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위안부 피해자에게 배상하라"...광복 76년 만에 역사적 판결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21.01.08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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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계획·조직적 자행된 반인도적 행위, 국제강행규정 위반...각 1억원씩 배상" 5년 만에 1심 승소
이용수 "기쁘다, 일본 정부 사죄해야", 정의연 "인권사에 남을 판결" / 일본 "유감, 받아들일 수 없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광복 후 76년 만에 한국 법원이 일본 정부에게 피해자들에 대한 직접 배상을 하라고 처음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 34부(부장판사 김정곤)는 8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고(故) 배춘희 할머니와 피해 생존자인 이용수(93.대구 달서구) 할머니 등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2015년 12월 본격적으로 소송이 시작된 지 5년여만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손배소송 1심 승소 판결에 대한 정의연 입장 발표(2021.1.8) / 사진.정의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손배소송 1심 승소 판결에 대한 정의연 입장 발표(2021.1.8) / 사진.정의연

재판부는 "국제 관습법상 국가주권면제(한 국가의 법원이 다른 국가를 소송 당사자로 삼아서 재판을 진행할 수 없다)가 이 사건에도 적용되는 지를 놓고 우리 법원이 피고 일본 정부에 대한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없는지 여부가 문제가 됐다"며 "하지만 이번 사건은 피고에 의해 계획적이고 조직적으로 광범위하게 자행된 반인도적 행위로 국제강행규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 "피고의 불법행위로 인해 원고들(위안부 피해자들)은 상상하기 힘든 극심한 정신적, 육체적 고통에 시달린 것으로 보인다"면서 "원고들이 배상 받지 못한 사정을 볼 때 위자료는 원고가 청구한 각 1억원 이상이라고 보는 게 타당한다. 그러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1억원씩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대구에 사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인 이용수 할머니(2021.1.8) / 사진.정의연 제공
대구에 사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인 이용수 할머니(2021.1.8) / 사진.정의연 제공

피해자들과 시민단체는 환영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조선의 14세 아이로 끌려 갔다가 90세 넘은 노인이 됐다"며 "어제까지 이 땅에 법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판결이 나와 모든 게 고맙고 기쁘고 자랑스럽다. 도와주고 응원해준 국민들에게 다시 감사하다"는 입장을 8일 냈다. 이어 "제가 살아 있을 때 일본 정부는 반드시 사죄해야 한다"며 "한국과 일본 정부는 이 역사를 잊지 말고 길이 길이 남겨두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다시 평화가 찾아 온다"고 말했다.

일본군성노예제문제해결을위한 정의기억연대, 일본군'위안부'역사관(나눔의집), 일본군'위안부'연구회, 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 등 7개 단체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위안부 문제의 새로운 지평을 연 역사적 승소 판결"이라며 "세계 인권사에 남을 기념비적 판결을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일본 정부가 범죄 사실을 지속적으로 부인하는 동안 원고 중 상당수가 운명을 달리해 현재 피해 생존자는 5명에 불과하다'며 "일본 정부는 지체 없이 판결에 따라 배상하고 위안부 문제를 솔직히 인정해 진정어린 사죄, 추모, 지속적인 진상규명, 올바른 역사교육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어 "오늘 재판이 나침반이 돼 오는 13일 피해자들이 제기한 또 다른 손해배상소송(서울중앙지법 제15 민사부 재판장 민성철)의 1심 판결에서도 다시 한 번 더 정의가 구현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 사진.대법원 홈페이지
대법원 / 사진.대법원 홈페이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시위(2020.11.20) / 사진.정의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시위(2020.11.20) / 사진.정의연

일본 정부는 재판 결과에 대해 유감을 나타냈다. 가토 가쓰노부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이런 판결이 나온 것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며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가주권면제 원칙에 따라 한국 재판권 자체를 인정할 수 없어 이번 판결에 대한 항소는 없다"고 했다.

2013년 위안부 피해자들과 유족은 일본 정부에 위자료를 청구하는 조정신청을 냈다. 일본 법원에 4차례 소송을 냈지만 모두 패소했다. 이어 피해자들은 한국 법원의 문을 두드렸다. 그러면서 조정 절차가 진행됐으나 일본 정부는 응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피해자들은 지난 2015년 민사합의부 이송을 요청했고 같은 해 12월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거듭 소장 접수를 거부했다.

재판부가 공시 송달로 일본 정부에 송장을 전달하면서 2019년 5월 9일자로 공시 송달 효력이 발생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출석 요구 역시 거부했다. 그리고 같은 해 11월 13일 어렵게 첫 재판이 열렸다. 이용수 할머니 등 피해자들이 법정에 섰다. 이어 2020년 11월 11일 마지막 재판이 진행됐다. 끝내 법원은 1심에서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 줬다. 오랜 재판 과정에서 원고 피해자 할머니 7명은 별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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