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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과 연줄문화, 부패의 사슬을 넘어
박종문 / 『이제는 누군가 해야 할 이야기』 (김영란ㆍ김두식 지음 | 쌤앤파커스 | 2013)
2013년 07월 26일 (금) 09:17:25 평화뉴스 pnnews@pn.or.kr

김영란 : 고민을 해보니 우리나라에서 제일 무서운 것이 바로 연줄문화, 연고관계더라고요. 연고관계에 반드시 돈이 따라오지는 않지만, 그 고리를 끊지 않는 한 공정한 룰도 제대로 작동할 수 없을뿐더러 부수적인 관계들이 고착화되어 변화하지 않는 것 같더라구요. 이런 상환에선 더 좋은 사회로 한 발짝 나아간다는 건 생각조차 할 수 없었어요.(248쪽)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말한 ‘더 좋은 사회’란 계층 간 이동이 용이한 사회를 의미한다. 그런데 연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계층상승이나 계층이동이 불가능한 카르텔의 고착화를 지적하면서 그 근원적인 해법으로 소위 김영란법이라 불리는 ‘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을 제안배경을 설명했다.

 얼마전 불거진 국립대구과학관 채용비리가 아마 대표적인 연줄문화, 청탁문화가 낳은 한 사례일 것이다.  공무원들과 그 자녀, 기자 부인 등이 특혜성으로 합격했다. 서로 알만한 사람들이 정보를 주고받고, 면접관은 신상명세서를 보고 후한 점수를 줘 합격시켰다.  아마 국립대구과학관 일자리는 대구시에서 만든 일자리 가운데 가장 좋은 일자리 중 하나일 것이다. 이 좋은 일자리를 서로 아는 사람끼리 나누었다.

   
 지자체에서 외치는 일자리 창출 대부분이 한달에 100만원하는 10개월짜리 비정규직이 대부분임을 생각하면 아는 공무원도 없고, 빽없는 사람은 당연히 불이익을 받았으리라. 요즘처럼 취업이 어려운 시절에 돈없고 빽없는 사람은 서럽다는 것을 잘 보여준 시사적인 사건이다.

김영란 : 연줄사회는 넓은 의미에서 계층을 고착시키고, 좁은 의미에서 부정부패를 만들어요. 아는 사람끼리 서로 도와주고 도움 받는 것, 한 건 봐줬으면 다음에 다른 한 건은 돌려주는 식이죠. 돈이 오가느냐만 따져서는 부패를 막을 수 없어요. 돈이 오가지 않는 청탁도 많으니까요. 이런 부패는 대가관계나 직무관련성만 따져서는 막을 수없어요. 그래서 권익위에서는 뇌물을 받지 않거나 돈과 무관한 청탁도 과태료, 과징금 또는 징계처분 등으로 처벌할 수 있는 법을 만들면 어떻겠냐고 의견을 모았고, 담당부서에서 이를 바탕으로 초안을 작성하기 시작한 겁니다.(252쪽)


 이런 배경하에서 만들어진 김영란법안은 현재 행정부 심의과정에서 누더기가 돼가고 있다.  법안 원안의 핵심은 100만원 이상 금품을 수수한 공무원은 예외 없이 3년 이하 징역 또는 수수 금품 5배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인데 ‘대가성’을 두고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국무총리실 조정안을 보면 법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있을까하는 우려가 앞선다. 공무원이든 정치인이든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을 받고도 대가성 입증이 제대로 안돼 법망을 피해가는 현실에서 누더기 김영란법으로 우리사회의 투명성을 강화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책 속에서 두사람은 자신이 몸담았던 법원(김영란 판사)과 검찰(김두식 검사)의 경험을 바탕으로 청탁과 연줄문화로 인한 부패상을 이야기로 풀어나가는데 일반화되고 관행화된 부분에 대해서는 상당수 공직자들은 거부감을 가질 수도 있어 보인다.  일상적으로 서로아는 사람끼리 밥한그릇 먹고, 이런 안면으로 부탁을 하는 것이 무슨 문제가 있느냐는 지적도 있을 수 있고, 더구나 그런 행동을 죄인 취급하는 것은 너무 심하지 않느냐는 저항감을 가질 수도 있다.

 책을 읽으면서 시각에 따라서는 우리사회의 미덕이라고 할 부분을 지나치게 법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세상물정 모르는 이야기로 치부할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언뜻 스친다. 동문회, 향우회 등 1차 집단적 성격의 모임을 끊임없이 만들어 사람 사귀고, 술 마시고, 형님 아우하면서 영향력을 확대해가는 우리사회의 일상적인 모습에 견주어 보면 이들의 논의가 먼 이야기로 들리기도 한다. 아마 우리사회의 부정부패가 숙지기보다는 점점 더 확대돼가는 것이 이런 사회적 배경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다들 그렇게 살아왔는데 ... 하는 생각들.

 그렇기 때문에 두 저자는 우리사회 부패의 근원을 청탁과 연줄문화에서 시작했는지도 모르겠다. 공부 잘하고 이 사회의 엘리트라 할 공직자들이 부패의 사슬에 갇혀 있는 현실을 보면서 나름의 원인을 찾고 대안을 마련해 보고자하는 노력의 산물이다.

소위 김영란법이 그 취지를 잘살려 입법화 된다면 공직자 부패는 상당부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공직자 부패가 근절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합리적인 조세제도, 의료 복지 및 사회보장 강화, 교육평등 실현 등등 우리사회 구조적인 문제점도 하나둘씩 같이 개선될 때 우리사회가 성숙되고, 어린세대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김영란법이 오롯이 입법화 돼 우리사회 투명성 강화를 향한 첫 출발점이자 중요한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책 속의 길] 104
박종문 / 영남일보 사회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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