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조차 둔감한 '무방비 도시' 대구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5.06.16 20:1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첫 확진자 공무원...시의회 "10일간 동선 묘연·늦은 정보 공개, 직무유기" / 권영진 시장 "참담, 검증 중"


대구의료원 메르스 선별진료실(2015.6.1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의료원 메르스 선별진료실(2015.6.1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지역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첫 확진자가 남구청의 한 주민센터 소속 공무원 김모(52)씨로 밝혀진 가운데, 권영진 대구시장의 "직무유기", "책임방기"라며 질타가 쏟아졌다. 이에 대해 권 시장은 "참담하고 죄송하다"며 "모든 루트로 검증해 지역사회의 추가 확산을 막겠다"고 사과했다. 

대구시의회(의장 이동희)는 16일 오후 대구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임시회를 열었다. 당초 다른 안건들이 상정돼 권영진 대구시장과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에게 시정질의를 할 예정이었지만, 이날 새벽 공무원 김씨가 메르스 2차 검사 결과 확진 판정을 받아 시정질의와 5분 발언 모두 메르스 질문으로 바뀌었다. 의원들은 한 목소리로 메르스 첫 확진자가 대구 공무원이라는 사실에 대해 권 시장을 질타했다. 

배지숙 의원이 권영진 시장에게 메르스 관련 질문을 하고 있다(2015.6.1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배지숙 의원이 권영진 시장에게 메르스 관련 질문을 하고 있다(2015.6.1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 메르스 첫 확진 공무원과 관련해 사과하는 권영진 시장(2015.6.1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 메르스 첫 확진 공무원과 관련해 사과하는 권영진 시장(2015.6.1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정순천 의원은 "김씨가 확진 판정을 받은 오후 3시 권 시장은 이 사실을 의원들에게 알리지 않았다"며 "의원들은 뉴스로 이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메르스 사태는 국가가 사실을 제대로 발표하지 않고 뒤늦게 정보를 공개해 국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데 대구시도 똑같은 늑장대응과 뒤늦은 정보공개를 하고 있다"면서 "시민 목숨을 책임지는 시장의 직무유기이자 책임방기"라고 비판했다.

배지숙 의원은 "예방수칙을 안내하고 앞장서 방역해야할 공무원이 자신의 모든 비밀을 함구하고 지역사회에 공포를 주고 있다"며 "특히 김씨가 기초수급자와 저소득층 노인들을 돌보는 복지계 공무원으로 대민업무를 벌여 온 것으로 알려져 접촉한 주민들의 건강이 더욱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또 "메르스와 관련 공문서가 이미 수 십장 나갔는데 공무원 자신은 공문서를 깡그리 무시하고 있다"며 "나라의 녹을 먹는 공무원이 자기 멋대로 행동한 것에 대해 추후 책임추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폐쇄된 김씨가 근무한 남구의 한 주민센터(2015.6.1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폐쇄된 김씨가 근무한 남구의 한 주민센터(2015.6.1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김씨의 동선 파악과 관련한 질문도 이어졌다. 김규학 의원은 "김씨가 모친이 입원한 삼성서울병원을 처음 방문한 5월 27일부터 29일까지의 동선은 파악됐지만 6월 1일부터 12일까지 10일간의 동선이 묘연하다"면서 "정확한 정보를 시민들에게 제공해야 공포가 사라지는데 이를 못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씨가 메르스 초기 증상을 느끼기 시작한 지난 6월 14일 오후 1시 30분 자택 근처 남구 A공중목욕탕에서 목욕을 한 것과 관련해 "당시 목욕탕 이용자들은 환기가 잘 안되는 곳에서 밀접한 접촉을 했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면서 "하루 빨리 목욕탕 이용자 소재를 파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권영진 시장은 "첫 메르스 확진자가 공무원이라는 사실이 참담하고 안타깝고 죄송할 따름"이라며 "대구시와 질병관리본부, 대구지역 우수한 의료진들이 조기 종식을 위해 모든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을 비방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일단 김씨 동선 파악을 위해 모든 루트를 통해 검증을 하고 있고 접촉자들에 대한 격리와 방문지에 대한 방역과 폐쇄도 추가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씨가 잠복기간 동안 접촉한 사람과 방문한 곳을 모두 파악하지 못할 수도 있다"면서 "김씨와 접촉한 사람들의 자진신고와 제보를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씨의 아들이 남구 한 중학교에 다니는 것과 관련한 질문도 나왔다. 이에 대해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은 "김씨의 중학생 아들에 대한 메르스 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왔다"며 "그 학생은 격리조치됐고 해당 학교와 인근 3개 학교는 방역 처리했기 때문에 당분간 휴교 검토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씨가 확진 판정 전 찾은 남구의 한 공중목욕탕(2015.6.1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김씨가 확진 판정 전 찾은 남구의 한 공중목욕탕(2015.6.1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한편, 대구 첫 메르스 확진자가 공무원이라는 사실과 관련해 대구시청 홈페이지와 대구 남구청 홈페이지에 김씨와 대구시, 남구를 비방하는 게시물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김씨는 대구보건환경연구원의 앞서 6월 15일 1차 검사에서 메르스 양성반응을 보였고 질병관리본부의 16일 2차 검사에서 최종 메르스 확정 판정을 받았다. 김씨는 앞서 5월 27일 삼성서울병원 제2응급실을 방문해 이날만 10시간 체류했다. 28일에는 현대아산병원으로 이동해 KTX로 대구에 왔다. 29일부터는 출근했다. 이후 김씨는 6월 13일까지 보름간 업무를 했다. 6월 8일과 12일에는 수성구 모 식당에서 주민센터 직원 10여명과 회식에 참석했다. 이 기간 동안 김씨 누나는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아 대전 한 병원에, 김씨 어머니는 삼성서울병원에 격리됐다.  
 
가족들의 확진 판정 후에도 별 증상이 없던 김씨는 6월 13일부터 오한이 시작돼 집에서 휴식을 취했다가 14일 오후 1시 30분 자택 근처 남구 A공중목욕탕에서 목욕을 했다. 그러나 15일 오전부터 고열증세를 보여 남구 한 보건소를 찾았고 오후 3시 1차 검사에서 메르스 양성 반응을 보여 대구의료원에 이송돼 격리됐다. 16일 확진 판정이 난 현재는 대구의료원 음압병상에 격리돼 치료를 받고 있다. 김씨는 15일부터 16일 아침까지 기침 증세 없이 38도 이상의 고열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대구시와 보건당국은 김씨가 근무한 주민센터와 방문한 목욕탕을 폐쇄했다. 주민센터와 김씨 부인이 근무한 남구청, 김씨 아들이 다니는 남구 한 중교와 인근 3개 학교는 방역 조치했다.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