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동과 대구 시민들, 광장서 90분간 시국을 논하다

평화뉴스 김영화, 김지연 기자, 윤명은 인턴기자
  • 입력 2016.11.26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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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민공동회 / 시국대회 후 중앙로에서 3만여명과 자유토크 "대구의 명령이다, 박근혜는 하야하라"


대구만민공동회를 진행한 방송인 김제동(42)씨(2016.11.2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만민공동회를 진행한 방송인 김제동(42)씨(2016.11.2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헌법을 위반한 박근혜 대통령은 즉각 내란죄로 구속돼야 한다"

대구 시민 앞에선 김제동씨의 발언은 거침 없었다. 그는 헌법 1조를 읊으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모든 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를 지키지 않은 박 대통령은 지금 즉시 퇴진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헌법 정신이다. 그렇지 않은가"라고 말해 시민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방송인 김제동씨의 사회로 진행된 대구시민 만민공동회(2016.11.26.중앙로) /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방송인 김제동씨의 사회로 진행된 대구시민 만민공동회(2016.11.26.중앙로) /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중앙로 대중교통지구를 가득 채운 시민들(2016.11.26)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중앙로 대중교통지구를 가득 채운 시민들(2016.11.26)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방송인 김제동(43)씨와 대구 시민 3만여명이 광장에서 첫 만민공동회를 열고 90분간 시국을 논했다.

'박근혜 퇴진 촉구 대구비상시국회의'는 26일 저녁 대구 중앙로에서 김제동의 만민공동회를 열었다. 지난 5일부터 26일까지 매주 토요일 저녁 진행된 4번의 대구시국대회 후 시민들이 자유롭게 참여하는 토크콘서트는 이날이 처음이다. 첫눈이 내려 참여가 저조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시민들은 시국대회 후 자리를 떠나지 않고 궂은 날씨 속에서도 아스팔트 도로 바닥에 앉아 김씨와 열띤 시간을 가졌다.

참가자들의 시국 발언을 듣고 있는 대구시민들(2016.11.2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참가자들의 시국 발언을 듣고 있는 대구시민들(2016.11.2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김씨는 "대한민국이 잘되는 것은 여러분 덕이다. 그때까지 촛불이 꺼지지 않아야 한다"며 "국민은 표현의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다. 여러분이 든 촛불이 권력자들에게 길을 밝혀 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대구는 박근혜 고향이기 전에 청년을 위해 불사른 전태일의 고향이자,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국채보상운동을 일으킨 곳이고, 일본이 침략했을 때 일어난 곳"이라며 "박정희 동상을 세울 것이 아니라 주름진 엄마와 아버지, 독일간호사와 월남 파병자에게 세금을 쓰는 것이 더 옳다"고 했다.

구미 고등학교 교사 강태욱씨가 발언하고 있다(2016.11.26) / 사진.평화뉴스 윤명은 인턴기자
구미 고등학교 교사 강태욱씨가 발언하고 있다(2016.11.26) / 사진.평화뉴스 윤명은 인턴기자
추운 날씨에도 시국을 논하고 있는 대구시민 3만여명(2016.11.26)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추운 날씨에도 시국을 논하고 있는 대구시민 3만여명(2016.11.26)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또 "세금을 우리 아이들한테 써야지 최순실 일가 주머니를 채우기 위해 사용해선 안된다"면서 "이를 어긴 대통령 박근혜는 즉각 내려와야 한다. 대구의 명령이다. 박근혜는 하야하라"고 외쳤다.

고등학생부터 비정규직 노동자, 고시준비생, 교사, 자영업자, 한 아이의 아버지 등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은, 박근혜 정권 4년간 자신이 느낀 정치적 문제를 꼼꼼히 나열하며 국정농단 사태뿐 아니라 시국 전반 이슈를 토로했다. 밤이 깊어갈수록 기온이 떨어져 입에선 하얀 입김이 뿜어져 나오고 몸이 떨려와도,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옆 사람과 가까이 몸을 당겨 앉아 서로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냈다.

고등학생이 현 시국에 대한 생각을 시민들에게 전하고 있다(2016.11.26)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고등학생이 현 시국에 대한 생각을 시민들에게 전하고 있다(2016.11.26)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30대 대구 시민 김종훈씨는 "사태 뿌리는 박근혜다. 불쌍하다고 찍었는데 오히려 나라가 불쌍해졌다"며 "청와대 때문에 쪽팔려서 고개도 못 들고 다닌다"고 말했다. 구미의 한 고등학교 교사 강태욱씨는 "36명 학생이 나에게 하야하라, 내려와라, 담임이 아니라고 한다면 이유를 생각않고 받들어 내려올 것"이라며 "누군가 싫다고 한다면 왜 싫다고 하는지 생각하는 게 사람의 도리"라고 지적했다.

2008년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에 가입했다 2013년 탈퇴했다는 한 20대 고시생은 "대통령 개인 일탈이 아니다. 대한민국이 세월호처럼 침몰하고 있다"면서 "권력의 욕망을 이기지 못한 권력자는 죽는다. 박근혜도 스스로 해치고 있다. 백성을 사랑한다면 더 늦기 전에 하야하라"고 호소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관련 발언 중인 대구시민 김종훈씨(2016.11.2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관련 발언 중인 대구시민 김종훈씨(2016.11.2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웃고 울고 떠들고. 촛불 시민들은 행복한 표정으로 도로 위 자리를 지켰다. 김제동씨로부터 마이크를 넘겨 받기 위한 시민들의 경쟁은 치열(?)했다. 너도나도 손을 들어 국정에 대한 자신들의 의견을 쏟아냈다. 국정교과서, 최저임금, 대기업, 취업, 사드까지 다양한 분야 문제들이 시민들의 입에서 나왔다. 만민공동회 끝에는 대구 출신 포크가수인 고(故) 김광석씨의 노래 '일어나'를 합창하며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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