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볼 일 없는 세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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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동 칼럼] 별이 사라진 밤하늘, 우리가 매달리는 물질과 권력이란...


 지난 주말에는 우리나라에서 별을 보기 가장 좋은 곳이라는 영천 보현산 천문대 근처 지인의 집에서 여러 가족들이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해가 지고 밤이 되자 집 안팎의 불을 다 끄고 마당에서 하늘의 별을 보았다. 참으로 오랜만에 북두칠성을 선명하게 보았는데, 그 별자리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다.

 10년 전쯤 내가 어느 사회복지법인의 대표를 맡고 있을 때 어느 대학병원과 함께 우즈베키스탄에 있는 우리 동포들을 대상으로 의료봉사를 간 적이 있었다. 인천에서 밤 10시쯤 출발하는 비행기였는데, 마침 내 자리는 맨 오른쪽 창가였다. 좁은 좌석에서 뒤척이다 문득 잠이 깨었을 때는 자막도 없는 미국영화가 상영되던 모니터 화면들도 꺼지고 모든 승객들이 잠들어 기내는 적막하기만 하였다. 문득 작은 창으로 깜깜한 하늘을 바라보았더니 국자 모양의 일곱 개의 별이 창에 붙여놓은 것처럼 밝게 빛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계속 서쪽으로 날아가니 계속 한밤중이었고 계속 북두칠성은 내 옆에 있었다. 중앙아시아의 타클라마칸 사막 1만 미터 상공에서 바로 옆에 있는 것 같은 북두칠성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던 신비한 경험이었다.

사진 출처. '보현산 천문과학관' 홈페이지
사진 출처. '보현산 천문과학관' 홈페이지

 시골에서 보낸 어린 시절의 밤하늘은 별들로 가득했다. 별자리를 잘 몰라도 가장 잘 찾을 수 있는 것은 북두칠성과 사냥꾼 오리온 별자리였다. 겨울철에 주로 보이는 오리온 별자리의 벨트를 이루는 세 별은 가장 빛나는 별들이었다. 여름밤에는 온 식구들이 마당의 평상 위에 모여 시간을 보냈다. 돌아가신 아버지는 유머감각이라고는 없는 무뚝뚝한 성격이셨는데, 유일하게 아는 농담이 하늘의 별이 모두 몇 개냐는 것이었다. 결론적으로 별은 모두 840개라고 하였는데, 동서남북 사방에 별이 빽빽(백,백)하니 모두 8백 개요, 복판은 스물스물하니 모두 40개라는 것이다. 본인만이 웃으시는 유머를 여름마다 들어야 했으니....

 밤하늘에 별이 없어진 것은 도시의 공해 때문이라기보다는 지상이 너무 밝기 때문이다. 어디에나 있는 인공조명은 우리 생활에서 완벽한 어둠을 없애버렸다. 요즘 세대들은 ‘칠흑 같은 어둠’을 실감하지도 못하거니와 보름달빛이 얼마나 밝은지를 알 기회도 없다. 어디에나 있는 이 인공조명은 밤을 낮처럼 쓸 수 있게 만들었지만 밤하늘의 별들을 볼 기회를 없애버렸다.

 별이 없는 밤하늘은 어쩐지 쓸쓸하다. 19세기 미국의 여류 천문학자였던 마리아 미첼은 “삶에 별빛을 섞으세요. 그러면 하찮은 일에 마음이 괴롭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말하였다고 한다. 별을 바라보고 광막한 우주를 생각하는 것은 생각의 규모를 키우는 일이다. 밤에도 모습을 감추지 않는 지상의 사물들은 사고를 한정시키고 집착하게 만든다. 현대인들이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사소한 것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별이 사라진 밤하늘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생각해 보면 내가 세상의 중심이 아니듯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인 지구는 광대한 우주에서 보잘 것 없는 하나의 행성에 불과하다. 시인 알프레드 테니슨이 “3류의 태양을 도는 3류의 행성에 살고 있는 우리만을 위하여 우주가 창조되었다는 것은 결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라고 한 것은 정곡을 찌른 말이다. 별들을 바라보고 무한한 우주와 시간을 생각하노라면 우리가 나날의 생활에서 갈구하고 매달리는 물질과 권력이 얼마나 하찮고 가치 없는 것들인가를 깨닫게 된다. 인간이 위대한 것은 별들을 경외의 감정으로 바라보고 겸허해지는 마음과 우주의 숨겨진 비밀을 파악하려는 호기심을 가진 유일한 존재라는 점이다. 사람의 존엄성은 파스칼이 말했듯이 ‘생각하는 힘’에서 오는 것이다.

 대 철학자 칸트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경탄과 의문을 더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충만하게 하는 것으로 마음속의 도덕률과 함께 별들이 반짝이는 밤하늘을 든 것은 너무나 유명하다. 그렇다면 별을 보지 못하는 삶은 많은 것을 잃은 삶이다. 별 볼 일 없는 세상은 참 별 볼 일 없기도 하다.     
  






[이재동 칼럼 8]
이재동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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