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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터버블(filter bubble)에서 벗어나기
[남은주 칼럼] "점점 더 자신 만의 울타리에 갇히는...정보 해석과 토론의 노력을"
2020년 09월 14일 (월) 13:11:49 평화뉴스 남은주 칼럼니스트자 pnnews@pn.or.kr

주말 인터넷으로 쇼핑을 하고 나면 검색을 하거나 기사를 볼 때 내가 본 상품이 화면에 등장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친절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어떻게 된 것인지 의아할 때도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강사보수과정이 온라인으로 진행되면서 숙제가 있었다. SNS에 나타난 부적절한 광고를 젠더관점으로 분석하는 것이었다. 1시간이 넘게 해당 사이트에서 검색을 했지만 광고는 찾아볼 수 없었고 추천광고는 ‘한국여성단체연합’, ‘젠더 온’ 등이었다. 생각보다 ‘부적절한 광고’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평소에 접하지 않은 소식에 대한 추천 알고리즘은 작동하지 않았고 필자의 필터버블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세상과 소통하는 여러 가지 방법 중 SNS는 이미 매우 유효한 방법으로 인식되고 있고 많은 분들이 온라인 세상에서 ‘소통’하고 있다. 그러나 그 ‘소통’의 방법은 이제 점점 더 깊은 우물이 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보자.

‘필터버블(Filter Bubble)’이란 미국 시민단체 무브온(Move on) 이사장인 엘리 프레이저(Eli Pariser)가 쓴 <생각 조종자들(원제 : The Filter Bubble)>에서 사용한 개념으로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대형 인터넷·IT업체들이 사용자들에게 ‘맞춤 정보’를 제공하는 가운데 개별 사용자들은 점점 더 자신만의 울타리에 갇히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사람이 만든 인터넷 세상이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통제하는 단계까지 접어들었다고 프레이저는 경고하고 있다. 실제로 구글과 애플 등은 광범위한 검색결과와 사용자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러한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 사진 출처. SBS 뉴스 [궁금한D] '버블에 갇혀가는 디디(DD)…혹시 나도?'(2019.08.16) 영상 캡처
   
▲ 사진 출처. SBS 뉴스 [궁금한D] '버블에 갇혀가는 디디(DD)…혹시 나도?'(2019.08.16) 영상 캡처

대한민국은 초고속인터넷서비스망과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대부분의 시민들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고, 스마트폰으로 소통하는 문화로 인해 ‘필터버블’ 현상은 매우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공공의료에 찬성하는가를 물으면 대부분 찬성이지만 ‘문재인’이라는 단어를 넣어서 조사를 하면 5대5로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가 하면 8월15일 광화문 집회에 다녀온 분들은 검사만 받으면 ‘코로나 양성반응’이 나온다는 말을 믿고 검사 자체를 받지 않으려 한다. 특히 젠더이슈에 대해서는 극한 대립을 보이고 있다. 이 밖에 찬성과 반대의 의견이 서로를 공격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거나 토론과 소통이 불가능한 현상을 보이고 있다.

‘필터버블’은 개인의 편견이나 고정관념만 강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여론이라는 이름의 압력으로 작용하여 사회와 정치에 악영향을 미친다. 지난 ‘조국사태’에서도 한국사회의 역린인 교육문제와 함께 사회전체가 이 논쟁에 휘말려 들어가며 기본적 사실관계도 인정되지 않거나 진영논리가 더욱 강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또한 여론에 민감한 정치와 정책은 원칙과 전문성 대신에 여론의 뭇매를 피하기 위한 실망스런 선택을 하기도 한다. 최근 포항의 한 국회의원이 문제제기한 여성가족부의 ‘나다움 그림책’ 논란이 바로 그것이다. 전문영역인 성교육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 기반 한 문제제기에 사업 철회를 대책으로 말하는 성평등정책 담당부서의 행태는 ‘전문성 대신 여론 회피’로 설명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과정은 ‘다수의 민중이 지배하고, 지배받는 정치 형태’인 민주주의의 실현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고 상호 존중 하에 논의하여 더 나은 방향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입장이 더욱 공고해지면서 누가 이겼는가가 중요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여론은 왜곡될 수밖에 없고 이는 민주주의의 오작동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렇다면 필터버블 현상에 갇히지 않기 위해서 어떻게 할 것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의 해석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정보에 갇히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해석하여 다른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토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와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토론이 가능한 사람을 만나는 일은 쉽지 않지만 정말로 필요한 일이다. 이러한 능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많은 공부와 토론이 필수적이다.

국민은 국적을 가지면 누구나 될 수 있다. 그러나 시민은 시민정신’이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타인을 필터버블에 갇힌 사람 취급하지 않는 성찰적인 시민들이 더 많아졌으면 한다.

   







[남은주 칼럼 13]
남은주 / 대구여성회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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