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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를 돌아보며, '꼰대'와 '예의' 사이
[남은주 칼럼] "나는 타인의 경계를 인식하고 있는지, 예의가 있는 사람인지..."
2019년 12월 09일 (월) 13:56:51 평화뉴스 남은주 칼럼니스트 pnnews@pn.or.kr

벌써 한해가 저물어가는 12월이다. 
한해를 정리하고 2020년을 고민하는 단체들은 평가 작업이 한창일 것이다. 사람들이 모이는 모임이나 조직뿐만 아니라 개인도 자신의 1년을 돌아보고 더 성숙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는 때이다. 성숙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반드시 고민해야 하는 예의와 인권의식, 젠더인식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우리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 무엇을 물어보는가?
대체로 나이, 학번, 하는 일, 사는 곳을 묻는다. 그리고 타인에 대한 감각이 덜 한 사람, 나이가 많거나 위계서열의 상위에 있는 사람은 ‘모든 것’을 묻는다. 직접적으로 묻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라도 물어서 나이와 졸업한 학교를 알려고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심지어 지역의 어느 남고 나온 사람들을 모두 알고 있는 그 학교 출신을 보며 놀랐었다. 모르는 사이인데도 동창인 것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타인에게 무엇인가를 묻는 것은 관심이기도 하지만 ‘권력’의 표현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우리는 나이가 많은 사람과 지위가 높은 사람에게 개인적인 사항을 시시콜콜 물을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각각의 항목에 대해 질문하는 이유를 오래전부터 관찰하고 조사해 왔다. 개인정보들은 묻는데는 모두 이유가 있었다. 먼저 ‘나이’는 나를 기준으로 많은지 적은지 알고 반말을 할 것인지 존댓말을 할 것인지를 결정하기 위해서 묻는다. 그리고 사람들은 상대의 나이를 가장 궁금해 한다. 아니 당연히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인지 어떤 사람에 대해 이야기 할 때 가장 먼저 묻는 사항이며 자기소개를 할 때도 어린이 시절부터 다양한 방식으로 꼭 밝히게 한다.

나는 이를 장유유서에 기반한 서열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이는 권력일 때도 있고 약점이 될 때도 있다. 나이는 직위와 함께 매우 강력하게 작동하며 위계서열이 된다. 또한 이 서열화는 공과 사를 교차하는 방식으로 전근대와 현대를 엮어서 작동하기도 한다. 나이는 언니, 오빠를 넘어서 몇 대손이냐고 물어 항렬을 따지거나 선후배라는 호칭으로 위력을 행사한다.

위계서열을 정리한 다음에는 출신지역과 학교, 군복무한 곳을 물어서 ‘인맥’을 형성한다. 여기에 ‘아버지 뭐 하시노’가 함께 하기도 한다. 인맥은 한국사회를 작동시키는 강력한 장치이며 문제이기도 하다. 인맥은 자주 ‘의리’와 함께 한다. 뭔가 합리적이지 않을 때 ‘의리’는 자주 소환되며 석연치 않은 일과 함께 한다. 물론 긍정적으로 작동할 때도 가끔 있다.

그러나 약간의 긍정성은 비합리와 비리, 부정부패가 가지고 있는 문제를 덮을 만큼 의미 있지는 않다. 가장 문제적인 것은 어떤 사람들은 인맥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인맥 외부에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차가운 외부에 위치 지어지는 사람들은 여성, 타지역 사람, 이주민, 자랑할 수 없는 학벌을 가진 사람들 등이다. 이들은 상대의 학교를 묻지 않는다. 강한 친화력과 화려한 인맥은 그 만큼 많은 사람들을 소외시킨다. 특히 ‘00대학 출신’은 얼마나 그 힘이 쎈지 모른다. 대부분의 부모가 자식에게 이 ‘학벌’을 갖게 하고 싶어 어릴 때부터 ‘투자’를 아끼지 않고 한국의 교육제도는 너무나 많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학벌을 강고하게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 사진 출처. MBC <오늘 이 뉴스> 꼰대 역수출?(2019.9.25) 방송 캡처..."한국은 나이와 성, 경력에 따라서 직장 내 위계질서가 악명 높다…꼰대를 소개한 외국 언론의 분석인데요. 꼰대의 역수출, 웃을 일만은 아닌 것 같네요"라고 앵커는 전했다.

대놓고 한국의 부정부패와 교육제도가 좋다고 말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러나 우리는 일상에서 위계서열과 인맥을 강화하는 질문과 태도를 취하고 있다. 여기에 인권감수성과 젠더인식이 없으면 쉽게 상대를 ‘대상화’하게 된다. 위계서열의 상위에 있으며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타인에 대한 감각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게 되고 타인은 그저 내가 내리는 명령 또는 부탁을 들어줘야 하는 사람이 된다. 그의 의사와 상관없이 말이다. 명령과 부탁의 차이는 ‘말했는데 수용하지 않을 때 화가 나면’ 명령이다. 물론 화를 내지 않고 복수하는 경우를 종종 목격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태도는 사적영역에서도 다양한 문제를 일으키지만 노동현장에서 직장내 갑질과 직장내성희롱으로 나타난다는데 있다. ‘나의 아랫사람’ 이라는 생각은 상대를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게 되고 각종 다양한 가해행위를 하는 근거가 된다. 그래서 직장내 갑질과 성희롱 피해자들이 가해자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하면 합의하겠다고 해도 진심어린 사과는 하기 어렵다. 이미 상대는 내가 함부로 해도 되는 ‘대상화’된 사람으로 그의 목소리는 삭제되기 때문이다.

이런 예민한 인식으로 사람들의 행위를 관찰하면 대단한 권력자만 인권침해 행위를 하는 것이 아니다. ‘예의’라는 범주에서 벗어나는 행위를 쉽게 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꼰대’이다. 그래서 ‘꼰대’가 되는 것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 또한 ‘관계’는 상호적임을 인식하자. 내가 친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상대는 다를 수 있다.

가장 알아차리기 힘든 경우는 지위에 따라 행동이 완전히 달라지는 사람이다. 윗사람에게는 예의바르고 동료나 아랫사람에게는 함부로 한다. 조직 내에서 리더는 이런 사람을 알아차리기 어렵다. 그밖에 몇 가지 행동을 소개한다. 밤11시가 넘었는데 내일 일을 부탁하는 사람, 12시가 넘어서 단체 대화방에 초대하거나 글을 계속 올리는 사람, 급한 일이 아닌데 양해도 구하지도 않고 주말에 계속 전화하는 사람, 공적인 자리에서 만났는데 반말을 하며 선배로 대접하라는 사람, 심지어 뷔페에서 처음 보는 ‘여성’에게 국을 떠달라고 하는 사람, 공식적인 회의석상에서 외모에 대해 언급하는 사람 등등.

예의는 윗사람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지켜야 하는 것이며 시민단체 활동을 하거나 ‘좋은 일’을 한다고 해서 상대의 경계를 마음대로 침범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인권의식과 젠더인식은 기본적인 것에서 시작하지만 없으면 ‘가해자’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공적영역에서 만난 사람과 사적으로 친해지려하지 말고 기본적으로 존댓말을 사용하고 상대가 말하지 않으면 개인정보는 궁금해 하지 말자. 말하지 못하고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2019년 한해를 돌아보며 나는 타인의 경계를 인식하고 있는지 나는 ‘예의’가 있는 사람인지 돌아보자.

   







[남은주 칼럼 4]
남은주 / 대구여성회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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