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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와 시장경제
[김윤상 칼럼] 불안과 탐욕을 제어해야 '시장'과 '자유'를 지킬 수 있다
2020년 03월 30일 (월) 10:09:37 평화뉴스 김윤상 칼럼니스트 pnnews@pn.or.kr

코로나-19와 같은 돌발적인 위기는 사회제도를 돌아보는 새로운 기회를 준다. 마스크를 예로 들어보자. 우리나라 마스크 하루 공급량은 1천만 장 이상이라고 하니, 5천만 국민에게 5일에 한 장씩 돌아가는 분량이다. 넉넉하다고는 할 수 없어도 심각하게 부족해 보이지는 않는다. 의료진처럼 하루에 여러 장이 필요한 사람도 있지만 출근하지 않는 필자처럼 마스크가 거의 필요 없는 사람도 있다. 더구나 각종 모임이 취소되고 개학도 연기되는 등 밀집 접촉이 크게 줄었다. 그런데도 마스크 판매소 앞 줄서기를 넘어 사재기, 심지어 다른 사람 몫까지 가로채기 등 아쉬운 모습이 나타났다.

예비, 경쟁, 투기: 가수요를 촉진하는 세 가지 동기

왜 그럴까? 이런 행위를 하게 되는 동기를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로, 마스크가 더 필요할 수도 있으니 좀 넉넉히 확보해두려는 예비적 동기가 있다. 마스크를 착용하면 개인위생과 공중위생에 다 도움이 되지만 보통 사람의 관심사는 개인위생이다. 마스크를 당장 필요한 물량보다 좀 더 많이 확보해두고 싶어 한다. 이런 행동은 우리가 평소에 저축을 하거나, 비 올 때 대비하여 우산을 여유 있게 챙겨두는 것처럼 자연스럽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일시적으로나마 수요를 과다하게 증가시킨다면 아래에서 언급할 불안심리를 부추기게 된다.

   
▲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선 시민들(2020.3.17 수성구 신매광장) / 사진. 평화뉴스 한상균 기자

두 번째로는 경쟁적 동기가 있다. 이 현상은 ‘공범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 죄수의 딜레마라고 번역하는 경우도 많다.)로 설명된다. 두 사람의 공범이 체포되어 신문을 받는데, 둘 다 자백하지 않으면 각각 징역 1년, 둘 다 자백하면 각각 징역 2년에 처해진다고 하자. 그러면 자백하지 않는 게 모두에게 유리하다. 그런데 한 사람은 자백하고 다른 공범은 자백하지 않을 경우 자백한 범인은 석방되는 반면 자백하지 않은 공범은 3년 징역을 산다면 어떻게 될까? 공범이 따로 격리된 상황에서 신문을 받는다면 최악의 경우를 피하기 위해 결국 둘 다 자백하게 되고, 그 결과 모두 2년 징역형에 처해진다.

요약하면, 경쟁 상황에서 상대방의 전략을 모를 경우에는 불안심리 때문에 최선의 결말에 이르지 못한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마스크를 선점해버리면 자신은 필요한 최소한의 마스크도 구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고 불안해하는 사회가 여기에 해당된다. 실수요 이상의 불안수요가 추가되고 그것이 다시 경쟁을 더 치열하게 만든다. 각자 필요한 만큼만 사면 서로 좋은데도 경쟁적으로 더 사려고 하면서 개인과 사회가 모두 가외비용을 치르게 된다.

불안과 탐욕을 제어하는 정책이 사회주의라고?

셋째로는 이 기회에 한몫 잡으려는 투기적 동기가 있다. 매점매석이 바로 이 동기에서 나오는 행동인데, 흔히 보아온 현상이므로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이상 세 가지 동기 중 예비적 동기와 경쟁적 동기는 자신이 나쁜 상황에 처해질 수 있다는 불안심리에서 생기는 반면, 투기적 동기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의 손실을 아랑곳하지 않는 탐욕에서 생긴다.

그렇다면 불안과 탐욕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탐욕적 투기인 매점매석에 대해서는 이미 처벌 제도가 마련되어 있으므로 언급하지 않겠다. 불안심리를 완화하려면 최소한 ‘다른 사람보다 불리하지 않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대책이 필요하다. 3월 9일부터 시행한 마스크 구매 5부제는 그 하나의 방법이다. 이렇게 하면 예비적 동기의 수요도 어느 정도 관리된다. 그런데 이를 ‘사회주의’라고 매도하는 큰 목소리가 들린다. 현재 방식이 최선인지에 대해서는 논의의 여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냥 시장에 맡기라는 요구는 무책임하다.

경제학 교과서에 보면, 자유경쟁 시장에서는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게 되어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된다고 되어 있다. ‘사회주의’라고 비난하면서 시장에 맡기라고 요구하는 쪽에서는 교과서가 아닌 현실의 시장에서도 이런 결론이 타당하다는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또 현실시장에서도 장기적으로 균형을 이루는 경향이 있다고도 한다. ‘장기적’으로! 그런데 단기적으로는 어떻게 하자는 말인가? 케인스는 단세포적인 시장찬양론에 대해 ‘장기적으로는 우리 모두 사망한다.’고 희화적으로 대응하기도 했다. 막연히 방임을 주장한다면 시장경제가 아니라 약육강식의 정글경제를 옹호하는 꼴이 된다.

부동산 투기도 시장 실패 때문에 생긴다

마스크 사태는 머지않아 해소되겠지만, 여기서 얻은 교훈은 다른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 수십 년 우리를 괴롭혀 왔고 해소될 전망도 보이지 않는 부동산 투기에 대해 보자. 부동산으로 엄청난 액수의 불로소득을 챙기는 사례를 보며 너도 나도 부러워하고 초조해한다. 우르르 투기 대열에 합류하여 마스크 사태보다 더 심한 쏠림현상을 만들어낸다. ‘전 국민의 투기꾼화’가 이루어진다. 3월 26일 공개된 고위공직자 재산 내역을 보면 1/3이 다주택자이다. 불안, 탐욕 대책이 절실하다.

   
▲ <경향신문> 2020년 3월 26일자 13면(사회)

최선의 방법은 교과서에 나오는 시장처럼 만들어주는 것이다. 완전경쟁시장에서는 모든 시장참가자가 완전정보를 공유하므로 투기 이익이 발생하지 않고 따라서 투기를 할 이유가 없다. 완전과는 거리가 먼 현실시장에서도 토지의 소유와 매매에서 이익이 생기지 않도록 해주기만 하면 역시 투기가 발생하지 않는다. 그런데 토지보유세를 강화하여 투기이익을 줄이자고 하면 ‘사회주의’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세금 중 시장경제와 가장 잘 어울리는 세금은 토지보유세라고 모든 경제학 교과서에 명시되어 있는데도......

또 최근 우리를 실망시키고 있는 ‘위성정당’ 즉 비례용 분신정당 문제도 마찬가지다. ‘정당 설립의 자유’를 이유로 미래한국당 등록을 받아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조치는, 운동시합에서 심판이 자유를 보장한다면서 반칙을 허용한 꼴이다. 그래서 여야 할 것 없이 난장판을 벌이고 있다.

불안과 탐욕을 제어하지 않고 방임해서는 ‘시장’과 ‘자유’를 지킬 수 없다.

   






[김윤상 칼럼 90]
김윤상 / 자유업 학자, 경북대 명예교수.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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