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환경미화원, 11시간 청소해도 '최저임금' 미만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5.06.24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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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등 지자체 80곳 기본급 90만원대...노조 "위법·인상" / 시 "수당 더하면 문제 없다"


대구 중구청에서 무기계약직 기간제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는 40대 김희자(가명)씨는 매달 기본급으로 91만7,400원을 받는다. 가족·특수업무 수당, 체력단력비, 복리후생비 등을 더한 월급 총액은 150여만원이지만 기본급은 90만원대에 머물러 있다. 기본급만 따지면 최저임금도 안되는 월급을 받는 셈이다. 

새벽 6시부터 오후 5시까지 11시간 동안 아무리 거리를 쓸고 닦아도 기본급은 오를 줄 모른다. 2015년도 최저임금 5,580원에 따른 월급은 최소 120만원에서 130만원대지만 어렵게 취직한 일자리를 잃을까 혼자 속앓이만 하고 있다. 가족들을 부양하기에는 턱 없이 모자란 수준이다.

번개시장에서 청소하는 대구 중구청 소속 환경미화원(2015.6.2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번개시장에서 청소하는 대구 중구청 소속 환경미화원(2015.6.2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지역 환경미화원 기본급이 다른 지방자치단체보다 최대 40만원에서 최소 20만원가량 낮은 것으로 나타나 노조가 "최저임금법 위반"이라며 "인상"을 촉구하고 나섰다. 대구시는 "다른 지자체보다 수당이 많다"며 "기본급과 수당을 더한 임금 총액은 최저임금보다 많아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24일 대구시에 따르면, 2015년 현재 대구시와 대구 8개 구·군에 소속된 무기계약직, 비정규직 환경미화원은 모두 1,080명이다. 대구시 12명, 중구 105명, 동구 158명, 서구 130명, 남구 114명, 수성구 151명, 달서구 173명, 달성군 72명이 대구지역의 거리와 생활폐기물, 음식물쓰레기를 청소하고 있다.

이들의 1호봉 기본급은 91만7,400원으로 지난해 81만원보다 10만원이 올랐다. 근무 기간이 늘수록 호봉이 올라 기본급도 차등적으로 인상되고 각종 수당까지 더하면 월급 총액은 더 많아진다. 월급 총액만으로 따지면 이들의 임금은 최저임금과 비슷한 수준에서 지급되고 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차별 철폐 촉구 피켓을 든 노동자(2015.6.24.대구시청)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공공부문 비정규직 차별 철폐 촉구 피켓을 든 노동자(2015.6.24.대구시청)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그러나 기본급만 보면 수년째 최저임금도 못받는 상황이다. 특히 1호봉에서 4호봉까지의 기본급은 90여만원에서 110여만원으로 2015년도 최저임금 5,580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많게는 40만원에서 적으면 20만원까지 덜 받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일반직 공무원의 2015년도 1호봉 127만 4,249원보다 35만원정도 적다. 앞서 2008년에는 미화원 기본급이 50만원대인 대구 기초지자체도 있었다.

이처럼 전국 247개 지자체 중 대구경북 등 80개 지자체가 미화원에게 최저임금도 안되는 기본급을 지급한다. 반면, 167개 지차제의 기본급은 최저임금이 기준이다. 이 같은 대구 임금체계는 최저임금뿐 아니라 정부 지침보다 적다. 정부는 2012년부터 공공기관 무기계약직, 비정규직 기본급을 시중노임단가 87,805원으로 책정하는 지침을 발표했다. 시급으로 하면 최저임금보다 많은 1만원 이상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 대구지역일반노조와 전국일반노동조합협의회는 24일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기본급을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게 책정한 것은 최저임금법 위반"이라며 "대구지역 모든 공공부문 환경미화원 기본급을 최저임금 수준으로 인상하라"고 촉구했다.

'환경미화원 기본급 최저임금 위반 대구시 규탄 기자회견'(2015.6.2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환경미화원 기본급 최저임금 위반 대구시 규탄 기자회견'(2015.6.2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권택흥 민주노총 대구지역일반노조 위원장은 "대구시 미화원 임금체계는 정부 지침, 최저임금법 위반"이라며 "최저임금에도 모자라고 다른 지자체보다 적은 기본급 수준을 당장 최저임금 수준으로 인상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정희수 대구중구청 환경미화원노조 지회장도 "환경미화원 처우개선에 앞장서야할 대구시가 수 년째 최저임금도 안되는 기본급을 지급하며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박원식 대구시 녹색환경국 자원순환과 사무관은 24일 평화뉴스와의 통화에서 "대구 미화원 기본급이 타 시·도보다 낮지만 호봉이 오르면 다른 지자체보다 월급 총액이 많다"며 "수당까지 합하면 총액이 최저임금보다 많아 위법이 아니다"고 했다. 또 "정부 지침도 강제가 아닌 권고 사항"이라며 "법적으로나 행정적으로나 어떤 문제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기본급 수준은 해마다 노조와 협상을 통해 협의 조정하고 있다"면서 "소수 노조의 일방적 요구를 곧이곧대로 들어주기는 곤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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