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초국적 물기업에 상수도 '민간위탁' 추진 의혹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5.04.15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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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노조 "경영위탁 시범지역 선정 후 베올리아와 뉴욕서 면담...민영화 의심"
대구시 "뉴욕 방문은 사례 조사ㆍ답사, 경영 컨설팅일 뿐...민영화 아니다"


대구시가 상수도 경영권을 초국적 물기업에 '민간위탁'을 추진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과 사회공공연구원은 "대구광역시상수도사업본부 소속 공무원들이 2014년 4월 25일 뉴욕시 수도국과 초국적 물기업 베올리아 워터(VEOLIA WATER) 담당자들과 뉴욕시에서 면담회를 가졌다"며 "베올리아와 상수도 민간경영위탁 계약을 체결한 뉴욕시에 대구시 공무원들 다녀온 것은 대구 상수도 경영권을 베올리아에 민간위탁하기 위한 것"이라고 14일 대구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물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정책대안모색 국제포럼'에서 밝혔다.

'제7차 2015 대구경북 세계물포럼' 이틀 째인 지난 13일 경주에서 비즈니스 미팅 중인 권영진 대구시장과 앙투완 프레로 베올리아 CEO / 사진 제공. 대구시
'제7차 2015 대구경북 세계물포럼' 이틀 째인 지난 13일 경주에서 비즈니스 미팅 중인 권영진 대구시장과 앙투완 프레로 베올리아 CEO / 사진 제공. 대구시

특히 "뉴욕시와 베올리아의 민간경영위탁 방식은 '성과기반모델'로 기존의 운영위탁과 달리 업무를 민간기업에 외주화하지 않는 대신 시스템 전반에 기업의 엄청난 권위를 부여해 민영화나 다름없다"며 "물 관련 신종 민영화 방식인 성과기반모델을 대구시에 도입해 상수도를 민간위탁하면 상수도 요금 대폭인상,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예상돼 피해는 시민 몫"이라고 주장했다. 때문에 "상수도 민간위탁 추진 중단ㆍ관련 자료 공개", "상수도 공공성 확대"를 대구시에 촉구했다.

15일 대구상수도사업본부에 따르면, 대구시는 지난해 환경부의 '지방상수도 민간경영위탁 시범지역'으로 지정됐다. 당시 환경부는 우리나라 지방상수도 사업의 운영효율화와 비용절약을 목적으로 대구시 경영위탁 방식을 '성과기반모델 도입'으로 확정했다. 이 정책 모델은 뉴욕시와 베올리아가 체결한 '성과기반용역계약(PBSC:Performance Based Service Contract)'이다.

성과기반모델은 기업이 공공서비스 운영권을 장기간 위탁하던 전통방식과 달리, 경영상 컨설팅+경영에만 단기간 참여하는 방식이다. 운영 전면에 나서지 않아 기업의 리스크를 줄이는 대신 경영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급수수익 성과 중 절반을 지자체와 나눠 신종 민영화 기법으로 떠오른다. 이 방식으로 미국의 뉴욕과 피츠버그, 세인트루이스, 캐나다 위니펙 등이 베올리아와 계약을 체결했다. 

초국적 물기업 프랑스 '베올리아 워터' 코리아지사 홈페이지 캡쳐
초국적 물기업 프랑스 '베올리아 워터' 코리아지사 홈페이지 캡쳐

대구상수도사업본부는 지난해 환경부가 민간경영위탁 시범지역으로 선정한 뒤 같은 해 3월과 4월 환경부 담당 공무원과 설명회를, 4월말에는 뉴욕시에서 베올리아와 면담회를 가졌다. 같은 해 6월 3일에는 사례보고서를 환경부에 제출했다. 당시 대구시가 제출한 '성과기반컨설팅 사례보고서'에는 "뉴욕시 재정담당관의 적극적 추천, 베올리아 담당자의 컨설팅 효과를 판단해 컨설팅 시행을 추진할 이유가 되며 미국 다른 도시에서 추진하는 것을 보면 효과를 신뢰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후 대구상수도사업본부는 베올리아와의 계약을 하지 않고 유보했다. 하지만 환경부 시범사업이 계속 돼 지난해 말  이산 등 3개 업체로 구성된 국내 컨소시엄 업체와 용역연구계약을 맺고 상수도 민간경영위탁 방안을 연구 중이다.

곽규운 전국공무원노조 대구경북지역본부 조직국장은 15일 평화뉴스와의 통화에서 "여러 증거를 조합하면 대구시가 베올리아와 상수도 민간위탁 계약을 추진하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아무리 신종 방식이라 해도 결국 민간기업 이익을 위한 민영화가 돼 시민들이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했다. 또 "베올리아는 다른 나라와 민간위탁 계약을 통해 이미 수도요금을 대폭 증가시켰던 나쁜 기업"이라며 "자국 프랑스에서도 퇴출되는 마당에 대구시에 들어온다는 것은 시민들을 우롱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세계물포럼'이 진행 중인 대구 엑스코에 설치된 '대구관'(2015.4.1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세계물포럼'이 진행 중인 대구 엑스코에 설치된 '대구관'(2015.4.1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반면 배영민 대구상수도사업본부 경영부 기획감사과 담당자는 "환경부가 대구시를 지방상수도 민간경영위탁 시범사업 지역으로 선정해 대구시가 이를 추진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지난해 담당 공무원들이 뉴욕시에 다녀온 것도 맞다"고 했다. 그러나 "베올리아를 포함해 특정 기업을 컨설팅 업체로 확정하지 않았고 뉴욕시 방문도 사례 조사를 위한 답사"라며 "베올리아와의 계약도 유보한 상태고 현재는 국내 기업과 용역 연구를 진행한다"고 해명했다. 또 "성과기반모델 도입은 민간 기술력과 전문성 도입, 효율적 운영을 위한 컨설팅이지 민영화가 아니다"면서 "경영 자문에 지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편 권영진 대구시장과 앙투완 프레로 베올리아 CEO는 '제7차 2015 대구경북 세게물포럼' 이틀 째인 지난 13일 경주 하이코에에서 물산업과 관련해 비즈니스 미팅을 갖고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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