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토요일 밤 11시 30분 대구 중구 동성로의 한 식당.
이 식당에서 종업원으로 야간알바를 하는 김윤아(37.가명)씨는 저녁 식사로 생라면 한 봉지를 뜯어 식당 한켠에서 허겁지겁 먹었다. 손님들이 들이닥치면 그 마저도 못 먹기 때문에 손은 더 빨라졌다.
라면 한 봉지를 다 먹기도 전 단체 손님들이 들어왔다. 윤아씨는 잠시도 못 쉬고 음식을 날랐다. 한 테이블 손님들이 나가고 겨우 의자에 앉을 수 있었다. 올려다 본 하늘은 벌써 새카맣게 변했다. 시간은 자정을 지나고 있었다. 종아리를 마사지하고 어깨도 주물렀다. 앞치마에선 기름 냄새가 진동했다.
윤아씨는 매일 오후 3시부터 다음 날 새벽 1시까지 꼬박 10시간을 일한다. 시급은 6천원. 2015년도 최저임금 5,580원보다 4백원정도 많다. 그러나 주휴수당이나 야근수당은 없다. 토요일도 근무를 해야 하기 때문에 주5일은 그림의 떡이다. 명절 상여금이나 보너스도 없고 연차도 사용할 수 없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장이 주는 대로 받고, 사장이 정한 규칙에 따라 일할 뿐이다.
한달 꼬박 일한 대가는 월급 150만원. 월세 35만원, 통신비 10만원, 전기세·가스비·교통비 30만원, 식비, 생활비, 경조사비를 모두 내고 나면 윤아씨 손에는 10만원에서 20만원의 돈이 남는다. 야간알바라서 주간알바보다 1~2천원정도 시급을 더 많이 받아도 형편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커피 한잔, 영화 한편, 책 한권도 윤아씨에게는 사치다. 좋아하는 햄버거도 시급보다 비싸서 10번 고민 끝에 한 두번 사먹을까 말까다. 윤아씨는 매달 빠듯한 가계부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첫 독립 때 장만한 TV와 글을 쓰기 위해 산 컴퓨터도 팔았다. 그래도 생활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퇴근하며 달을 등지고 걸어가는 새벽길. 매일 윤아씨는 생각했다. "지금 월급으로 내 미래를 계획하고 보장할 수 있을까?", "일을 해도 나는 왜 가난한가?"질문의 해답은 최저임금에 있었다.
"1인 가구에게 5천원대 시급이 적절하다는 이들도 있지만 물가를 고려하면 정당하지 않다는 것을 알 것"이라며 "지금 최저시급으로는 1시간 노동에 영화 한편, 책 한권도 살 수 없고 미래를 계획할 수 조차 없다"고 했다. 때문에 "상식적인 최저임금은 최소 1만원"이라며 "대통령이나 국회의원들이 한달이라도 최저임금으로 생활하면 절박함을 알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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