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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추위에 쪽방, 사람들...
문틈 찬바람에 언 수도관 고드름, 전기장판..."날 풀리면 어디든지 가고 싶지만"
2016년 01월 28일 (목) 10:56:01 평화뉴스 김지연 인턴기자 pnnews@pn.or.kr

한파가 전국을 휩쓸고 간 1월 26일, 영하였던 최고기온은 5도까지 올랐지만 북구 칠성동 대구역 뒤편의 쪽방은 여전히 추웠다. 오래된 벽과 나무판자로 된 지붕은 찬 공기를 막아주지 못했다. 이가 안 맞는 문에는 비닐을 씌워 바람을 막았다. 쪽방에 사는 사람들은 낮 동안 일을 하러 가거나 따뜻한 곳을 찾아 방을 비웠다. 몸이 불편한 사람들은 그마저도 하지 못한 채 일인용 전기장판 위에서 하루를 보냈다.

   
▲ '쪽방 사람들이' 지내는 대구 칠성시장 인근의 한 여관(2016.1.26. 대구시 북구 칠성동)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인턴기자

권성모(63.가명)씨는 자신을 찾는 목소리가 들리자 불편한 몸을 이끌고 나왔다. TV도, 냉장고도 없는 한 평도 되지 않은 작은 방. 벽과 바닥에서는 한기가 그대로 올라와 실내에서도 입김이 나온다. 권씨의 발끝이 닿는 곳에는 조그마한 창문이 있었다. 문은 이가 맞지 않아 바깥이 훤히 보였다. 방 한쪽에는 옷가지와 쌀포대, 라면박스, 먹다 남은 떡, 냄비가 어수선하게 널부러져 있었다.

권씨는 30여년 전 건설 일을 하면서 사우디, 이라크를 오갔다. '귀국하고 보니 이미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하나뿐인 동생도 세상을 떠났다. 부인은 재산을 처분하고 소식이 끊겼다. 혼자 산 지 35년 됐다"고 했다.

권씨는 몇 년 전 교통사고를 당해 허리와 다리를 크게 다쳤다. 치료시기를 놓쳐 지금은 약을 먹으며 고통을 덜고 있다. 권씨는 "외과, 신경외과, 내과...병원이란 병원은 다 다닌다"면서 빨간색, 흰색 알약이 든 약봉지를 쏟아냈다.

방 안에서 따뜻한 곳은 그가 누워있던 전기장판이 전부다. 권씨는 대부분 누워서 하루를 보낸다. "요즘은 더 추워져서 집에 누워있는 것도 곤욕"이라며 어려움을 털어놨다. 이번 추위로 아저씨의 집 화장실은 꽁꽁 얼었다. "대변은 대구역 화장실에서 본다. 걷는 것도 힘들지만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 문틈...권모(63.칠성동)씨의 방문은 이가 맞지 않아 찬바람이 들어오고 있었다. / 고드름...최모(51.대신동)씨의 집 공동화장실. 수도관이 터져 물이 고드름이 되어 바닥까지 이어지고 있다.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인턴기자

오후 4시, 칠성시장 인근의 한 여관에는 6명이 산다. 왼쪽 끝 방에 사는 김모(85) 할아버지는 이른 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방에 들어가는 중이였다. 20년 전 부인과 사별한 후 혼자 살고 있다는 할아버지에게 조심스레 연세를 묻자 "주거지 불분명으로 주민등록이 말소됐었다. 8만원 내고 작년에 다시 발급받았다"면서 빳빳한 주민등록증을 꺼내보였다.

김 할아버지도 골수염 진단을 받고 진통제를 먹는다. 몇 년 전 병원 계단을 오르다 크게 넘어진 후 다리를 잘 못 쓰는 할아버지는 "날이 풀리면 어디든지 가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며 "요즘은 그냥 마누라한테 가고 싶은 생각도 든다"고 털어놨다.

그는 일주일에 한번 반찬을 배달하는 쪽방상담소 직원을 반겼다. 이번 주에 배달된 반찬은 짜장이라는 말에 "밥 비벼먹으면 진짜 맛있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당뇨와 같은 건강 문제로 평소에는 늘 싱거운 나물무침과 감자볶음 같은 반찬만 배달됐기 때문이다. "나이 드니까 맛을 모르겠다. 아무 맛도 나지 않아 간장 조금씩 타 먹는다"고 말했다.

   
▲ 노모(70) 할아버지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인턴기자
정현우 쪽방상담소 간사는 "쪽방촌에 거주하는 분들은 겨울철 추위도 문제지만 건강도 살펴야 한다. 추운 날에는 버티시다 3~4월 날이 풀리면 아프시거나 돌아가시는 분들이 많다"며 "지금부터 건강관리를 하고 자주 들러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처음에는 민감하게 반응하시는 분도 많고 이야기 하는 것을 꺼리지만 어느새 정들게 된다"며 "얼마 전에는 상담하러 오시는 한 분이 월세방을 마련해 집들이에 초대했다. 그럴 때는 힘들었던 모든 것을 잊고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라고 말했다.

노모(70) 할아버지는 서구 평리동의 한 여관에서 10년째 살고 있다.

"대구쪽방상담소가 세번 이사하는 것을 이 자리에서 지켜봤다"는 할아버지는 "내가 쪽방상담소의 역사를 다 알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찾아와서 말동무도 해주고 도와주는 상담소 직원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반찬을 갖다주고 짧게 나눈 대화에도 "이렇게 찾아와줘서 고맙다"고 했다.


중구 대신동 서문시장 인근 낡은 주택가. 쌀쌀한 바람이 계속 부는 텅 빈 집에서 최상원(51.가명)씨는 우스꽝스러운 화장을 하며 오후 장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가 사는 집은 쪽방은 아니지만 주인이 거의 방치하다시피해 6명이던 세입자들이 다 나가고 현재 최씨와 아흔이 넘은 할머니 둘만 남았다.

   
▲ 각설이 분장을 한 최모(51)씨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인턴기자
5~6개의 방이 있는 집에 화장실은 외부에 단 하나. 한파가 절정이던 지난 주말, 찬바람을 그대로 맞아서인지 화장실의 수도관이 터져 바닥은 물이 넘친 채 그대로 얼었다. "동사무소에도 신고해도 아무도 안 온다. 급한 놈이 해야지, 저녁에 와서 내가 망치로 깨면 된다"고 말했다.

최씨의 하루는 빨리 간다. 이른 아침부터 오전까지 폐지를 주워 마당 한켠에 둔 채 숨 돌릴 틈도 없이 그는 분장을 했다. 코는 딸기코모양, 볼에는 흉터자국, 눈은 시커멓게 색칠했다.

"나는 죄 지은거도 없고, 없이 살뿐이지 떳떳하다"며 사진을 찍는 것도 꺼리지 않았다. 그는 분장을 하며 "없이 사는 사람은 점점 힘들고 잘 사는 사람은 더 잘 산다"고 몇 번이나 말했다.

최씨는 97년 IMF가 올 때까지 서구에서 옷 가게를 했다. "한번 나락으로 떨어지니 열심히 살아도 회복될 수 없었다"고 한다. "돈이 많을 때는 나도 옆에 사람이 끊이질 않았지만 사업 망하고 빚더미에 앉다 보니 하나 둘 떠났다"며 씁쓸해했다.

한때 '잘 나갔다던' 최씨는 각설이분장을 하고 리어카를 끌며 엿을 팔러 다닌다. 명함을 만들어 개업하는 가게에 행사영업까지 하는 그는 "5년 전만 하더라도 겨울이라도 행사가 들어왔었는데 요즘은 뚝 끊겼다"고 말하며 반짝이 옷을 입고 떠났다.

   
▲ 6명이 살던 집은 모두 나가고 현재 최모(51)씨와 아흔 넘은 할머니 둘만 살고 있다.(2016.1.26. 대구시 중구 대신동)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인턴기자

쪽방은 보증금 없이 일세, 월세형태로 운영되면서 개별취사, 세면, 용변 등 부대시설이 없는 저렴한 거주공간이다. 대구쪽방상담소에 따르면 2016년 1월 현재 대구에는 130개 건물과 1586개의 쪽방이 있다. 상담소에 등록된 거주민은 모두 872명이다. 이 가운데 서구와 중구에만 596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절반이상을 차지한다. 수급자는 370명이고 338명은 비수급자, 168명은 미파악된 상태다.

대구지역 쪽방 밀집지역은 대구역 주변(북구 칠성동)과 동대구역(동구 신암동), 북부정류장(서구 비산동) 주변, 중구의 달성공원, 경상감영공원 일대다. 거주민의 절반이 기초생활수급자이고 나머지 절반은 일용직 근로자나 거리행상을 한다. 때문에 용역사무실이 많거나 교통이 편리하고 재래시장 가까운 곳에 형성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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