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근혜 부역자들과 새로운 MBC 만들 수 없다"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7.02.14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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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건협 언론노조MBC본부 수석부본부장 "낙하산 막을 언론장악방지법 제정, 공정성 되찾아 국민의 품으로"


언론노조MBC본부 수석부본부장에 당선된 도건협 대구MBC 전 노조위원장(2017.2.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언론노조MBC본부 수석부본부장에 당선된 도건협 대구MBC 전 노조위원장(2017.2.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엠빙신도 아니고 개쓰레기...아 시원하더라. 틀린 말이 아니라 자조의 웃음만 났다"

언론노조 MBC(문화방송)본부 신임 수석부본부장에 당선된 도건협(48) 전 대구MBC 노조위원장의 말이다. 기자 출신인 도 전 위원장은 6~8일 실시된 12대 집행부 선거에서 본부장에 도전한 김연국 기자와 한 조로 출마해 1,521표 중 1,482표를 얻어 당선됐다. 10일 출범식을 가졌고 13일부터 2년 임기에 들어갔다. 

도 전 위원장은 선거 기간 중인 지난 3일 <평화뉴스>와 대구 중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이 자리에서 1월 2일 대구MBC 신년특집 <깨어나 일어나>에서 방송된 한 시민의 말을 거론하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당시 방송을 보면 대구 촛불집회에 참석한 한 시민은 "MBC 개쓰레기 아니가 이것들! MBC 제일 싫어한다. 대통령 지지율이랑 여기(MBC) 지지율이나 똑같다"고 비판해 이슈가 됐다.

<대구MBC> 1월 2일자 신년특집 '깨어나 일어나'
<대구MBC> 1월 2일자 신년특집 '깨어나 일어나'

그는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게 언론인데 그걸 안하니 비판 받는 게 당연하다"며 "기본적인 것을 지키지 못했으니 조롱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결국 "MBC가 조롱거리가 된 것은 권력으로부터 독립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공정성을 되찾아 반드시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특히 "뉴스를 망가뜨린 이명박근혜 정권 부역자들과는 새로운 MBC의 미래를 만들 수 없다"며 "부역자는 반드시 척결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정권이 교체되도 현 구조가 그대로면 권력의 입김은 작용할 수밖에 없다"면서 "낙하산을 막기 위해선 언론장악방지법 통과도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MBC의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 9명 가운데 3명은 청와대, 3명은 여당, 나머지 3명만 야당이 추천한다. 또 이처럼 6대3으로 여권성향이 강한 방문진이 MBC 사장을 선임한다. 정치적 중립에서 벗어난 방문진의 근본적인 구조적 문제로 인해 공영방송은 7년째 내홍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인터뷰 중인 도건협 대구MBC 전 노조위원장(2017.2.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인터뷰 중인 도건협 대구MBC 전 노조위원장(2017.2.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때문에 야3당은 공영방송 이사회를 여야 7대6 구조로 바꾸고 사장 선임은 이사 3분의2 이상 찬성을 얻게하는 언론장악방지법을 공동발의했다. 노조는 법이 통과되면 낙하산 인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자유한국당(전 새누리당), 바른정당 반대로 7개월째 상임위도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이어 도 전 위원장은 지역사 독립성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했다. "지역MBC도 부역자 척결과 언론장악방지법 통과 2가지가 기본적으로 전제돼야 한다"며 "덧붙여 지역 자율성, 사장 선임 절차 투명성을 위해 사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지금보다 더 망가지는 것은 생각하기도 싫다"고 고개를 저었다.

MBC 노조의 공정방송.지역사 자율 쟁취 1박2일 투쟁(2012.6.14.대구MBC)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MBC 노조의 공정방송.지역사 자율 쟁취 1박2일 투쟁(2012.6.14.대구MBC)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엠빙신으로 시작해 일베데스크, 청와대뉴스, 친박뉴스에 이어 애국보수방송까지. 7년간 공영방송 MBC에 따라붙은 조롱의 말이다. 이야기는 이명박 전 대통령 측근 김재철씨가 2010년 사장으로 낙점되며 전개됐다. 정권에 불편한 보도는 삭제·축소, 시사프로는 폐지됐다. 보도가 망가지기 시작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지난 2012년 낙하산에 맞서 창사 이래 170일이라는 최장기 파업을 벌였다. 기자, 아나운서, PD 등 구성원 대다수가 방송을 접었다. 공정방송을 내건 MBC노조의 파업은 대선과 맞물려 국민적 지지를 얻었다. 당시 대구지부도 김재철 사장이 임명한 차경호 대구MBC 사장 퇴진과 공정방송 사수 등을 내걸고 뉴스 중단이라는 초유의 강수까지 두며 129일 최장기 파업을 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 당선으로 보수정권이 재집권하면서 파업에 나선 이들은 줄줄이 잘려나갔다. 사측으로부터 징계(해고·명령휴직·정직·감봉) 받은 이들은 서울지부와 지역지부 전체 94명에 이른다. 당시 권창모 대구지부장은 정직 5개월, 도건협 부지부장 등 3명은 감봉 1개월에 처해졌다. 또 서울에서는 본래 업무와 무관한 부서로 전보시키고 외곽부서를 전전케 하는 부당 전보가 165건에 이른다.

대구경북 언론노동자 시국선언(2016.11.26.대구2.28공원)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경북 언론노동자 시국선언(2016.11.26.대구2.28공원)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공정방송을 요구한 대가는 가혹했다. 이들의 빈자리는 다른 이들에게 돌아갔다. 공정성은 희박해지다 못해 급기야 세월호 전원 구조 오보와 최순실 국정농단 등 대형이슈에 침묵하는 보도참사로 이어졌다. 촛불 대신 태극기집회를 조명했고 태블릿PC에 의혹을 제기하는 어이없는 보도가 이어졌다. 뉴스 시청률과 신뢰도는 곤두박질쳤고 국민의 조롱거리도 되지 못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MB에서 박근혜 정권까지 이어진 'MBC 잔혹사'는 현재진행형이다. MBC는 여전히 권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편 전국 17개 지역MBC 최대주주는 MBC 본사다. 1980년 신군부 언론통폐합 조치로 지역MBC 주식 51~100%가 본사로 넘어갔다. 가맹사 체제였던 MBC와 지역MBC 관계는 본사와 계열사로 바뀌었다. 대구MBC도 1980년까지 쌍용이 100% 지분을 소유했지만 신군부가 51%를 본사로 강제 귀속시켜 계열사가 됐다. MBC 본사는 방송문화진흥회가 70%, 정수장학회가 30%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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