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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포가도에서 제주도 영실까지, 내 여행의 안내서
정용태 /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7』(유홍준 저 | 창비 | 1993, 2012)
2013년 08월 02일 (금) 01:03:01 평화뉴스 pnnews@pn.or.kr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처음 읽은 건 1993년 즈음이었다. 지은이 유홍준 교수는 감칠맛 나는 글솜씨로 한국의 문화유산을 소개했다. 책을 읽자면 마치 그곳에 있는 것처럼 머릿속에 그려졌다.

 1993년은 노동자문화단체 ‘일꾼놀이마당’의 대표를 맡을 때였다. ‘일꾼놀이마당’에는 원래 풍물반과 기타반이 있었는데, 이 책(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으로 역사답사반도 생겼다. 책을 읽고 마음이 들뜬 회원들의 바람이 있어 모임을 급하게 꾸렸다. 노동에 지쳤을 테지만, 휴일이면 회원들은 이 책에 이끌려 답사에 나섰다. 답사지에서 만난 사람들 가운데 몇몇은 뒷짐진 손에 이 책을 끼고 있었는데, 그들이나 우리나 이 책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탓도 컸을 테다. 그 가운데 가장 자주 찾은 곳이 경주를 거쳐 감포 감은사지와 대왕암까지 이어지는 답삿길이었다. 

   
▲ 『나의 문화유산답사기』(1993년, 창비) / 『나의 문화유산답사기7』(2012년, 창비)

   
▲ 감은사지 삼층석탑 / 사진. 정용태
지은이는 이 길을 감포가도라 부르고 아래와 같이 이 길을 설명했다.

“경주에서 토함산 북동쪽 산자락을 타고 추령고개를 넘어 황룡계곡을 굽이굽이 돌다 보면 대종천과 수평으로 뻗은 넓은 들판길이 나오고 길은 곧장 동해바다 용당포 대왕암에 이른다. 불과 30km의 짧은 거리이지만 이 길은 산과 호수, 고갯마루와 계곡, 넓은 들판과 강, 그리고 무엇보다도 바다가 함께 어우러진 조국강산의 모든 아름다움의 전형을 축소하여 보여준다. 어느 계절인들 마다하리요마는 늦게야 가을이 찾아오는 이곳 11월 중순의 감포가도는 우리나라에서 첫째, 둘째는 아닐지 몰라도 최소한 빼놓을 수 없는 아름다운 길이다.”

 지금은 추령고개에 터널이 뚫리면서 아름다움이 조금 덜하지만 경주에서 감은사로 이어지는 감포가도는 언제나 실망을 주지 않았던 것 같다.

그때는 취미였던 것이 지금은 직업이 되었다. 이 책이 직업을 구해 준 것이다. 처음 민간도서관 ‘더불어숲’에서 어린이역사답사반을 인솔하게 된 이후로 ‘만평주민도서관’ 시절을 거쳐 작년까지 어린이답사로 먹고 살았다. 그리고 4년 전부터는 제주역사답사와 올레걷기를 시작했는데, 거의 올레 전코스를 다 돌 만큼 다녔다. 올해도 네 번 제주올레와 한라산을 찾았다. 특히, 영실코스와 추사관을 또 찾은 것과 돌하르방을 자세히 살펴본 건 ‘나의문화유산답사기 7권(제주편)’의 유혹 때문이었다.

   
▲ 제주도 한라산 영실...(위) 영실에서 본 구름바다 2013년 6월, (아래) 영실의 설경 2013년 1월 / 사진. 정용태
   

유혹된 글을 보면 이렇다.
“제주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 아니라 지금 나에게 아무 조건 없이 제주도의 한 곳을 떼어가라면 어디를 가질 것인가? 그것은 무조건 영실이다.” 또 “영실! 한라산 영실을 안 본 사람은 제주도를 안 본 거나 마찬가지야.”

  지은이는 문화유산을 보는 그 첫 단계가 자연미를 느끼는 것이고, 다음이 역사를 아는 것이고. 세 번째는 그 역사를 살았던 사상가들의 사상까지 아는 것이라 했다.

여행을 통해 아름다운 산천을 그냥 그대로 느끼는 사람들은 참 많다. 그것만으로도 여행할 까닭은 충분하기도 하고. 그러나 한국의 산천은 역사가 있고, 그때를 살았던 사람들의 사상까지 그 속에 녹아 있다. 이런 탓에 공부하고 떠나는 답사여행은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끼는 단계를 넘어서서 지적인 만족감과 카타르시스까지 준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 이 책을 통해 유명해진 말이다. 지은이가 정조시대 문인 유학전의 글을 소개한 것인데, 역사를 답사하는 마음을 표현한 글로 이만한 것도 없을 것 같다. 지금도 이 책을 교과서로 삼아 답삿길을 떠나고 있으니, 이 책은 천생 내 책인 게다.

   





[책 속의 길] 105
정용태 / 대구주거연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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