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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가장 긴 날, 쓸쓸히 떠난 그들을 기억하며
무연고·노숙인, 올 한해만 대구서 최소 62명... "의료 등 지원제도 허점, 사회안전망 확충해야"
2015년 12월 23일 (수) 09:51:51 평화뉴스 김지연 인턴기자 pnnews@pn.or.kr

"당신을 기억합니다." 

   
▲ '2015 거리에서 죽어간 노숙인 추모제'...분향소가 차려진 무대 위에 놓인 옷과 신발, 국화꽃(2015.12.22. 대구2.28공원)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인턴기자

대구에서 노숙인 추모제가 열렸다. 추모제에서는 추위와 건강 등으로 외롭게 세상을 떠난 노숙인을 추모하는 공연과 함께 지원제도의 문제를 비판했다.

12월 22일 저녁 대구 2.28공원 중앙무대에서 대구지역 9개 시민단체가 함께하는 '반빈곤네트워크'가 '2015 거리에서 죽어간 노숙인 추모제'를 가졌다. 추모제에는 대구쪽방상담소, 주거권실현을위한대구연합을 비롯한 시민단체 회원 등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분향소를 설치하고 무료진료소 운영, 동지팥죽 나누기. 노숙인 글과 사진 전시도 진행됐다. 2009년 처음 열려 올해로 7회째인 노숙인 추모제는 일 년 중 밤이 제일 길다는 동짓날을 맞아 열렸다.

   
   
▲ 쓸쓸하게 떠난 노숙인들을 추모하는 시민들(2015.12.22. 대구2.28공원)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인턴기자

2015년 대구의 무연고·노숙인 사망자는 현재까지 확인된 인원만 62명(중구 5명, 동구 17명, 서구 17명, 남구 6명, 북구 12명, 달서구 3명, 달성군 2명, 수성구는 미집계)이다. 추모제에서는 이들의 삶을 기억하고 그들의 죽음 역시 존엄함을 되새겼다.

장민철 대구쪽방상담소장은 "연말, 그분들이 가지고 있는 추억도 함께 기억하자"며 추모제의 시작을 알렸다. 신경현 노동자시인은 자작시 <부활> 낭송으로 쓸쓸히 죽음을 맞이한 노숙인들을 기렸다. 그는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은 한사람이 죽어가는 자리와 그의 삶이다. 연말연시 들뜨고 즐거운 분위기가 만연하지만 그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함께 해야 한다"고 말했다.

   
▲ "년도미상 동대구역에서 사망 故 유0환"...분향소에 마련된 위패에는 대부분 '년도미상'이라고 적혀 있었다.(2015.12.22. 대구2.28공원)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인턴기자
   
▲ '2015 거리에서 죽어간 노숙인 추모제...쓸쓸하게 떠난 노숙인들을 추모하는 시민들(2015.12.22. 대구2.28공원)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인턴기자

쪽방거주민 당사자 증언도 이어졌다. 60대의 변씨는 "담뱃값, 술값을 올려놓고 말로만 국민을 위한다고 한다"며 "시급 조금 올려주고 혹한기, 혹서기에 일하지 마라고 한다. 오히려 춥고 더운 날 더 일거리가 필요한 것을 모른다"고 정부정책과 행정기관을 비판했다.

박남건(39) 대구희망진료소 의료진은 "무료건강검진을 받으라고 해도 노숙인 10명중 6명은 받지 않는다. 검사 결과 큰 병이 생길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며 "각 구청마다 지원제도가 있지만 비급여나 선택진료제 등 허점이 있다"고 밝혔다. 또 "빈곤층과 거리의 노숙인들, 쪽방거주민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고 민관이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구희망진료소는 대구 중구 곽병원 별관에서 의료취약계층을 통합 진료하는 곳이다. 대구쪽방상담소와 대구노숙인종합지원센터에서 각각 무료진료 보던 곳을 통합해 작년 11월 문을 열었다. 노숙인과 쪽방주민 등을 대상으로 기본적인 진료가 이뤄지고 필요한 경우 곽병원, 대구의료원 등에서 추가진료가 이어진다.

극단 ‘함께사는 세상’의 조인재씨의 퍼포먼스 공연을 끝으로 시민들은 마련된 분향소에 국화를 올려두고 죽은 이들의 명복을 빌었다. 헌화하려고 줄을 선 사람들의 끝에는 전동휠체어를 탄 70대 노인이 있었다. 그는 "편히 있으소" 한 마디를 한 뒤 몇 분간 묵묵히 분향소를 바라봤다.

   
▲ 극단 '함께사는세상' 조인재씨가 노숙인의 삶을 담은 추모 공연을 하고 있다.(2015.12.22. 대구2.28공원)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인턴기자
   
▲ "당신을 기억합니다"...추모제에는 50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2015.12.22. 대구2.28공원)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인턴기자

한편 정부 유사·중복사업 통폐합으로 '저소득층 주거환경 개선사업', '에너지지원사업' 등 지원이 줄어들었다는 문제점도 제기됐다. 유사·중복사업이란 과도한 중복집행을 방지하고 효율적인 행정을 위해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지원 대상과 내용이 동일·유사한 부분이 있으면 이를 통폐합해 일원화하는 제도다.

그러나, 지자체 복지사업은 주민들의 실제 빈곤여부 등 실태를 반영해 지원하는 사업이 많기 때문에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정작 지원이 절실한 사람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대상 선정도 명확한 기준 없이 2개월 만에 졸속 처리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 의원 자료에 따르면 통폐합 대상인 복지사업 중 저소득층과 장애인, 노인대상 사업이 전체 60%에 이른다. 대구지역에서 통폐합되는 사회보장사업은 56개이며 227억원의 예산이 축소된다. 이에 따라 혜택을 받지 못하는 대상자는 65만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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