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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최순실 사태 대책과 정치개혁
[김윤상 칼럼] "대통령이 사퇴 않으면 헌법에 따라 탄핵 절차 시작해야"
2016년 11월 10일 (목) 16:05:28 평화뉴스 pnnews@pn.or.kr

  박근혜-최순실 사태로 인해 우리 정치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국민이 대표를 뽑아서 국정을 맡기는 민주정에 대해서 깊은 절망감을 느끼는 국민도 많습니다. 분노가 이성을 앞서는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고함만 질러서는 나아지는 게 없습니다. 좀 차분히, 당면 문제에 대한 단기 대책과 정치제도를 개혁하는 장기 대책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합니다.

1. 단기 대책 – 사퇴 또는 탄핵

  다수의 국민은 대통령 사퇴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무능한데다가 중대한 위법행위까지 드러났으니 당연한 요구입니다. 그런데 공식적인 해결사인 정치권은 망설입니다. 석고대죄해야 할 여당은 그렇다 치더라도 야권도 한심합니다. 정의당을 제외한 야권 2당은 대통령의 2선 후퇴를 전제로 한 거국내각 구성을 요구하다가 국민의 눈총을 의식하면서 조금씩 수위를 높이고 있는 형편입니다.

  2선 후퇴? 대통령이 권한 없이 결재만 하라는 이런 주장은 위헌입니다. 대통령이 2선 후퇴를 약속한다고 해도 그건 아무런 법적 구속력이 없어 빈 말이 될 수 있습니다. 2선 후퇴의 구체적인 범위도 모호합니다. 이후 국정이 잘못될 경우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할지도 모르게 됩니다.

   
▲ 박근혜 퇴진 1차 대구시국대회(2016.11.5.대구2.28공원 옆)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헌법에는 이런 경우에 적용할 탄핵이라는 제도를 두고 있는데 왜 야당이 정공법을 취하지 않는 걸까요? 대통령 탄핵소추는 국회재적의원 과반수의 발의와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데(헌법 65조), 야권 의석수가 3분의 2를 넘지 못하는 현실을 의식한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도 헌법에 따라 당당하게 추진하면서, 한편으로는 국민 여론에 호소하고 다른 편으로는 여당 내의 이성적인 세력을 설득해야 하지 않을까요? 탄핵소추 의결이 성사되면 헌법재판소의 심판이 있을 때까지 대통령 권한행사가 정지되므로 야권이 바라는 2선 후퇴 이상의 효과가 나타납니다.

  야권이 탄핵을 추진하지 않는 또 하나의 이유로 대통령 임기가 1년 남짓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도 작용하는 듯합니다. 그러나 이것도 짧지 않은 시간입니다. 특히 외교가 걱정입니다. 자국 이익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박근혜 대통령의 약점을 악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개성공단 폐쇄, 사드 배치 등에서도 보듯이 대 북한/중국 관계도 한 순간에 악화될 수 있습니다.

  제가 바라는 단기 대책은 이렇습니다. 대통령은 사고로 인해 직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되었다고 스스로 선언하고 여야 합의에 의한 새 총리가 헌법 71조에 따라 권한대행을 맡습니다. 각 정당의 준비 시간을 고려하여 대통령직 사퇴는 내년 1월 중, 차기 대통령 선거는 헌법 68조에 따라 그 60일 이내인 3월 중에 실시한다고 예고합니다. 대통령이 이렇게 하지 않는다면 야권은 헌법에 따라 탄핵 절차를 시작합니다.

2. 장기 대책 - 대통령 견제와 권한 축소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후보를 잘 모르면서 ‘묻지 마’ 투표를 한 국민, 후보의 자질이 부족한 줄 알면서도 정권만 잡으면 된다고 밀어붙인 정치인 등 사람의 문제도 심각합니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제도의 문제, 특히 대통령의 권한이 너무 크며 견제도 부족하다는 문제에 국한하여 생각하려고 합니다.

  이 문제를 개헌 없이도 예방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국회의원 선거를 비례대표제로 바꾸는 것입니다. 이 방안은 이미 2015년 초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제안하기도 하였습니다. 1등만 당선되는 소선구제에서는 사표가 대량으로 발생하고 거대 정당의 국회 의석 점유율이 득표율에 비해 훨씬 높아집니다. 국회와 국민이 따로 노는 것이지요. 그러나 비례대표제가 시행되면 원내 제1당이라고 해도 웬만해서는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면 대통령은 국회 및 야당과의 대화와 설득을 통해 국정을 운영하게 됩니다. 실질적 다당제 하에서는 어느 정당과도 제휴할 가능성이 열려 있으므로 지금과 같은 극단적인 대결과 증오의 정치도 사라집니다.

  국민의 투표 태도 역시 달라집니다. 선택지가 사실상 둘 밖에 없는 지금은 특정 정당이 좋아서라기보다 다른 정당이 싫어서 반대투표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실질적 다당제로 정치 생태계가 다양해지면 자신이 좋아하는 정당을 골라 찍을 수 있습니다.

   
▲ 2.28공원에서 '굿바이근혜' 피켓을 든 대구 시민(2016.10.2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또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표현도 있듯이 대통령의 권한은 너무 큽니다. 특히 중립적 공공기관의 인사권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기관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 백남기 농민의 경우처럼 집회 및 시위에 대해 경찰이 과잉 대응하는 경우가 많은데, 경찰이 주권자인 국민이 아니라 인사권자인 대통령에게 충성한다는 사실을 입증합니다. 그러므로 적어도 검찰, 경찰, 특검, 국정원 등 권력기관 그리고 방송통신위원회나 한국방송공사 등 언론기관 등에 관한 인사는 대통령 손에서 분리해야 합니다.

3. 개헌? 한다면 내각제로

  필자는 이 정도만 해도 문제가 대부분 방지될 것으로 생각하지만, 개헌이 꾸준히 중요한 정치 의제로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개헌 문제에 대해서도 간단히 언급하려고 합니다.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는 과정에서 왕정 대신 채택한 대통령제는 국민이 선거하는 군주제와 다름없습니다. 여당이 의회의 다수 의석을 차지하게 되면 입법부가 행정부를 견제하라는 권력분립의 원칙도 무력해지고 맙니다. 반면, 민주주의 선진국에서는 대부분 의원내각제를 택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선거가 없어 정치 비용이 절약되는 장점도 있습니다. 그래서 개헌을 한다면 비례대표제를 기반으로 하는 의원내각제로 전환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일각에서는 대통령 4년 중임제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이건 대통령 권한을 오히려 확대하는 방향 착오입니다. 프랑스처럼 외치와 내치를 나누어 담당하는 2원집정부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업무를 깔끔하게 분할하기도 어렵고 국정의 일관성, 책임성에도 문제가 생길 것으로 봅니다.

  위기는 곧 기회입니다. 눈앞의 단기 대책만이 아니라 근본 대책에 대한 지혜까지 모을 때입니다.

   





[김윤상 칼럼 71]
김윤상 / 경북대 행정학부 석좌교수.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 이 글은 대구참여연대 소식지에도 함께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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