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진료현장..."대구시, 감염병 대비 인프라 구축 등 사전대비 너무나 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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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경인의협 비판..."음압병실 고작 10개, 공공병원 사실상 하나뿐, 역학조사관도 한 명뿐"
"메디시티 대구?...의료 이용해 돈 벌 궁리 말고 제대로 된 공공의료를"


대구지역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감염병 확산에 대비한 인프라 구축 등 대구시의 사전 대비가 매우 부실했다는 지적이 지역 의료인단체에서 제기됐다. 

대구경북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대경인의협, 공동대표 김건우·이정만·추호식)는 23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최일선에서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는 질병관리본부와 대구시 보건당국 관계자들의 노고에 감사를 드린다"면서도 "하지만 코로나19 확진 환자 발생 전후 대구시의 대응을 보며 '감염병 확산에 대비한 인프라 구축' 등 사전 대비가 너무나 부실했다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지난 1월 20일 국내에 첫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나온 이후 대구시의 사전준비 역시 너무나 안일했다"며 "환자 급증에 대비한 병상 확보 계획조차 세우지 않아 많은 확진 환자가 병원에 입원조차 하지 못했고, 부랴부랴 대구의료원과 민간병원인 대구동산병원의 기존 병상을 비우기로 했지만 너무나 늦은 결정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늑장 대응 때문에 두 병원에 입원하고 있던 환자들이 갑자기 다른 병원을 찾아야 하는 불편을 겪었고 해당 병원의 혼란 역시 적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코로나19 방지를 위해 경북대병원 의료진이 방문자를 확인하고 있다(2020.2.1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코로나19 방지를 위해 경북대병원 의료진이 방문자를 확인하고 있다(2020.2.1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경인의협은 또 대구지역의 '인프라'에 대해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비판했다. ▶250만이 사는 대구의 국가 지정 음압 병실은 고작 10개뿐인 점 ▶이런 위기 상황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공공 병원도 사실상 대구의료원 하나뿐인 점 ▶그마저 병상 규모가 작고 의료 인력도 부족한 점 ▶확진자가 나올 때마다 접촉자를 확인하고 환자의 이동 경로를 파악하는 역학 조사관도 대구에는 단 한 명뿐인 점 등을 지적했다.

때문에 "이렇게 적은 인력으로 제대로 된 역학조사를 한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했는지도 모른다"며 "경기도가 기존 6명 역학 조사관에 민간 역학 조사관 6명, 공중보건의 12명을 충원하며 이번 코로나19 유행에 대비한 것과는 차이가 너무 크다"고 비판했다.

폐쇄된 경북대학교병원 대구권역응급의료센터 (2020.2.1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폐쇄된 경북대학교병원 대구권역응급의료센터 (2020.2.1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경인의협은 이 같은 현실을 바탕으로 '진료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9가지의 개선 방안을 제안했다.

먼저 ▶비상 상황에 맞는 '지역 민관 협력 거버넌스'를 제대로 구성할 것 ▶환자가 더 급증할 것에 대비해 병상 추가 동원 계획을 세울 것 ▶진단과 치료에 필요한 인력 및 물자의 부족에 미리 대비할 것 ▶1차 진료 현장의 혼란을 줄이고 다른 질환을 가진 환자의 진료에도 차질이 없도록 코로나19 의심 환자와 일반 질환 환자의 진료를 구분하는 '이원화된 의료전달체계'를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또 ▶감염성 질환에 취약한 장애인, 노숙인, 쪽방 거주민, 이주노동자 등 사회 경제적 약자들이 의심 증상이 있을 때 신속히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시민들이 과장된 정보로 공포를 느끼거나 왜곡된 정보로 환자에 대한 혐오를 갖지 않도록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24시간 콜 센터'의 한시적 운영도 제안했다.

이어 ▶선별 진료소와 지역 거점 병원에 근무하는 의료진과 직원들을 감염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할 것 ▶지역의 공공병원인 대구의료원의 시설을 개선, 확충하고 의료 인력도 충원할 것 ▶국가 지정 음압 병실도 더 설치하고 역학 조사관도 충원하며 제2 대구의료원의 설립도 적극적으로 고려할 것을 촉구했다.

경북대학교병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전염증' 진료 안내 공문(2020.1.29) / 사진.평화뉴스 한상균 기자
경북대학교병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전염증' 진료 안내 공문(2020.1.29) / 사진.평화뉴스 한상균 기자

대경인의협은 이런 제안과 함께 대구시와 정부의 '의료영리화'도 비판했다. 대경인의협은 "대구시는 그동안 가장 행복한 의료 특별시 '메디시티 대구'라며 자랑해왔지만 코로나19 확산 앞에 그 부끄러운 민낯이 여실히 드러나고 말았다"며 "의료를 이용해 돈을 벌 궁리만 하고 '감염병 확산에 대비한 인프라 구축'과 '지역 공공의료의 확충'을 외면해온 대구시가 오늘 시민들에게 큰 고통을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에 대해서도 "메르스의 교훈은 잊은 채 '의료영리화의 길'로 역주행하는 정부의 책임 역시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코로나19 확산이 주는 뼈아픈 교훈을 새기고 지역 의료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대구시가 발 벗고 나설 때 진정한 '메디시티 대구'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 대구에 필요한 것은 '멋진 신청사'가 아니라 감염병 위기에도 시민들의 생명을 굳건히 지켜내는 '제대로 된 공공의료'"라고 꼬집었다.

[성명서]
 
지금 대구에 필요한 것은 신청사가 아니라 제대로 된 공공의료다.
-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진료 현장의 제언



 대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 19’) 환자가 300명을 넘어섰다. 며칠 사이 확진 환자가 급증하자 대구시민들은 공포에 휩싸여 있다. 정부가 대구를 ‘감염병 특별 관리 지역’으로 지정하고 지원에 나선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먼저 최일선에서 ‘코로나 19’와 싸우고 있는 질병관리본부와 대구시 보건당국 관계자들의 노고에 감사를 드린다. 하지만 ‘코로나 19’ 확진 환자 발생 전후 대구시의 대응을 보며 ‘감염병 확산에 대비한 인프라 구축’ 등 사전 대비가 너무나 부실했다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250만이 사는 대구의 국가 지정 음압 병실은 고작 10개뿐이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공공 병원도 사실상 대구의료원 하나뿐이다. 그마저 병상 규모가 작고 의료 인력도 부족하다. 확진자가 나올 때마다 접촉자를 확인하고 환자의 이동 경로를 파악하는 역학 조사관도 대구에는 단 한 명뿐이다. 이렇게 적은 인력으로 제대로 된 역학조사를 한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했는지도 모른다. 경기도가 기존 6명 역학 조사관에 민간 역학 조사관 6명, 공중보건의 12명을 충원하며 이번 ‘코로나 19’ 유행에 대비한 것과는 차이가 너무 크다.

 지난 1월 20일 국내에 첫 ‘코로나 19’ 확진 환자가 나온 이후 대구시의 사전준비 역시 너무나 안일했다. 환자 급증에 대비한 병상 확보 계획조차 세우지 않아 많은 확진 환자가 병원에 입원조차 하지 못했다. 부랴부랴 대구의료원과 민간병원인 대구동산병원의 기존 병상을 비우기로 했지만, 너무나 늦은 결정이었다. 이런 늑장 대응 때문에 두 병원에 입원하고 있던 환자들이 갑자기 다른 병원을 찾아야 하는 불편을 겪었고 해당 병원의 혼란 역시 적지 않았다.

 이제부터라도 대구시는 ‘코로나 19’의 지역 내 광범위한 확산을 막고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감염자를 조기에 찾아내고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적 물적 자원은 신속히 정부에 요청해야 하고 정부는 적극 지원에 나서야 한다. 시민들 역시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는 등 신종 감염병을 이겨내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 대구경북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대경인의협)도 ‘코로나 19’로 인한 우리 지역의 위기 극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자 하며 진료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아래와 같이 제안한다.
 
1. 먼저 비상 상황에 맞는 ‘지역 민관 협력 거버넌스’를 제대로 구성해야 한다. 지역의 보건의료 자원과 상황은 지역의 전문가들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따라서 감염병 전문가, 예방의학 전문가, 지역의 병·의원의 실무자, 시의회 그리고 보건 당국의 실무자들이 현재 비상 상황에 맞는 논의의 틀을 만들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2. 환자가 더 급증할 것에 대비해 병상 추가 동원 계획을 세워야 한다. 겨우 확보한 병상도 충분하지 않을 수 있기에 추가 병상을 미리 확보해야 한다. 음압 병상은 이미 포화 상태이므로 환자의 중증도를 기준으로 입원체계를 다시 세워야 한다. 위중한 환자는 정부와 다른 지자체의 협조를 구해 다른 지역의 음압 병상으로 이송해야 한다.

3. 진단 및 치료에 필요한 인력 및 물자의 부족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 동원 가능한 공중 보건 의사를 미리 파악하고 부족할 경우 민간의료기관의 인력 지원도 요청해야 한다. 감염병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민간 역학 조사관을 선발해 역학조사에 나서야 한다.

4. 1차 진료 현장의 혼란을 줄이고 다른 질환을 가진 환자의 진료에도 차질이 없도록 ‘코로나 19’ 의심 환자와 일반 질환 환자의 진료를 구분하는 ‘이원화된 의료전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발열 및 호흡기 증상이 있는 환자들만 전담하는 ‘안심 선별 진료실’을 지역별로 추가 설치하고 선별 검사 가능 여부를 시민들이 쉽게 알 수 있게 홍보해야 한다. 이곳에서 확진된 환자는 입원 치료가 가능한 거점 병원으로 신속히 이송해야 한다. 입원 환자가 있는 중소 병원도 자체 검체 채취를 통한 신속한 ‘코로나 19’ 검사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5. 심 뇌혈관계 응급환자와 중증 외상 환자 등이 ‘골든타임’을 놓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감염 의심 환자’ 내원을 이유로 한 지역 상급종합병원의 응급실 폐쇄를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 이를 위해 상급종합병원이 선별 진료소를 제대로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감독해야 한다. 아울러 상급 병원 응급실, 보건소, 병·의원 등의 폐쇄 및 진료 재개 여부를 신속하게 알 수 있도록 실시간으로 온라인에 게시하고 문자 서비스 등을 통해 시민들에게 알려야 한다.

6. 감염성 질환에 취약한 장애인, 노숙인, 쪽방 거주민, 이주노동자 등 사회 경제적 약자들이 의심 증상이 있을 때 신속히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경제적 부담이 되는 마스크, 손 소독제 등 보호 물자는 지원하고 감염병 관련 정보도 제공해야 한다. ‘무료급식소’, ‘무료 진료소’ 등의 운영 중단으로 노숙인 등 사회 취약 계층이 영양결핍에 빠지거나 필요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적절한 조처를 해야 한다.

7. 신종 전염병으로 인한 ‘공포’는 타인에 대한 ‘혐오’를 불러오기 쉽다. ‘공포’와 ‘혐오’는 의심 증상이 있는 환자를 숨게 만들어 방역과 치료를 더욱더 어렵게 만든다. 따라서 시민들이 과장된 정보로 공포를 느끼거나 왜곡된 정보로 환자에 대한 혐오를 갖지 않도록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코로나 19’에 대해 시민들과 언제라도 소통할 수 있는 ‘24시간 콜 센터’의 운영도 한시적으로 필요하다.

8. 선별 진료소 및 지역 거점 병원에 근무하는 의료진과 직원들을 감염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 충분한 보호 장구를 지급하고 감염 예방 교육에도 온 힘을 쏟아야 한다. 특히 거점병원 등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감염으로부터의 보호 조처에 있어 차별을 받는 일이 없도록 배려해야 한다.

9. 지역의 공공병원인 대구의료원의 시설을 개선 및 확충하고 의료 인력도 충원해야 한다. 국가 지정 음압 병실도 더 설치하고 역학 조사관도 충원해야 한다. 제2 대구의료원의 설립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대구시는 그동안 가장 행복한 의료 특별시 ‘메디시티 대구’라며 자랑해왔다. 그러나 ‘코로나 19’ 의 확산 앞에 그 부끄러운 민낯이 여실히 드러나고 말았다. 의료를 이용해 돈을 벌 궁리만 하고 ‘감염병 확산에 대비한 인프라 구축’과 ‘지역 공공의료의 확충’을 외면해온 대구시가 오늘 시민들에게 큰 고통을 전가하고 있다. ‘메르스의 교훈’의 교훈은 잊은 채 ‘의료영리화의 길’로 역주행하는 정부의 책임 역시 가볍지 않다. 이번 ‘코로나 19’ 확산이 주는 뼈아픈 교훈을 새기고 지역 의료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대구시가 발 벗고 나설 때 진정한 ‘메디시티 대구’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대구에 필요한 것은 ‘멋진 신청사’가 아니라 감염병 위기에도 시민들의 생명을 굳건히 지켜내는 ‘제대로 된 공공의료’다.
 
2020.2.23.

대구경북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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