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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자 이이화 "촛불로 민주국가 완성...벌줄 것은 벌줘야"
대구 강연 / "국정교과서는 박정희 미화 목적, 전 세계 웃음거리...대구, 10월항쟁·인혁당에 관심을"
2017년 02월 24일 (금) 11:52:30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jyeon@pn.or.kr

대구 출신 재야 역사학자 이이화(79) 민족문제연구소 시민역사관건립위원장이 "친일 청산은 민족이 위기에 처했을 때 부역자가 다신 나와서 안 된다는 역사적 교훈을 되새기기 위해서"라며 "그러나 친일을 이야기하면 빨갱이, 종북·좌파라는 소리를 듣는다. 기가 찰 일"이라고 말했다.

또 "독일, 프랑스뿐 아니라 과거 제국주의 식민지였던 동남아 국가들조차 전범, 부역자들을 청산했고, 지금도 부역자들을 찾아내고 있지만 한국만 그러지 못했다"며 "그러나 과거 원수를 갚기 위해 복수하는 것이 아닌 미래를 위한 화합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족문제연구소대구지부(지부장 오홍석)'는 22일 저녁 중구 대구시민공익활동지원센터 상상마당에서 '대구경북 친일을 말하다 "있는 그대로"'를 주제로 시민들과 역사학자 이이화 위원장과 대화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강창덕 4.9인혁재단 이사장, 채영희 10월유족회장, 청구대 설립자 야청 최해청의 아들 최찬식씨 등을 비롯해 시민 60여명이 참석했으며 저녁 7시부터 2시간가량 진행됐다.

   
▲ 역사학자 이이화(79) 민족문제연구소 시민역사관건립위원장(2017.2.22)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이 위원장은 "김원봉, 여운형 등 독립운동과 해방 후 건국운동을 한 많은 이들은 사회주의라는 이유로 배제돼 왔다. 보훈처에서 관리하는 독립유공자 명단에 들어가지 말았어야 할 사람이 잘못 올라간 경우도 많다"면서 "친일인명사전을 만들어 역사의 거울로 삼는 것도 중요하지만 빠진 독립운동가들의 업적을 기려 제대로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일제잔재를 청산하지 못한 책임은 친일세력뿐 아니라 미군정에도 있다"며 "3.8선이 그어질 때 미군정은 일제가 한민족을 바라보는 관점을 그대로 받아들여 우리와 상의하지도 않았다.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학살 희생자들의 후손들은 역적, 빨갱이로 몰려 진상규명조차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4.19 혁명 후 5.16쿠데타가 일어났고, 6월 항쟁 후 노태우 정권이 들어서면서 이 같은 문제가 70년 넘게 지속돼 왔다"면서 "이번 촛불로 진정한 민주국가를 완성해 왜곡된 것을 바로잡아 보상할 것은 보상하고, 벌줘야 할 것은 벌 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대구 시민사회가 10월항쟁, 인혁당 사건의 희생자, 유가족들이 겪은 고통에 관심을 갖고, 진상규명에 힘써야 한다"며 "시민의식이 그만큼 성장했기 때문에 우리가 어렵게 쌓아놓은 것이 후퇴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대구경북 친일을 말하다 "있는 그대로"'를 주제로 열린 이이화 위원장과의 북콘서트 (2017.2.22)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특히 그는 대구읍성을 허물어 일본 상인들이 상권을 장악하게 만든 박중양, 일본군에 비행기 100대 헌납운동을 주도한 문명기, 근로정신대·위안부 등 인력동원에 앞장선 장직상 등 대구경북 대표 친일부역자들을 거론하며 "자발적이든, 생계형이든 당시 반민특위법에 따르면 범죄행위였다. 시시비비를 가려 올바른 선례를 남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정교과서와 개성공단 폐쇄 등 현 정부 정책에 대한 쓴소리도 이어졌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는 이유는 오직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을 미화하기 위해서다. 국정교과서를 강행하면 전 세계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며 "역사교육은 학생들의 상상을 통해 역사적 교훈과 민족의식을 직접 체득해야 하는 것이다. 학생들의 의식을 바꿀 수 있는 국정교과서는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날 지역 원로들을 비롯해 시민 60여명이 참석했다(2017.2.22)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또 "분단은 식민지 수탈로 인한 우리 민족의 고통에서 비롯됐고, 북핵문제와 6자회담 결렬까지 현재 진행 중"이라며 "남북간 무기대결과 개성공단 폐쇄만이 안보인줄 안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고의 병법"이라고 정부의 안보관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비판했다.

1937년 대구에서 태어난 이이화 위원장은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학교를 마치지 못하고 생업에 종사하다 독학으로 한국사 연구에 나섰다. 이후 역사문제연구소 소장,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이사장, 서원대 석좌교수 등을 맡았으며 현재 민족문제연구소 시민역사관건립위원회 위원장으로 식민지 근대역사박물관 건립에 힘쓰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조선의 마지막 100년 민란의 시대(2017)」,「경상도 대구동학농민혁명(2015)」등이 있다.

이후 같은 주제로 지역인사들의 토론도 이어졌다. ▷여은경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의 '대구경북 친일의 민낯' ▷송호상 동양대학교 교양학부 교수의 '대구 근대로(路)에서 만나는 친일' ▷차경호 대구역사교사모임 대표의 '역사교육 현장에서 만나는 친일' ▷김두현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사무처장의 '남북통일과 친일의 상관관계' 등에 대해 발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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