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져만 가는 슬픔...그래도 '생존'의 기적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4.04.23 10:2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월호] 대구 3차 촛불기도 / "늘어나는 희생 소식에 참담...제발 한 사람이라도"


"아 뭐라고 말해야 할지. 이 슬픔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늘어만 나는 희생자 수를 보면 참담하다. 그래도 생존의 기적을, 제발 한 사람이라도 살아있길 바라는 희망을 오늘도 간절히 소망한다"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를 위로하고 실종자의 무사귀환을 염원하는 촛불을 켠 대학생 이정화(27.북구 침산동)씨는 눈물을 흘리며 22일 이 같이 소망했다. 함께 촛불을 켠 박수현(27.북구 복현동)씨도 "절망스런 나날이지만 희망을 말하고 싶다"면서 "절실한 우리의 심정을 하늘이 들어줄 것"이라고 했다.

촛불을 켜고 희망종이학을 접는 시민들(2014.4.22.대구백화점 앞)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촛불을 켜고 희망종이학을 접는 시민들(2014.4.22.대구백화점 앞)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침몰 사고 발생 8일이 지난 가운데, 온 국민들의 간절한 염원에도 생존자 소식은 여전히 들리지 않고 있다. 반면, 여객선 내에서 숨진 채 발견된 희생자 수만 늘어나 안타까움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희망'과 '기적'을 바라는 시민들은 여전히 촛불을 켜고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염원했다.

사고 일주일째인 지난 22일 저녁 대구백화점 앞 야외과장에서 세월호 침몰 실종자 무사귀환 염원·희생자 추모 촛불기도회가 자발적인 시민들의 참여로 3일째 이어졌다. 이 자리에는 시민 50여명이 참석했으며 저녁 7시부터 2시간 가량 진행됐다. 시민들은 각자 촛불을 들고 자리에 앉아 간절한 마음을 담아 기도를 했다. 촛불기도회는 23일 저녁에도 대구백화점 앞 야외광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생존자가 한명이라도..."라는 글귀가 엽서에 적혔다(2014.4.22)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생존자가 한명이라도..."라는 글귀가 엽서에 적혔다(2014.4.22)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앞서 열린 두 번의 촛불기도회와 마찬가지로 이날 저녁에도 거리에 설치된 게시판에는 동성로를 지나는 수많은 시민들의 희망엽서가 1백여장이 붙었다.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그래도 살아 있어주세요", "언니 오빠 제 소원 들리시나요. 매일 밤 기도해요. 기적은 일어날 거에요", "어른들이 미안해. 나쁜 사람들 꼭 처벌받게 해줄게", "가슴이 답답합니다. 나보다 더 아팠을 그대들. 부디 좋은 곳으로"

엄마와 함께 나들이를 나온 고사리손부터 교복을 입은 중·고등학생, 시험기간인 대학생과 이제 막 퇴근한 직장인, 학부모, 60-70대 노인들까지 모두 한 마음을 담아 "살아 있어달라"는 글귀를 적었다.

세월호 실종자의 무사귀환을 염원하는 고교생들(2014.4.22)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세월호 실종자의 무사귀환을 염원하는 고교생들(2014.4.22)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16일 승객 476명을 태운 '세월호'가 전남 진도군 인근 해상에서 침몰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23일 오전 10시 현재, 탑승자 476명 중 139명이 숨지고 163명이 실종됐으며 174명이 구조됐다고 집계했다. 구조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나 생존자는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당시 수학여행을 떠난 경기 안산시 단원고 2학년 학생 325명과 교사 14명의 피해가 커 슬픔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일 경기 안산시와 전남 진도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으며, 실종자 가족 대표단은 늦어도 오는 24일까지 생존자와 사망자에 대한 마지막 수색작업을 마쳐달라고 21일 정부에 요청했다. 또 생존자 가족들은 22일 대국민호소문을 발표하고 정부의 늑장대응과 언론의 왜곡보도를 지적했다. 

촛불을 켠 시민들은 사고 일주일동안 생존자는커녕 숨진 이들의 숫자만 백여명으로 늘어나 슬픔을 넘어 분노를 나타냈다. 또 계속되는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의 막말에 대해서도 강한 질타를 쏟아냈다.

한 시민이 "정부의 무능과 거짓" 비판글을 적고 있다(2014.4.22)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한 시민이 "정부의 무능과 거짓" 비판글을 적고 있다(2014.4.22)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강영동(44)씨는 "차가운 바다에서 숨진 아이들의 소식이 들려오면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면서 "청와대로 향하던 실종자 가족의 분노가 남일 같지 않다. 이제 구조도 실질적으로 이틀밖에 남지 않았는데 과연 희망을 말할 수나 있을지 의문이다. 정말 이런 국가를 믿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진점례(74)씨는 "뜬 눈으로 지새운 나날, 온 국민이 울었다. 생떼같은 아가들이 아무 잘못도 없이 하늘로 같다"면서 "너무 무심하다. 박근혜 대통령도 그렇고 정부 관료들도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강모(17.경신고 2학년)군은 "국회의원 아들도, 국회의원도 개념없는 막말을 해 화가난다"며 "친구들이 그렇게나 많이 세상을 등졌는데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지, 자기 가족이라도 그런 말을 할 수 있을지 묻고 싶다. 게다가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국회의원이 그래 더 화가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촛불을 들고 무사귀환을 염원하는 시민(2014.4.22)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촛불을 들고 무사귀환을 염원하는 시민(2014.4.22)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번 사고와 관련해 정부는 탑승객과 구조자 수를 모두 8번 정정했고, 부처간 대책본부도 각각 꾸려 비판을 받았다. 또 안전행정부 감사관 송모 국장은 사망자 명단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려다, 새누리당 유한식 세종시장 후보는 사고 이틀째인 18일 '폭탄주 술자리'에 참석해 논란을 일으켰고,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의 막내 아들은 "국민이 미개하니 국가도 미개한 것"이라는 글을, 권은희 의원은 '덧씌운'사진과 함께 '실종자 가족 행세를 하는 선동꾼'이 있다는 글을 SNS에 올려 비난을 받았다.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