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21대 총선에 바라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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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주 칼럼] "낡은 규범의 해체...깨어있는 유권자들의 힘이 필요하다"


연일 신종 코로나의 확산과 대책에 대한 뉴스로 떠들썩하다.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소비가 위축되고 경제가 어려워지는 문제, 접촉자의 격리를 둘러싼 안타까운 사건들도 들린다. 이 와중에 대구시의원들의 해외연수와 저소득층 마스크 지원예산이 제대로 쓰이지 못해 일회용마스크를 일주일째 계속 쓰고 있다는 뉴스는 ‘정치란, 정치인이라 어떠해야 하는가’ 생각하게 한다.

신종 코로나 뉴스로 지역 예비후보들의 면모와 4월 총선의 정책적 이슈가 관심이 되지 못하고 있지만 현명한 시민들은 모두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이번 총선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2016년에 선출된 20대 국회의원들의 면모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50대 이상 남성의 과대표성’ 이라고 할 수 있다. 20대 총선 당선자들의 평균나이는 55.5세였고 이들은 이제 59.5세로 환갑이 다 된 나이에 국회의원 임기를 마치게 된다.

2020년 총선은 처음으로 연동형비례대표제와 18세도 투표하는 선거이다. 각 당은 총선에서 2030 세대의 마음을 잡기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고 했으나 아직은 실현되고 있지 못하다. 동아일보 2월 10일 기사에 따르면 더불어 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지역구 공천 신청자들 중 50대 이상 후보는 86.6%이고 20,30대는 3.4%라고 한다. 세대 구분만을 보면 현실과 큰 차이가 있다. 

필자는 지금 한국사회가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산업화 세대의 감성과 문화, 가부장적 위계를 기반으로 한 혈연·학연·지연에 의한 사회운영은 그 수명을 다하고 있다. 이제 지속가능한 사회, 위계를 기반으로 한 집단성 보다 강한 개별자로서의 개인성이 더 강해지는 사회로 변화하고 있다. 이미 일상에서 ‘다른 세대들’과의 만남에 「90년대 생이 온다」를 읽으며 공부해야 하는 상황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한국선거방송> '18세 유권자와 국회의원선거 - 나도 이제 유권자' 방송 캡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한국선거방송> '18세 유권자와 국회의원선거 - 나도 이제 유권자' 방송 캡처

세대변화와 함께 변화하는 사회에 갈등으로 묘사되며 아직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 낡은 ‘젠더 규범의 해체’이다. 산업화가 급속히 추진되었던 1960년대~1980년대 개발독재 시기는 경제성장이 국가 정책의 최우선 목표였으며 강력한 국가는 모든 자원을 동원, 배치, 통제하면서 ‘남성=생계부양자, 여성=주부/보조적 부양자’라는 성별분업과 가부장적·위계적 젠더 관계를 기반을 만들어 왔다. 이는 오랫동안 한국사회의 성별 불평등을 재생산하는 구조로 작용해 왔다(한국여성단체연합 총선젠더정책 p5 참조). 여성은 사적영역에 남성은 공적영역을 담당하도록 하였고 이는 정치 영역에서의 여성진출을 막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이러한 낡은 젠더 이중규범은 일상에서 깨어지고 있다. 한국여성들의 교육수준은 세계 최고에 이르지만 경제활동참가율은 50%대에 머무르고 M자형 곡선이 계속되자 여성들은 결혼과 출산을 거부하고 있다. 1월 27일 한국재정학회가 발간한 재정학연구에 실린 ‘OECD 국가들의 합계출산율’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증가할수록, 평균임금이 높을수록 출산율이 높아졌다. 이는 1990∼2016년 OECD 국가 패널 자료를 바탕으로 출산율 결정요인을 분석한 결과이다.

선진국들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행동경제학자 게리 베커가 내놓은 ‘베커 가설’에 의해 여성의 교육 수준이 높아지면서 시장임금이 상승하고 자녀 양육 기회비용도 증가해 자녀수가 감소한다고 보았으나 일·생활 양립을 위한 각종 정책지원이 이뤄지고 남성이 생계부양자, 여성은 양육책임자라는 구분이 바뀌자 오히려 출생률은 증가하였다.

물론 대부분의 선진국들도 경제개발 단계에서는 출생률이 ‘깊은 협곡’으로 불리는 단계가 있으나 여성이 생계보조자가 아니라 경제적 주체가 되자 출생률이 반등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선진국의 경험으로 볼 때 우리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저출산고령화’문제는 낡은 젠더 규범을 해체할 때만이 해결가능하다.

필자는 이번 2020년 21대 총선이 산업화 세대의 개발담론과 지역감정 자극, 반공이데올로기를 이야기하여 다음세대의 미래를 책임질 수 없는 사람들이 당선되지 않기를 바란다. 또한 미투의 대상이 되었거나 될 수 있는 사람, 시민들의 도덕적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사람들이 각 당의 후보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정책과 공약을 가지고 변화하고 있는 사회변화를 리드하고 낡은 젠더규범의 해체로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 수 있는 후보가 대거 등장하기를 바란다. 21대 총선은 낡은 것들과 결별하고 새로운 미래상을 만드는 선거여야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깨어있는 유권자들의 힘이 필요하다.







[남은주 칼럼 6]
남은주 / 대구여성회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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