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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낙태죄'를 부활시키려고 하고 있다
[남은주 칼럼] "통제와 처벌이 아니라...성과 재생산 권리 보장을 위한 법과 제도 마련이 국가의 일"
2020년 10월 13일 (화) 18:27:25 평화뉴스 남은주 칼럼니스트 pnnews@pn.or.kr

정부가 '낙태죄'를 부활시키려고 하고 있다.

낙태죄는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판결로 66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수 있었다. 그러나 정부는 '낙태죄' 관련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안 입법예고안을 발표하여 낙태죄를 폐지하지 않고 처벌 기준을 완화했다.

   
▲ 낙태죄 정부 입법예고안 규탄 대구여성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2020.10.12) / 사진.대구여성회
   


정부 입법예고안은 임신한 여성의 임신 유지·출산 여부에 관한 결정 가능 기간을 임신 24주 이내로 하고, 이를 다시 임신 14주·24주로 구분해 허용 요건을 차등 규정하는 등의 내용이다. 정부의 입법예고안은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형법 269조 1항과 270조 1항의 처벌 조항을 그대로 존치시키는 것이며 이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반하는 내용이다. 또한 모자보건법의 낙태 허용 사유를 형법으로 옮겨와 270조의 2를 신설하여 허용 요건을 제시했다고 하지만 개정안에는 상담 의무와 의사의 의료 거부권까지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여성은 '허락받을만한 사유' 입증을 위해 보건소와 상담기관을 찾아다니며 임신의 유지·종결에 관한 상담 사실 확인서를 발급 받아야 한다.

정부는 헌법재판소의 판결 이후 아무런 논의를 진행하지 않고 있었다. 정부 부처 간의 논의 소식을 접하고 한국여성단체연합은 국무조정실 면담을 요청했으나 총리 일정과 형평성 문제로 만나기 어렵다고 하여 성사되지 않았다. 법무부 자문기구인 양성평등정책위원회의 '임신중지 비범죄화' 권고도 무시되었다. 정부는 시간이 충분했음에도 국무조정실 중심으로만 논의하고 각계의 의견을 청취하지 않은 상황에서 논의과정도 공개하지 않고 입법예고안을 발표한 것이다. 그간 여성계에서는 낙태죄 전면폐지와 성과 재생산권리 보장을 외쳐왔다. 정부의 입법예고안 발표 직후 여성시민사회단체는 즉각적으로 '형법상 낙태죄 완전삭제'를 촉구하는 각 지역별, 분야별 입장발표와 기자회견, 시민선언 등을 진행하고 있다.

   
▲ "낙태죄 완전 삭제하라" 대구시청 앞 기자회견(2020.10.12) / 사진.대구여성회

정부의 낙태죄 입법예고안 발표를 보며 참담함을 감출 수 없다. 임신테스트기를 앞에 놓고 결과를 기다리는 그 짧은 순간의 긴장과 원치 않는 상황에서 임신을 알리는 두 줄이 나왔을 때의 절망감을 모든 사람이 경험할 수는 없다. 그러나 경험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그것이 한 사람의 일생일대의 문제임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는 있다.

필자는 여성단체에서 많은 '낙태 경험자'와 만난다. 대구여성회에서 지원하는 10대 청소년들이 임신하는 일은 종종 발생한다. 이들은 왜 임신을 하게 된 것일까. 자원이 없고, 곤궁한 청소년들은 성착취 상황에서는 물론이고 원하는 성관계에서도 '피임'을 요구하기 어렵다. 피임이라는 말을 입에 올리면 성경험이 많은 것으로 치부되거나 폭력상황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의 '인공 임신중절 수술 실태조사(2018)'에 따르면 한국의 낙태율은 가임기 여성 1000명당 15.8건으로 조사되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세 번째로 높다. 인공임신중절 당시의 혼인상태는 미혼 46.9%, 법률혼 37.9%, 사실혼·동거 13.0%, 별거·이혼·사별 2.2%로 기혼 상태를 유추하면 50.9%이니 기혼여성들의 인공임신중단도 종종 있는 일이다. 국가가 산아제한 정책을 펼치던 시기에는 더 많이 일어났다.

   
▲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는 대구 여성단체 활동가들의 피켓팅(2020.10.12) / 사진.대구여성회

임신은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 전에 안전하지 않은 성관계가 있고, 임신 이후에는 출산과 양육이 반드시 뒤따른다. 그래서 인공임신중단을 결정하는 데는 수많은 고민이 함께 할 수밖에 없다. 낳을 수는 있으나 양육의 문제는 거대한 산이 앞을 가로막는 것과 같다. 종합병원 간호사로서 3교대를 하는 여성이 임신을 하자 친정엄마는 축하한다는 말 대신 '낳을 거냐고' 물었다.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깊은 절망과 탄식은 결국 울음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 처한 여성이 인공임신중단을 선택하면 형법상의 '낙태의 죄'로 처벌하는 것이 정부의 입법예고안이다. 처벌받지 않으려면 국가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이 여성이 어떤 상담과 설명을 들으면 임신중단이 아니라 출산을 선택할 수 있을까.

국가와 사회가 고민하고 풀어야할 문제는 인공임신중단을 한 여성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며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경우에도 임신·출산·양육이 인생의 짐이자 경력의 끝, 독박육아의 수렁이 되지 않도록 환경을 바꾸어야 한다. 또한 원하지 않는 임신을 예방할 수 있는 포괄적 성교육과 성평등 교육을 실시하여 문화를 바꾸어야 한다. 통제와 처벌이 아니라 권리보장과 지원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여성이 어떤 결정을 하던 간에 건강권과 자기결정권, 사회적 권리 제반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낙태죄'를 완전 폐지하고 성과 재생산 권리 보장을 위한 법과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지금 국가가 할 일이다.

   











[남은주 칼럼 14]
남은주 / 대구여성회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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