보장 천막농성장'(2013.7.25)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영남대 본관 앞 '환경미화원 고용보장 천막농성장'(2013.7.25)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노조는 이날부터 오는 31일까지 영남대 본관 앞에서 '고용보장 천막농성'에 들어간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영남대・대구대・대구가톨릭대・한의대・경일대 등 경산 5개 대학 환경미화원 70여명이 참석했다.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김모(62)씨는 "3년 동안 영남대에서 일하면서 새벽 6시에 출근해 중앙공원을 청소하고 쓰레기통 40개를 비웠다"며 "책잡히기 싫어 누구보다 열심히 했는데 '게으르다'고 나가라니. 과연 업무평가가 객관적으로 이뤄졌는지 묻고 싶다. 정년도 남았는데 노조에 가입해서 이런 억울한 일을 당하는 건지 모르겠다. KT텔레캅은 물론 방관하는 대학도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3개월 계약직' 통보를 받은 김모(63)씨는 "3개월 계약은 듣기도 처음이다. 3개월 지나면 어디로 가야하는지 모르겠다. 파리 목숨이다"고 한탄했다. 권택흥 대구지역일반노조위원장은 "KT텔레캅은 대학과의 고용승계, 정년보장 합의를 위반하고 노조 가입을 이유로 한순간에 계약해지와 단기계약을 일삼았다"면서 "전근대적 노무관리로 청소노동자들을 불안하게 하는 업체와 대학은 반성하라"고 했다.

'영남대 청소노동자 부당한 계약해지 단기계약 철회 위한 천막농성 선포 기자회견'(2013.7.25.영남대 본관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영남대 청소노동자 부당한 계약해지 단기계약 철회 위한 천막농성 선포 기자회견'(2013.7.25.영남대 본관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그러나, KT텔레캅은 "계약기간 만료와 업무평가에 의한 객관적 결과"라고 해명했다. 강성규 KT텔레캅 경북전략영업단 부장은 "평가 성적이 저조했고 계약기간도 만료됐다"며 "대학과의 합의 내용도 권고일 뿐 법은 아니다. 위법 소지는 없다"고 설명했다. 또, "정년이 아니어도 평가결과가 나쁘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이미 계약서에 나와 있어 문제는 없다"며 "3개월 단기계약은 이미 많은 경비업체들 사이에서 수년 동안 굳어온 관행이다. 왜 우리 업체만 가지고 문제를 삼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영남대 시설관리팀 관계자는 "대학은 용역업체에 외주를 줬을 뿐 환경미화원 재계약에 대해서는 관여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면서 "이번 일은 KT텔레캅과 미화원간의 엄연한 노사문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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