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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로남불'과 '강남좌파'
[이재동 칼럼] "우리 사회의 선한 변화, 그들의 말과 행동의 힘이 위축돼서는 안 될 일"
2019년 10월 29일 (화) 13:21:44 평화뉴스 이재동 칼럼니스트 pnnews@pn.or.kr

 팝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곡을 꼽으라면 많은 사람들이 비틀즈의 리더였던 존 레넌이 만들고 부른 ‘이매진(Imagine)'을 말한다. 이 노래는 국가와 종교와 소유를 초월한 평화로운 이상향을 그리고 있는데, 그 가사 중에는 ’소유가 없다고 상상해 봐요(Imagine there’s no possesion)'라는 구절이 있다. 이를 두고 존 레넌을 ‘무소유를 주장한 백만장자’라고 비아냥거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자신은 무소유를 노래하면서도 실제로는 이런 노래들로 엄청난 재산을 모았다는 모순을 지적한 것이다.

 노벨문학상을 받을 정도로 노랫말이 좋았던 포크 가수 밥 딜런은 한때 연인이기도 했던 존 바에즈와 함께 반전과 평화를 노래하였다. 존 바에즈는 밥 딜런과 헤어진 이후에도 시위에 나서고 당시 미국과 전쟁 중이던 북베트남을 방문하는 등의 적극적인 정치활동으로 투옥이 되기도 하였지만, 밥 딜런은 노래를 부르는 것 이외에는 어떠한 정치활동에도 가담하지 않았다. 훗날 밥 딜런은 존 바에즈를 만난 자리에서, ‘당신은 노래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지만 나는 그렇지 못해’라는 말을 하였다고 한다.

 역사 이래로 세상의 많은 정치인, 사상가, 문화예술인들이 사회적 약자들을 우선하는 진보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위대한 업적들을 이루어내고 이러한 작업들이 세상을 더 살 만한 곳으로 발전시켜 온 것은 틀림이 없는 사실이다. 의견이 다른 사람들은 이러한 업적들을 비난하거나 폄훼하기 위하여 종종 그 업적 자체가 아니라 그 사람의 사생활이나 그 주변의 사실을 지적하고는 한다. 칼 마르크스나 루소 등의 위인들에 대하여 확인되지 않은 추문들을 다룬 책들이 많이 나와 있다.

 이러한 사실들은 흥미롭기는 하지만 결코 그 사상이나 그 사상이 가져온 역사의 발전을 무가치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어떠한 인물이 가지는 생각이 그 사람의 행동과 완전히 일치할 수는 없다. 위대한 사상은 시대를 앞서가는 것이지만, 구체적인 인간은 지금 여기서의 온갖 필요와 욕망에 묶여 있는 것이다. 내가 <무소유>라는 책을 샀을 때 그 책이 나의 소유가 되고 내가 지불한 돈의 일부는 작가의 소유가 된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한 일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 책이 지니는 사상의 가치가 없어지거나 내가 읽고 느낀 감동의 가치가 줄어들지는 않는다.

 법무부장관을 사퇴한 이후에도 논란의 중심에 있는 조국 전 장관의 경우에도, 그 의혹의 내용에 비하여 비난의 정도가 더 심한 것은 본인 자신이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선 입장을 견지하여 왔고 공정한 사회를 부르짖어 왔다는 사실에 기인한 면이 큰 것으로 보인다. ‘진보의 부끄러운 민낯’이라거나 ‘조로남불’ 등의 조롱이 그런 연유에서 나왔다.

   
▲ 사진 출처.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2019.9.6)

 대중의 이런 폭발적인 감정에는 그 동안의 믿음에 대한 큰 실망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노동자의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자녀의 진학을 막고 억지로 노동자로 만들 수는 없으며, 이를 표리가 부동하다고 비난할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가 공적(公的)으로 표방하는 신념은 자유롭지만 현실의 개인은 여러 인간관계망 속에서 위치하며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 속에서 구체적인 행동의 폭은 좁을 수밖에 없다.

 최근 고액 강연료 문제로 구설수에 오른 연예인 김제동의 경우도 이와 비슷하다. 더 많은 출연료를 받는 연예인들에 대하여는 일언반구도 없으면서 김제동이 사회의 정의와 공정을 말한다는 이유로 그 금액이 논란이 되는 것이다. 재정이 빈약한 지자체나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치러지는 학교행사에 지나친 비용을 들여 유명 연예인을 초청하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 옳은 일이지 특정 출연자의 성향을 들어 이를 집어내어 선택적으로 문제 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다.

 사실 개개인이 자신이 위치한 사회경제적 입장에 서서 그 이익에 부합하는 정치적 결정을 내리는 것이 자연스럽기도 하고 이는 민주주의의 요체이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보수적인 공화당과 진보적인 민주당이 첨예하고 대립하고 있는 미국에서도 오히려 가난하고 학력이 낮은 노동계층에서 부자감세와 복지의 축소를 내세우며 부자들을 위한 정책을 펴는 공화당을 지지하는 경향이 높다는 것은 늘 지적되어 온 일이다. 소득수준이 높은 전문직 중산층들이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을 펴는 민주당의 주된 지지세력인 것이다.
 
 조국 전 장관을 둘러싼 광풍을 겪으면서 합리적인 목소리를 내는 중도층의 입지가 많이 줄어들었다는 느낌이 든다. 특히 도덕적 염결성을 의심받게 된 소위 ‘강남좌파’는 그 주장의 타당성과는 상관없이 희화화되어버렸다. 산업화 과정의 어려운 시절을 겪으면서 공부하고 자리를 잡은 이 세대들은 우리나라 민주화의 주역들이기도 하지만 또한 급속한 사회의 변화가 가져온 모순에서 자유롭지 못하기도 하다. 이번 사태로 인하여 조국이라는 한 개인이 표상하는 고학력의 중산층 전문직이면서 진보적인 목소리를 내어 우리 사회의 선한 변화를 이끌어 온 집단의 말과 행동의 힘이 위축되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이재동 칼럼 2]
이재동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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