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 2021.4.14 수 19:03
> 뉴스 > 칼럼 > 유영철칼럼
   
"인생 그렇게 살지 말자!"
[유영철 칼럼]
2021년 01월 01일 (금) 10:23:20 평화뉴스 유영철 칼럼니스트 pnnews@pn.or.kr

 태어나서 "그렇게 살지 말라."는 말을 몇 번 들은 것 같다. 그러나 대수롭잖게 흘러 보내도 되는 것들이었다. 반어법인 경우도 더러 있은 것 같다. 그런데 그런 말을 듣고 충격을 받은 경우는 그날이 처음이었다.

 신문기자랍시고 음주운전을 마치 다반사로 할 때였다. 걸리기도 많이 걸렸다. 신문사 부장이던 한 삼십 년 전 어느 날, 기자초년 경찰 출입 때 수사과장과 한 십오륙 년 만에 만나 한 잔 하게 되었다. 수사과장의 무용담은 여전하였다. 기자들이 사건을 엿 바꿔 먹은 이야기 등으로 시간이 제법 흘렀고 취기도 돌았다. 끝자락에 경찰의 음주단속 얘기가 나오자, 경찰서장이 된 옛 수사과장은 “가다가 음주단속에 걸리면 ‘P2’하고 마셨다고 해보래, 그럼 봐줄거야.” 하고 팁을 말했다. ‘P2’는 경찰끼리 통하는 ‘서장’의 은어인 듯했다. 처음 듣는 해결요령이었지만 될 수 있는 대로 단속이 없는 도로를 택하고, 걸리더라도 해결할 수 있다는 자만에 건성으로 들었다.

 수성못 아래 두산오거리에서 직진하여 수성아트센터 쪽 언덕으로 올라가서 주욱 내려가는 내리막길 끝에 그날따라 경찰이 병목처럼 진을 치고 있었다. 전경이 다가왔다. 조금 전에 경찰서장에게 들었던 ‘P2’가 스쳤고 무심결에 ‘P2’가 나오고 말았다. 깐깐한 전경이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직업을 묻고는 또 꼴아보더니 “인생 그렇게 살지 마소!”하는 것이었다. 나는 멍해져서 아무 말도 못하고 전경이 가라는 대로 움직이고 말았다. 신문사 부장의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잘못이지만 별다른 의식 없이 음주운전하고 걸리면 부당하게 면제받고자 한 잘못된 내 인생을 전경은 강하게 질타했고, 나는 그 이후 음주와 운전을 분리했다.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한 대학교수 부부가 자식의 스펙을 다반사로 만들어주다가 걸렸다. 그렇게 일부 교수사회는 별다른 의식 없이 서로서로 자녀들의 스펙품앗이를 하면서 살아온 모양이다. 그런데 법을 어겨도 한참 어겼다. 남편교수는 딸이 하지도 않았던 인턴활동을 한 것처럼 허위사실을 꾸미고, 부인교수는 받지도 않은 총장표창장을 받은 것으로 위조하고, 교수부부의 딸은 의전원에 제출하고 이로 인해 합격하여 의젓하게 다녀 지금은 의사국시를 거의 치러 의사 문턱 앞에 도달한 상태다. 재판부는 의전원에 합격한 딸의 일곱 개 스펙 모두가 허위라고 판단했다. 그 중 둘은 부부가 공모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의 판결문은 장장 571쪽에 달한다. "재판부는 쟁점이 된 모든 사안에 대해 놀랄 정도로 디테일하고 꼼꼼하게 사실관계에 대한 판단을 내렸다."고 시사평론가는 평가한다(유창선).
 
 그런데 이들 교수부부는 놀랄 정도로 자신들의 잘못을 조금도 뉘우치지 않는다. 재판장은 부인교수에게 징역4년형을 선고하면서 “피고인은 단 한 번도 자신의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반성한 적이 없다.”고 질책했다고 한다. 남편교수는 이 판결에 대해 “너무나도 큰 충격” “즉각 항소해서 다투겠다.” “장관에 지명되면서 이런 시련은 피할 수 없는 운명” “더 가시밭길을 걸어야 할 모양”이라고 하였다. 다투겠다니 무엇을 다툰다는 것인지, 시련 · 운명 · 가시밭길이라니, 서울대 법대교수의 현실언어는 너무나 비현실적이었다. 이들 교수부부에게는 허위 위조 변조 등 자신의 죄목에 대해 반성하는 양심이 없어 보인다. 그런 조작된 스펙으로 의전원에 다닌 교수부부의 딸까지 거론하지는 않겠지만 의사단체가 위법적 수단과 비윤리적 비도덕적인 면을 들어 문제제기 한 점을 부언한다.   

 남편교수가 몸담았던 쪽과 같은 여당의 의원들은 한 술 더 뜨는 판이다. 진성준은 “아주 사소한 표창장 위조를 갖고…” 운운하며 재판부를 비난했다 하니 가소롭다. 표창장 위조를 사소한 것으로 봐 넘기는 것은 어떤 부류의 치기인지 짐작하기 어렵다. 윤영찬은 “그 시절 자식의 스펙에 목숨 걸었던 이 땅의 많은 부모들을 대신해 정 교수에게 십자가를 지운건가.”라며 십자가를 떠올리며 “잔인하다.”는 둥 요상한 논조로 재판부를 비난한다. 강남에서는 교수들끼리 다 해온 것을 갖고 왜 그러냐는 식이다. 동아일보 기자출신의 의식수준이 이 정도인 게 놀랄 따름이다. 신영대 대변인의 논평 - 너무 가혹해 당혹스럽다. 앞으로 남은 재판에서 진실이 제대로 밝혀지길 바란다 - 도 ‘가혹’과 ‘당혹’을 강조할 뿐 본질이자 핵심에 대한 성찰은 없다. 이밖에 “감정이 섞인 판결”이라는 우상호도, “법원이 역할을 포기한 것”이라는 김용민도, “가슴이 막히고 숨을 쉴 수 없다”는 김남국도 어이없기는 마찬가지다. 공인들이 재판부를 비판하려면 최소한 판결문 한번 구해서 읽어보고 허점을 찾아 논하여야 할 게 아닌가. 그런데도 이들이 이 경지에 다다른 것을 보면 왜 인간이어야 하는지, 어디까지를 인간으로 봐야 하는지 모호해진다.  

 지난 2019년 한 약대교수 어머니는 같은 학과 대학원생을 시켜 작성한 논문으로 딸을 치의학전문대학원에 부정입학시켰다가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최고의 지식인들이 모인 교수사회가 다 그런 것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거짓 위조 변조 부정과 같은 단어와는 한 사람의 교수도 타협해선 안 된다는 추상같은 잣대를 상아탑에는 들이대고 싶다. 그만큼 엄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정의 잡배들도 하지 않는 부정을 교묘하게 저지르는 것을 어찌 용납하나. 그러면서 군자처럼 참지식인처럼 특강을 하며 젊은이에게 의욕을 고취하였다니 고소(苦笑)를 금치 못한다. 십자가는 어떨 때 져야하는가. 인륜인식이 희박한 이들 교수들을 대신해서 무슨 의식(儀式)이라도 치러야 하지 않는가. 자기편은 대번에 알아보고 두둔하는 것은 파렴치(破廉恥)에 속한다. 이들 교수부부의 죄상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정치인들도 파렴치성을 각성하고 회오해야 한다.

 이러한 가운데 교수사회가 작년 말 ‘올해의 사자성어’로 ‘아시타비(我是他非)’를 선정한 것은 함축된 의미를 지닌다. 2위를 차지한 ‘후안무치(厚顔無恥)’도 그러할 것이다. 일 년 내내 교수부부가 입에 오르내리는 것을 보고, 전국의 교수들도 어려운 한자보다 누가 봐도 알기 쉽게 만든 사자성어를 택했을 것이다. 자신의 잘못은 시인하지 않는 내로남불 후안무치 교수들, 이를 두둔하는 정치인들에게 교수들은 새해에는 “인생 그렇게 살지 말라.”고 말하는 것 같다. 새해에는 적어도 잘못은 인정하고 살자.   
       
   







[유영철 칼럼 26]
유영철(兪英哲) / 언론인. 전 영남일보 편집국장. 언론정보학 박사
     관련기사
· 뉴스가 귀한 시대가 그리운 이유· 훈계하는 판사들
· 특권층이 개혁에 반대하는 이런저런 핑계· 입맛대로 고르는 법치주의
· 4.15시민들, 언론을 구역(嘔逆)하다· 죄업의 콜럼버스, 이제 내려와야 한다
· 이명박을 만든 지역언론은 가만히 있다· 특권층이 개혁에 반대하는 이런저런 핑계
· 입맛대로 고르는 법치주의· 낮술 언관의 자격
· 티케이 대통령 구속과 티케이 언론· 대구의 기억
평화뉴스 유영철 칼럼니스트의 다른기사 보기  

   
전체기사의견(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본 신문에 게재된 기사, 링크에 대한 모든 법적권리와 책임은 기사작성자 평화뉴스 에게 있습니다.
* 평화뉴스는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신문윤리강령과 신문윤리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
* 제호 : 평화뉴스 * 편집.발행인 : 유지웅 * 창간.발행일 : 2004년 2월 28일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대구 아00010 * 정기간행물 등록 연월일 : 2007년 3월 14일
(우)41266 대구시 동구 국채보상로 155길 54 (상가동 202호) | 대표전화 053-421-6151 | 팩스 0505-421-615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유지웅
Copyright 2008 평화뉴스. All rights reserved. 전자메일 pnnews@pn.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