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은 정부·여당의 자기모순"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 입력 2016.06.08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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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 이만열(78) 전 국사편찬위원장..."하나의 해석만 강요하는 역사교육, 있어선 안돼"


"정부의 국정교과서 추진은 '좌편향' 교과서를 용인해준 교육부와 스스로에 대한 모순이다"

이만열(78) 전 국사편찬위원장은 7일 저녁 경북대 강연에서 "정부와 여당은 지난해 국정화를 추진하면서 현행 검인정교과서를 '좌편향 교과서', '김일성 주체사상을 배운다' 등 부정적으로 홍보했다"며 "제대로 된 근거도 내놓지 않은 채 오류나 왜곡에 대한 사과나 해명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또 "보수 세력은 근현대사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다"면서 "민주화운동, 친일이력은 사실이기 때문에 건들지 못하고 북한만을 이용해 색깔론을 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만열(78) 전 국사편찬위원장이 '한국사회를 보는 창-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2016.6.7.경북대학교)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이만열(78) 전 국사편찬위원장이 '한국사회를 보는 창-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2016.6.7.경북대학교)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그는 "이때까지 교과서를 편찬할 때 집필기준과 집필진 모두 공개한 반면 국정교과서는 여전히 비공개 상태"라며 국정교과서의 집필기준과 집필진을 공개하지 않는 점도 지적했다. 지난해 말부터 국정교과서가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지만 국사편찬위원회와 교육부는 집필진과 기준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특히 "정부가 좌편향이라고 지적한 검인정교과서 7종은 교육부 편찬지침에 따라 쓰였다"면서 "자신들이 인정한 교과서를 폄하하고 부정하는 자기모순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현재 모든 검인정교과서는 교육부 '편찬상의 유의점 및 검정기준'에 따라 집필되고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등의 검정을 받는다.

이날 강연은 '5.18구속부상자회 대구경북지부',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5.18민중항쟁 36주년 대구경북행사위원회'의 공동주최로 5.18광주민주화운동 36주년을 기념해 열렸으며, <한국사회를 보는 창-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주제로 학생과 시민 등 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시간가량 진행됐다.

이날 강연에는 학생과 시민 60여명이 참석했다.(2016.6.7)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이날 강연에는 학생과 시민 60여명이 참석했다.(2016.6.7)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이 전 위원장은 "세계의 역사교과서 발행 추세를 보면 국정에서 검인정, 다시 자유발행제로 가고 있다. 북한 등 몇몇의 전체주의 국가에서만 국정교과서를 쓰고, 중국과 베트남은 검인정제로 전환하고 있다"며 "북한체제를 비판하면서 북한을 따라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처럼 "정부와 새누리당이 국정화에 찬성하면 종북이 아니라는 진영논리는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관점에서 역사를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진실을 추구하면서도 서로 상반되는 주장도 인정해야 하지만 국정교과서에는 하나의 해석만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자율성과 상상력을 제한해선 안 된다"면서 "검인정에 문제가 있으면 자유발행제로 하면 된다. '좌편향 교과서'와 '교학사 교과서' 모두 발행해 각 학교에서 선택하게 하면 된다"고 했다.

그는 건국절 논란에 대해서도 "1948년 당시 집권세력의 친일 이력을 미화시키고 반공 활동을 강조하기 위한 속셈"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헌법 전문에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했다고 명시돼 있다"면서 "그들이 국부로 떠받드는 이승만 대통령도 48년 제헌헌법 선언에서 '기미 삼일독립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을 선포했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대한민국은 1919년에 건립돼 임시정부 형태로 유지되다 1948년 8월 15일 공식적으로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됐다"면서 "정부수립이 아닌 건국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우리 헌법을 부정하는 행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에는 정부수립과 건국 구분 없이 쓰기도 했다"며 "건국절로 하고 싶으면 국민적 동의를 얻으면 된다. 다만 30년 역사를 잘라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사회를 보는 창-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주제로 열린 이만열(78) 전 국사편찬위원장의 강연(2016.6.7)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한국사회를 보는 창-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주제로 열린 이만열(78) 전 국사편찬위원장의 강연(2016.6.7)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은 1938년 경남 함안에서 태어나 서울대 사학과를 졸업했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이후 합동신학대학교에서 공부했으며 숙명여대 사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1980년 신군부세력에 의해 해직됐다.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제8대 국사편찬위원장을 맡았으며 현재 숙명여대 명예교수로 있다. 주요 저서로는 『감히 말하는 자가 없었다』(2010), 『한국기독교와 민족의식』(2014)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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