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새정치? 당파성과 역사성부터 정립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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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택진 칼럼] "안철수의 양보ㆍ연대론ㆍ교학사 인식, 우려스럽다"


최근 안철수의 새정치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하는 일들이 몇가지 있었다. 조선일보의 ‘…이번엔 양보받을 차례’라는 인터뷰 기사, 야권연대는 패배주의적 시각이라는 발언, 교학사교과서 문제에 대한 인식, 박주선 의원 영입을 위한 접촉 등이 그것이다. 

"양보받을 차례"...그런 취지가 아니다?


하나씩 살펴보자. 조선일보에 보도된 ‘…..이번엔 양보 받을 차례’ 인터뷰 기사에 대해 대처하는 안철수 측의 태도가 수상하다. 인터뷰 기사 보도 이후 야권과 진보인사들의 비판이 있자 하루 반이 지나서야 대변인인 금태섭 변호사가 개인입장으로 SNS에 글을 올린 것이 전부이다. 내용을 살펴보면 실제 그런 취지가 아니라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따로 반박 보도자료를 내지 않겠다는 것이다. 의아해하는 언론에게 안철수 측은 금태섭 변호사의 개인입장이 전부라고 한다. 대변인의 개인입장이 공식적 입장이 돼버린 것이다. 사실이 아니면 해명하고 반박자료를 내는 것이 상식적인 일인데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오보’가 주는 박원순 시장 압박을 즐기는 것인지 아니면 진실을 바로 잡을 생각이 없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무엇이든 새정치가 가져야 할 품격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앞으로도 있을 수 있는 언론의 오보에 대해 오보의 결과가 안철수 측에 유리한 것인지 불리한 것인지에 따라 공식적 대응이 달라진다면 이번 에피소드의 숨겨진 진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조선일보> 2014년 1월 20일자 1면
<조선일보> 2014년 1월 20일자 1면

연대론은 패배주의적 시각?

안 의원은 24일 오전 새정치추진위원회 회의에서 “연대론은 스스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나 의지가 없는 패배주의적 시각”이라고 하고 ‘6.4지방선거에서 야권이 민주당과 안 의원 측으로 분열되면 여당이 어부지리를 얻을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야권분열론은 일종의 자기 부정"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의원의 말은 현재 존재하는 야당이 모두다 독자적으로 새누리당과 싸워서 이길 수 없다는 측면에서는 맞는 말이지만 야권연대론이 패배주의적 시각이라는 데에는 동의할 수 없다.

지난한 한국정치사에서 김대중 노무현 정부 10년을 제외하고 야권연대는 불가피한 것이었다. 이승만 독재, 유신독재, 군부독재에 이르기까지 야당 또한 공작정치에 의해 심각한 탄압을 받았다. 금권 관권선거가 횡횡하고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거대여당과 싸워 이길 수 있는 길은 각개격파가 아니라 힘없는 야권의 연대였다. 야권 스스로도 명백한 한계를 가지고 있지만 거리에서도 선거에서도 연대는 민주주의로 향한 과정이었다. 절차적 민주주의가 안정화되던 문민정부 이후에도 거대여당의 독점적 지위는 흔들리지 않았고 위태롭던 의회권력과 행정권력의 한 단계 발전을 위해 DJP연합, 노무현 정몽준 단일화, 지방선거와 총선에서의 후보단일화등의 형태로 한국정치는 흘러왔다.

현실인식은 냉철해야 한다. 유권자의 대략 35% 정도의 고정적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는 새누리당과 선거에서 일대일로 이길 수 있는 야권의 정당은 없다. 그것이 현실이다. 여기에서 연대는 출발한다. 연대는 패배주의적 시각이 아니라 더 후퇴할 수 없는 정치사회에서의 절박한 선택이다. 문제는 야권연대의 열매를 국민에게 돌려주지 않는 자들이지 야권연대 자체는 아닌 것이다. 안철수 신당의 입장에서야 불리할 것이 없을지 몰라도 한국정치 전체적으로 볼 때 안철수 의원의 입장은 우려스럽다.

교학사 교과서 문제의 핵심은 거짓과 왜곡

21일 제주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중 교학사 교과서 문제에 대한 질문에 안철수 의원은 “교과서 문제에 대해 저희들은 아주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그 이전에 지금 대한민국을 반으로 분열시키는 문제에 대해 양쪽 다 문제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하면서 서로 다른 생각의 교환과 합의의 과정에 대해서 언급했다. 안철수 의원의 답변은 교학사 교과서 문제의 본질을 벗어난 것이고 적절치 않다.

교학사 교과서 문제의 핵심은 거짓과 왜곡이다. 사실을 인정한 후에 다른 관점으로 서술한 것이 아니다. 사실 자체를 거짓으로 왜곡한 것이다. 좌우 이념대결로 몰아간 것은 보수언론이다. 이에 대해 안철수 의원이 양쪽간의 타협하지 않는 이념대결처럼 인식하는 것은 잘못된 인식이다. 안철수 의원이 교학사 교과서 문제가 거짓과 왜곡인 것을 모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왜 그런 답변을 한 것일까? 안철수 의원이 한국정치 또는 국민분열의 기본적 문제인식이 좌우대결 이념대결의 문제에 너무 과도하게 집중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역사를 거짓 왜곡되게 서술하려는 세력과 이를 바로잡으려는 세력의 문제가 이념대결의 양비론으로 제한된다면 우리나라에서 역사바로세우기는 없는 것이다. 역사를 바로 세우지 않고 정치가 어떻게 바로 설 수 있단 말인가.

무소속 박주선 의원은 24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안 의원으로부터 직접 합류제안을 받았으며, 이에 응할지 여부는 고민 중”이라고 했다. 박주선 의원이 안철수 신당에 합류할지 말지는 차치하고라도 안철수 의원이 직접 박주선 의원에게 영입제안을 했다는 것은 실망스럽다. 우선 안철수 의원 스스로가 뱉은 말과 다르다. 안철수 의원은 ‘새정추 광주 설명회’에서 ‘호남에서의 낡은 체제 청산이 거역할 수 없는 시대적 요구라고 생각한다’고 했고, 제주에서의 신당창당선언에서는 ‘합리적 보수와 성찰적 진보가 모여서 대한민국 개혁을 이뤄나가겠습니다’고 했다. 박주선 의원은 지금은 무소속이지만 민주당을 대표했던 구정치인이고 지난 총선 이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80만원을 선고받고 대법원에서 원심이 확정되었다. 박주선 의원이 호남에서의 새로운 정치를 할 인물인가? 합리적 보수와 성찰적 진보중 어떤 쪽에 속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안철수 의원이 새정치를 할 적합한 인물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박주선 의원을 만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눈앞으로 다가온 창당과 지방선거에서 호남을 대표하는 중량감있는 인물이 필요했을 것이다. 안철수 신당이 야권연대를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광주 전남 전북에서의 중량감 있는 인물과 새로운 인물의 혼합영입이 필요했을 것이라 짐작된다. 이것이 정치다. 안철수는 새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다. 

새정치?...한국정치가 '건너온 다리'를 돌아보라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의 캐치프레이즈는 빛이 바래지고 있는 듯 하다. 크고 작은 부분에서 본인의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고 어긋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고 ‘새정치’의 유통기한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새누리당과 민주당과의 상대적 차별성과 이들에 대한 불신에서 오는 반사이익으로의 ‘새정치’는 아직 유효하지만 오래 간다고 장담할 수 없다. 결국 ‘새정치’는 이전투구의 정치현장에서 실력으로 검증받고 민심으로 확인받는 것이다. 하루 이틀이 아니라 수십 년 세월 쌓이고 쌓여서 얻어지는 것이다. ‘새정치’의 큰 뜻을 품었던 사람은 많다. 민주당에 들어간 전대협 출신 당시 386들과 시민사회인사들이 그랬고, 진보정당의 꿈을 꾸었던 사람들도 그랬다. 그들이 공통적으로 부딪힌 것은 하나는 기득권 정치세력의 강고한 카르텔이고 또 하나는 자신이었다. 정치혁신은 기득권 세력의 힘과 교묘한 술수에 가로막혔고 무언가를 이루어야 한다는 조급함은 뿌리보다 열매에 집착하게 만들어 결국 뿌리를 약화시켜버렸다.

안철수 의원이 윤여준 의장에게 “저는 꼭 대통령이 돼야겠다는 생각은 버렸습니다”(오마이뉴스)라고 했다는데 새정치를 2017년 대선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면 ‘당파성’과 ‘역사성’을 확립하기를 주문하고 싶다. 누구의 이해와 요구를 대변할 것인지 누구를 위해 일할 것인지 그것을 위해 어떤 정책으로 일할 것인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영남과 호남을 화해시키고 좌와 우를 통합하는 일은 중요한 일이지만 모든 사람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는 없는 일이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으로 대표되는 기성 정치권의 기득권 구태정치를 극복하는 것, 오래된 좌우 이념대결의 피해를 극복하는 것은 한국사회 공통의 과제이다. 그러나 정치혁신에 있어 새누리당과 민주당 진보정당들이 같은 위치에 있지 않고, 이념 대결을 극복하는데도 좌와 우를 동등하게 양비론을 제기할 수 없다. 진실은 진실대로 평가는 평가대로 구분해야 하는 엄중한 역사인식의 바탕이 있고서야 혁신의 선후차와 이념대결의 본질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안철수 의원이 정치를 하기 위해 “건너온 다리를 불살랐다”고 했는데 한국정치가 건너온 다리는 다시 한번 복기해보기를 권한다. 한국에서 새정치는 고고하고 순수한 한송이 붉은 장미가 아니라 아무리 짓밟혀도 다시 피는 들꽃임을 하루빨리 습득하기 바란다.





[오택진 칼럼] 19
오택진 /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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