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증원 반대' 전국 의사 파업 첫 날인 14일 대구 의사들도 파업에 참여해 병원 4백곳이 휴진했다.
동네 A의원을 찾았던 대구 남구 주민 김모(27)씨는 A의원이 문 닫은 것을 병원에 도착해서야 알았다. 이날 아침부터 배가 아파서 자주 가던 A의원을 찾았지만 의사 파업 참여를 이유로 휴진한 탓이다.
김씨는 허탕을 치고 상급종합병원인 대구 남구 대명동 영남대의료원으로 발길을 돌렸다. 접수처에서 진료를 기다리던 김씨는 "솔직히 불편하다. 무작정 증원 반대만 하고 환자들은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며 "그냥 배가 아파도 이렇게 답답한데 정말 급한 환자였다면 어떻겠냐.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들이 본인 이익을 먼저 생각한 것 같아 이기적으로 보인다"면서 "의사가 많이 필요한 곳에는 의료진이 부족하다고 들었는데 환자 입장에서는 꼭 파업을 했어야 했는지 그저 안타깝다"고 했다.
상급병원에 환자가 몰려 진료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불편함도 있었다. 대구 중구 삼덕동 경북대학교병원에서 만난 환자 보호자 김훈영(48)씨는 "진료 예약 시간보다 20분이나 늦어져 계속 기다리는 중"이라며 "파업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불편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불편함이 있든 없든 국민 생명을 담보로 파업을 해선 안 된다"며 "지방은 특히나 의사가 적다는데 (의사 수)늘어난다면 지방에 사는 사람으로서는 좋은 것 아닌가. 왜 의사들이 반대하는 지 솔직히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구지역에서는 의사 파업 첫 날 큰 혼란은 없었지만, 현장 곳곳에서 허탕·대기·진료취소 등 시민들 불편함이 이어졌다. 동네 의원 5곳 중 1곳이 휴진해 대학병원으로 환자들이 몰리는 현상도 있었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대한전공의협의회(회장 박지현)는 지난 14일 문재인 정부 '의사 증원 정책' 등에 반대해 하루 파업했다. 의협에 따르면 전국 의원급 의료기관 중 31%(1만580여곳)가 휴진했다.
파업을 둘러싼 입장은 현장에서 엇갈렸다. 불편하다는 시민들이 있는가하면, 공감한다는 이들도 있었다. 경북대병원에서 만난 환자 이모(23)씨는 "거리를 보면 병원이 꽤 있다. 불황으로 문을 닫는 병원도 있다"며 "정부가 의대 정원을 늘린다고 하니 의사들은 반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의사들 내부에서도 이견이 있었다. 지역의 한 대학병원 의사는 파업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원칙적으로 현재 의협에서 진행하고 있는 파업은 우려스럽다. 국민들에게 걱정을 끼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런 방식이 국민들에게 도움을 주는 행위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반면 대구 달서구의 한 개업의 의사는 증원에는 동의하면서도 현재 정부의 통보식 발표에는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무조건 반대가 아닌 전문적인 대책과 의견이 있어야 한다"면서 "의사 수를 늘려야한다는 취지에는 동감하지만 절차나 방식에 있어서 대화를 해야 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계명대학교 의과대학 1학년 학생은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며 "정책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7월 23일 '의대 정원 증원방안'을 발표했다. 2022년부터 의과대학 정원을 매년 400명씩 추가로 뽑아 10년간 의사 4천명을 확충하고 공공의과대학을 설립한다는 내용이다. 현재 국내 의대 정원은 3,058명이다. OECD 평균 인구 1천명당 의사 수는 3.48명, 한국은 2.04명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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