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경북 경주시 보문단지 일대에 욱일기 여러장이 걸려 있다는 내용의 제보가 A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와 논란이 일었다. 자신을 경주 시민이라고 밝힌 최초 제보자는 17일 저녁 보문단지 내 코모도호텔 뒤 보문호수 일대를 산책하다가 이 사실을 알게됐다며 본인이 촬영한 관련 사진을 인터넷에 게시하고 "너무 불쾌하다. 사진을 퍼가서 민원을 넣어 문제를 해결하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제보자가 올린 사진에는 욱일기와 함께 "대일본제국의 위대한 승리를 찬양하자. 천장절을 축하하자"는 내용이 적혔다. 곧 이 사진은 다른 커뮤니티를 포함해 SNS으로 삽시간에 번졌다. 게시글에는 "관광단지에 웬 전범기냐", "경주시에 민원을 넣어 즉각 내리게 하겠다", "제국주의 상징 전범기가 왜 경주에 떡하니 걸려있냐", "때가 아느 땐데 너무 충격적이다", "보문단지는 일본인, 중국인도 많이 찾는 대표 관광지인데 이게 무슨 망신이냐", "날벼락이다", "경주시는 정신이 있냐" 등의 비판이 주를 이뤘다.
경북관광공사 한 관계자는 "좋은 취지에서 드라마 촬영 장소로 허가했는데 이런 일이 벌어져 안타깝다"며 "일제 시대를 연출하기 위해 잠시 걸어 놓았는데 시민들이 많이 놀란 것 같아 죄송하다. 사전에 공지를 안한 실수다.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주의하겠다"고 해명했다. 18일 욱일기는 철거됐다.
드라마 촬영 소품 사실이 알려진 뒤에도 시민들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촬영 안내문을 걸든가 촬영이 끝나면 가져가든가 CG(컴퓨터그래픽) 처리 하든가. 조치 없이 걸어 놓은 건 부적절하다", "민감한 건 합성해도 되지 않냐. 소름끼치는 걸 그냥 걸어놓고 가냐. 경주시는 뭐하고 있냐"고 따졌다.
정작 해당 지자체인 경주시는 이 같은 사실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경주시 공보관실의 한 담당자는 이날 <평화뉴스>와 통화에서 "그런 사실을 전혀 듣지 못했다. 전범기? 전범기가 뭔지도 모르겠다"면서 "그게 뭐냐. 듣는 게 처음이다. 경북관광공사 쪽에 확인해 보라"고 답했다.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