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관지배 4년

평화뉴스
  • 입력 2016.12.29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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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 / "환관들이 황제 옹립하는 시대...더 이상 바다는 그 배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2016년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이맘때면 교수신문은 1년간을 한마디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말들을 근거로 박근혜 정부 4년을 되돌아봅니다.

취임 후 첫해를 마감하면서 교수신문은 '잘못된 길을 고집하거나 시대착오적으로 나쁜 일을 꾀한다는 말로 2013년을 도행역시(倒行逆施)라 표현했습니다. 이 말을 추천한 육영수 중앙대 교수(서양사)는 "박근혜 정부 출현 후 국민 기대와 달리 역사의 수레바퀴를 퇴행적으로 후퇴시키는 정책·인사가 고집되는 것을 염려하고 경계한다"고 했습니다. 다시 말해 박근혜 정부에 대한 염려와 문제 제기로 시작한 것입니다.

<한국일보> 2016년 12월 28일 오피니언 30면
<한국일보> 2016년 12월 28일 오피니언 30면

그 다음해 초 국민들은 '제구포신(除舊布新, 구악을 퇴치하고 새로운 가치관과 시민의식을 고양할 것)'이라는 말로 2014년을 기대했지만 "정치 개입은 있었지만 선거 개입은 아니다", "공문서는 위조했지만 간첩 조작은 아니다" "KBS에 협조 요청은 했으나 언론 통제는 아니다"라는 몽롱한 언어 희롱이 장기인 법률가와 청와대의 궁색한 변명에 대하여 속임과 거짓으로 지록위마(指鹿爲馬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한다)라는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이 답답한 해 였습니다.

2015년 역시 그 범주의 끝을 향해 치닫고 있었습니다. 제발 세월호 침몰에 관한 참말을 바랐지만, 거짓을 벗어나 진실을 깨치고 새 길을 모색하자는 '전미개오'(轉迷開悟)'라는 말로 거듭나야 할 것을 요청했지만 연말에 마주한 대한민국 모습은 '혼용무도'(昏庸無道, 나라 상황이 마치 암흑에 뒤덮인 것처럼 온통 어지럽다)'였습니다

박근혜-최순실 비판 피켓을 든 시민(2016.10.28.대구한일극장)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박근혜-최순실 비판 피켓을 든 시민(2016.10.28.대구한일극장)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마침내 지금까지 관례를 깨고 한문으로 된 사자성어가 아닌 용비어천가 구절 '꽂 됴코 여름하나니(꽃이 좋고 열매가 많으니)'라고 희망의 메시지를 보낸 2016년이었지만 '혹시나'는 '역시나'였습니다. 그리하여 촛불 물결이 바다가 된, 즉 순자에 나오는 '군주민수(君舟民水, 백성은 물, 임금은 배이니 강물의 힘으로 배를 뜨게 하지만 강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로 박 대통령 4년은 정확히 정리됐습니다. 

'내시환관당'으로 바뀐 새누리당 대구시당 간판(2016.12.3) / 사진.평화뉴스 윤명은 인턴기자
'내시환관당'으로 바뀐 새누리당 대구시당 간판(2016.12.3) / 사진.평화뉴스 윤명은 인턴기자

이 모든 일이 국민이 세금을 주고 뽑은 정부의 모든 관리들이 행한 일이라기 보다는 어리석고 무능한 관리들 수장과 환관처럼 붙어 그것을 알고 자신의 영달을 꾀하는 십상시, 문고리 3인방, 나아가 속이 뒤집힐 정도로 화가 나는 최순실과 그 일당(새누리당, 삼성 등 재벌 포함)이 무능한 황제 곁에서 온갖 악행을 일삼았던 환관무리와 다를 바 없이 행동했음을 보며 눈에 불이 날 지경이지요.

국회의원들의 청문회가 매일 뉴스의 중심이 되고 그들의 말 한마디, 몸짓, 행동, 눈빛 하나가 뉴스의 포커스가 되는 지금을 조조(曹操)는 이렇게 말할 것 같습니다.

"군주와 환관의 관계는 형(形, 실체)과 영(影, 그림자)으로 비유할 수 있다...하진이 환관의 전멸 계획을 세웠을 때 조조는 이를 웃으며 '환자(宦者)의 관(官)은 옛날부터 있어 왔다. 다만 세주(世主)의 권력과 총애를 가장했기에 마침내 일이 이 지경에 이르지 않았는가? 그 죄를 벌하려한다면 먼저 원악(元惡)을 베어내면 될 터, 그 일은 옥리(獄吏)한 사람으로 족하다'고 단언했다. 악의 근원은 군주에게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국정농단' 공범으로 지목된 대구 여당 의원들(2016.12.24.대구 중앙로)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국정농단' 공범으로 지목된 대구 여당 의원들(2016.12.24.대구 중앙로)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또 감로의 변 당나라 14대 황제 문종은 환관 세력을 제거하려 친위쿠데타 '감로의 변'을 일으켰으나, 오히려 환관 세력에 의해 제압되는데 그 후 환관에 의해 당나라가 움직이는 계기를 만든 사건 '감로지변(甘露之變)' 후 군주와 환관의 관계는 절정을 이루었다고 합니다.

즉 5명의 황제를 모두 환관이 옹립하는 환관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지요. 그 때 구자량이라는 환관이 은퇴하면서 가르친 '군주조종법'에는 "천자에게는 틈을 주어서는 안 된다. 늘 마음껏 사치를 누리게 해 눈과 귀를 즐겁게 해 주어야하며 온갖 수단을 동원해 다른 일을 생각할 여유를 주어서는 안 된다...결코 독서를 하게 하거나 유자(儒者)와 친하게 해서는 안된다"(환관이야기. 미타무라 다이스케 지음.한종수 역. 도서출판 아이필드, 2015)라고 적혀있답니다.

친일파.재벌.새누리.검찰.언론 '공범처벌'(2016.12.17.대구 중앙로)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친일파.재벌.새누리.검찰.언론 '공범처벌'(2016.12.17.대구 중앙로)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8차 대구시국대회에서 '박근혜 퇴진' 촛불을 든 시민들(2016.12.24)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8차 대구시국대회에서 '박근혜 퇴진' 촛불을 든 시민들(2016.12.24)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천년이 훨씬 지난 시대의 이야기가 오늘 우리나라에서 그것도 구중궁궐이니 황권 운운하는 시기의 이야기가 같은 모습으로 21세기 IT 천국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온갖 악행의 무리가 돈으로, 힘으로 발악하는 곳이 바로 2016년 대한민국입니다.

그래서 더 이상 바다는 그 배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촛불로 횃불을 만들고, 외침이 호통이 된 지금의 우리나라입니다.







김영민
/ 전 구미YMCAㆍ김천YMCA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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