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2.28, 독재정권 무너뜨린 민주주의 시대정신"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4.02.28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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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2.28운동 54주년] 첫 정부지원 기념식...광주시장ㆍ5.18운동 관련 단체들도 첫 참석


2.28학생의거기념탑 앞 2.28민주운동 54주년 기념공연(2014.2.2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2.28학생의거기념탑 앞 2.28민주운동 54주년 기념공연(2014.2.2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우리나라 역사상 이런 야만적이고 폭압적인 일이 그 어디 그 어느 역사책에 있었던가. 오늘은 공장 연기를 날리지 않고 육일동안 삶에 허덕이다 모인 피로를 풀 날이요. 내일의 삶을 위해 투쟁을 위해 정리하는 신성한 휴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하루 휴일마저 뺏길 운명에 처했다. 그러나 살기 위해 휴일을 빼앗기리. 그 촛불 다시 켜지는 날 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 피가 있거든 신성한 권리를 위해 일어서라. 정의에 배반되는 불의를 쳐부수기 위해 투쟁하는 것이 기백이며 정의감에 입각한 이성의 호소다. 우리는 일치단결해 피끓는 학도로 최후 일각까지 권리를 수호하기 위해 싸우련다"


54년 전, 경북고등학교 학생들이 작성한 결의문이다.

지난 1960년 2월 28일 일요일 오후 12시 50분. 당시 민주당 선거 강연회가 대구에서 열리자 경북고교는 학생들의 참석을 막기 위해 일요일 등교령을 내렸다. 등교했던 경북고교 학생 8백여명은 교사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미리 준비한 이 결의문을 낭독한 뒤 곧장 "이승만 독재정권 타도" 시위에 들어갔다. 이 시위는 이후 3.15마산의거와 4.19혁명, 4.26이승만 대통령 하야로 이어졌다. 

2.28민주운동 54주년 기념식에서 묵념중인 대구지역 학생들(2014.2.2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2.28민주운동 54주년 기념식에서 묵념중인 대구지역 학생들(2014.2.2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날 기념식에는 각계각층 인사 등 8백여명이 참석했다(2014.2.2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날 기념식에는 각계각층 인사 등 8백여명이 참석했다(2014.2.2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2.28민주운동 54주년 기념식이 28일 대구 두류공원 2.28학생의거기념탑에서 열렸다. 특히 올해는 처음으로 행사 예산 전액을 정부가 지원했고, 광주시와 5.18민주화운동 관련 단체장들도 대거 참석했다.

대구시와 (사)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 주관으로 열린 기념식은 54년 전 경북고교 학생들이 작성한 결의문을 장현웅(18.경북대사대부설고교) 학생이 낭독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 자리에는 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 이광조 공동의장과 최용호 고문, 김범일 대구시장, 강운태 광주시장, 이재술 대구시의회의장, 조호권 광주시의회의장, 오재일 5.18기념재단이사장, 정준식 5.18민주유공자유족회장, 이병완 노무현재단이사장, 김부겸 민주당 전 최고의원, 대구지역 중.고교생 등 시민 8백여명이 참석했다.

악수를 나누는 김범일 대구시장과 강운태 광주시장(2014.2.2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악수를 나누는 김범일 대구시장과 강운태 광주시장(2014.2.2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특히 광주시장을 비롯한 5.18관련 단체장 등 광주지역 인사들이 처음으로 참석했으며, 정부(안전행정부)가 기념식을 비롯한 기념사업 예산 1억5천만원을 전액 지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행사에 참석하는 대신 기념사를 보냈다. 이 밖에도 기념식이 진행 된 두류공원 일대에는 2.28민주운동의 당시 모습이 담긴 사진과 그림, 글 등이 전시돼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기념식은 결의문 낭독, 기념사, 헌시 낭송, 기념공연, 2.28찬가 제창 순으로 진행됐다. 기념식 후 김범일, 강운태 시장 등 참석자 2백여명은 두류공원 안에 대구시가 조성한 '광주시민의 숲'에 2.28민주운동을 기념하고 영・호남 화합을 기원하며 광주 시목인 은행나무를 심었다. 광주시도 다음날인 3월 1일 광주 북구 오룡동 대상공원에 '대구시민의 숲'을 완공하고 이날 시민들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왼쪽부터)장현웅 학생, 김범일 대구시장, 강운태 광주시장(2014.2.2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왼쪽부터)장현웅 학생, 김범일 대구시장, 강운태 광주시장(2014.2.2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김범일 대구시장은 "54년 전 대구에서 일어난 2.28학생민주의거는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학생들의 의로운 행동으로 대구의 자랑스러운 정신 중 하나"라며 "오늘날 다시 그날의 뜻깊은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고 이 같은 시대정신을 다시 부활시킬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강운태 광주시장은 "2월 28일은 서슬퍼런 독재정권을 무너뜨리고 이땅의 꺼져가던 민주화 불씨를 되살리려 대구 학생들이 용기있게 일어난 날"이라며 "이 정신은 5.18운동으로 이어져 민주주의의 이정표와 주춧돌이 됐다.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대구의 민주주의 시대정신이 잘 이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이광조 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 공동의장은 "2.28민주운동기념식은 이제 지방단위에서 국가단위로 행사로 전환됐다. 특히 54주년 기념식에는 광주지역 인사들이 많이 참석해 더 뜻깊다. 54년 전 의롭게 일어난 학생들의 민주화를 향한 열망이 국민을 하나로 모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두류공원 일대에 전시된 2.28민주운동 당시 사진(2014.2.2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두류공원 일대에 전시된 2.28민주운동 당시 사진(2014.2.2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시민 8백여명이 2.28민주운동 찬가를 함께 부르는 모습(2014.2.2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시민 8백여명이 2.28민주운동 찬가를 함께 부르는 모습(2014.2.2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한편, 대구시와 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는 지난 1990년 2월 당시 명덕네거리에 있던 2.28학생의거기념탑을 두류공원으로 이전했고, 2003년 12월에는 중구 공평동에 있던 구 중앙초등학교 부지에 2.2기념공원을 조성했다. 이어 지난 2005년 12월에는 '대구광역시 2.28민주운동 지원조례'를 제정했다.

이후 2.28정신 계승을 위한 잡지 <횃불>를 매년 정기 발행하고 기념음악회나 사진전, 포럼, 글짓기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해 2월에는 전시관과 도서관 등을 갖춘 '2.28민주운동기념회관'도 개관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도 지난 2010년 2월 2.28민주화운동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법' 제2조 민주화운동의 정의에 반영하고 2.28민주운동을 우리나라 민주화 운동의 효시라고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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