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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에 대한 성찰을 위하여
[남은주 칼럼] "공익적 가치, 시민운동 전반을 되돌아보는 과정이 되기를"
2020년 01월 13일 (월) 14:06:30 평화뉴스 남은주 칼럼니스트 pnnews@pn.or.kr

최근 지역은 한 단체의 비위문제가 알려지며 언론의 지속적인 보도가 이어지고 있고 해당단체는 오늘 오전 언론사에 사과문을 배포하였다. 필자는 여성단체 활동가이며 지역시민단체의 상설 연대체에 집행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무한한 책임과 부끄러움을 느낀다. 보도를 접하고 있는 평화뉴스의 독자들과 시민들은 ‘시민단체, 여성단체 다 저런 거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현재 활동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다.

대구지역의 시민단체는 87년 항쟁 이후 그 역사를 시작한 단체에서부터 90년대 시민단체를 표방하며 출범한 단체까지 다양한 역사와 이슈를 가지고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비영리섹터와 비영리조직, 사회적 경제 영역까지 넓은 범위의 시민사회 또는 제3섹터로 분류하고 있다. UN은 비영리섹터의 개념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공식적 조직으로 자율적 규정 등을 갖추고, 비영리조직으로 법이나 관습에 의해서, 조직을 소유하거나 통제하는 관계자에게 이윤을 분배하지 않는 조직이며, 제도적으로 정부로부터 독립적인 비정부조직이고 자치적으로 운영되며, 정부 등 외부 강요에 의하지 않는 자율적 특성을 가진다.’( 「시민사회, 제3섹터, 비영리섹터, 사회적 경제」주성수, 한양대학교출판부, 2018년 p26)

이러한 개념을 이야기 하지 않아도 누구나 시민단체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며 공익적 활동을 하고 도덕성과 투명성이 생명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시민단체 중에서도 여성단체는 87년 6월 항쟁이후 열악한 여성인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2018년 미투운동에서와 같이 젠더위계와 성차별을 없애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시민운동, 여성운동단체들은 탄핵정국에서 촛불시위로 정권을 바꾸어내기도 했다.

   
▲ '박근혜 퇴진 13차 대구시국대회'(2017.2.4. 대구 동성로)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시민단체의 구조는 매우 자율적이나 회원들의 참여를 기반으로 한 투명성이 그 생명이다. 시민단체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는 회원들이 주체인 ‘총회’이며 총회는 대표자의 선출과 해임, 사업보고와 회계보고, 사업계획 등을 결정한다. 총회를 위해서는 각 회원모임과 단체의 구성원들이 한 해 평가와 계획을 논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필자가 활동하는 단체는 사무처는 물론이고 회원모임, 각 센터, 이사들로 구성된 총회준비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총회의 내용이 마련된다. 이에 더해져 사업감사와 회계감사를 통해 전방위적으로 조직과 단체의 활동내용을 성찰하는 과정을 통해 몇몇 사람이 좌우하는 자율성이 아니라 집단적으로 만든 민주주의적 자율성이 만들어진다. 이러한 과정은 상설연대체에서도 동일하게 진행되며 개별 단체와 상설연대체는 활동내용의 집중적 평가와 조직 구조의 변화를 위해서 ‘조직발전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진행하기도 한다.

만약 시민단체에 비리가 있다면 이 과정에 문제가 있거나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는 단체의 자율성은 조직 문화와 리더쉽에 따라 그 수준이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또한 시스템과 구조 없이 몇몇 사람이 운영하거나 오랫동안 리더가 바뀌지 않는 단체는 고인물이 되기 쉽고 고인물은 썩기 쉽다. 그 밖에 회원과 조직구성원의 참여정도, 회계의 투명성, 민주적 의사소통, 인권과 젠더 감수성은 단체의 사회적 효용성을 알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이다.

지역 단체의 비위문제가 불거지면서 다양한 반응을 볼 수 있었다. ‘사이가 나빠서’ 내부 제보가 있었다거나 누군가가 그 단체를 음해할 목적으로 이런 일을 벌였다거나 시민단체를 탄압하기 위해서 등등의 이야기가 떠돌아다니고 있다. 필자는 문제의 본질을 보지 않고 ‘관계’문제로 환원하거나 ‘외부’에서 원인을 찾는 것은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시민운동단체에서 전업으로 상근활동을 한다는 것은 자본주의와는 거리를 두고 나의 일상보다는 활동을 우선에 둘 수밖에 없는 삶을 선택하는 것이다. 가끔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럼에도 활동하는 이유는 세상을 바꾸는 일을 한다는 자부심과 시민운동, 여성운동이 가지는 ‘공익적 가치’ 때문이다. 그 ‘가치’는 조직의 구성과 운영에서 어렵고 힘들지만 만들어가는 것이다. 시민운동과 여성운동 단체는 개별 단체지만 하나의 세력, 하나의 이름으로 묶일 수밖에 없다. 이 과정이 개별 단체의 문제로 치부 되지 않고, 시민운동 전반을 되돌아보고 건강성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하며 철저한 성찰과 뼈를 깎는 과정이 되기를 바란다. 잘못을 저지르는 것보다 더 부끄러운 일은 잘못했음을 인정하지 않고 다시 반복하는 것이다. 이 문제가 제대로 해결될 수 있도록 책임을 통감하며 노력할 것을 다짐하며 수많은 망설임 끝에 쓴 글을 맺는다.

   







[남은주 칼럼 5]
남은주 / 대구여성회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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