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수(89)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가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광장의 소녀상 건립을 위해 나섰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구평화의소녀상건립 범시민추진위원회'는 13일 오후 소녀상 설치 장소를 논의하기 위해 윤순영(64) 대구 중구청장을 비롯한 관계자들과 면담을 가졌다. 특히 이날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 당사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참석해 소녀상의 대구백화점 앞 설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할머니와 추진위는 "많은 이들이 소녀상을 보고 역사적·인권적 의미를 되새길 수 있도록 유동인구가 많은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중구청은 "대구백화점 앞은 광장이기 전 도로이기 때문에 통행에 불편을 줄 수 있어 조형물을 세울 수 없다"는 입장이다.
1시간가량의 면담을 끝내고 나오는 이용수 할머니는 면담 결과가 어땠냐는 질문에 "말도 꺼내지 말라"고 소리쳤다. 이날 면담에서도 양 측의 의견 차이는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구청은 "대구백화점 앞은 도로이기 때문에 도로법 시행령에 따라 조례로 지정된 조형물만 설치할 수 있다"며 ▷국채보상공원 ▷계산동 쌈지공원(3.1만세운동길) 등을 제안했다.
추진위는 동성로 소녀상 건립을 위해 지난 6개월여간 5천여만원을 모금했으며 지난 10월부터 대구백화점 앞 부지 확보를 위해 중구청과 논의를 벌여왔다. 현재 소녀상은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 모형을 원용해 제작에 들어간 상태이며 오는 3.1절 건립을 목표하고 있다. 추진위는 오는 16일 회의를 거쳐 중구청 제안 수용 여부를 정할 방침이다.
신효철 범추위 집행위원장은 "중구청이 도로를 이유로 반대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시민들의 염원과 역사·인권·평화적 상징을 지자체가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수원이나 원주는 지자체에서 관할하고 관리한다"면서 "소녀상은 시대의 요구이자 시민들의 요구"라고 주장했다.
반면, 윤형구 중구청 도시관광국장은 "대구백화점 앞은 많은 행사가 벌어지는 장소이기 때문에 소녀상이 세워진다면 시민 통행뿐 아니라 행사 때마다 불편해 질 것"이라며 "상징적 의미를 넘어 시민들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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