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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게이츠 폐업 1년...해고자들, 대구시·정치권 외면에 절박한 호소
사모펀드 '블랙스톤' 코로나 칼바람 작년 달성 공장폐업 150여명 해고→해고자들에 3억 '손배가압류'
19명 시청농성·청와대 찾고 국회의원들에게 편지 "생계·사회적 힘듦...위장폐업 의혹, 외투먹튀방지법"
2021년 06월 25일 (금) 17:32:37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movie@pn.or.kr

"외국투기자본 횡포에 신음하는 국민과 함께 해주십시오."


대구 달성공단 한국게이츠 해고 사태 1년째인 25일. 해고노동자 김종욱(54)씨가 대구를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곽상도(중구남구) 국회의원에게 자필로 쓴 절박한 편지다. 김씨를 포함한 한국게이츠 해고자 19명은 올 2월부터 5개월째 대구 국회의원 12명의 지역구 사무실로 매달 편지 호소문을 띄우고 있다.

   
▲ 한국게이츠 해고자 김종욱씨가 곽상도 의원에게 편지를 썼다.(2021.6.2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투기자본 횡포에 신음하는 국민과 함께 해달라" 해고자 편지(2021.6.2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김씨는 편지에서 "지역 중견기업 한국게이츠가 일방 폐업을 통보한 날이 작년 6월 26일이었다"며 "한 순간에 150여명에 달하는 노동자들은 실업자가 됐다"고 밝혔다. 또 "당장 생계의 막막함 보다 수십년 일한 회사가 노동자들을 대화의 상대는커녕 정리 대상으로 취급한 사실이 더 비참하다"면서 "연평균 60억원 이상 흑자를 낸 기업이 한 순간에 폐업하는데 아무 제지 장치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 공장은 폐업하고 한국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하면서 판매법인을 통해 현대자동차로 계속 남품해 돈은 벌어가고 있다"며 "이 현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물었다. 그러면서 "노동자 편을 더 들어달라는 게 아니라, 거대 외국자본 횡포에 시달리는 국민을 보호해달라는 말을 하고 싶다"면서 "당장은 법과 제도가 없다고 하는데 앞으로 달라져야 하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이어 "코로나19로 모두 힘든 시기, 하루 아침에 직장을 잃은 노동자 이야기에 귀 기울여 달라"고 호소했다.

   
▲ "한국게이츠 해고 1년, 대구시 대책 마련하라" 기자회견(2021.6.2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코로나 칼바람에 지난해 글로벌 자동차 부품 생산업체 한국게이츠가 대구 공장을 닫은지 1년이 됐다.
150여명의 노동자들은 순식간에 해고됐고 여기저기로 뿔뿔이 흩어졌다. 다만 해고노동자 19명만이 사측의 일방적인 공장폐업과 해고통보에 문제를 제기하며 여전히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사모펀드 '블랙스톤'이 대주주인 한국게이츠는 1년 전 "코로나 대유행과 전세계 구조조정 일환으로 한국 공장을 철수한다"고 알렸다. 법률대리인 '김앤장'을 고용해 노동자들에게 희망퇴직 절차를 밟았다. 달성공단 공장 부지는 최근 매각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자들을 반발했다.

폐업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금속노조 한국게이츠지회(지회장 채붕석)는 최근 3년간 매출과 순이익을 예로 들었다. 2017년 매출 1,004억원 중 순이익 77억원, 2018년 매출 923억원 중 순이익 47억원, 2019년 매출 860억원 중 순이익 45억원, 매년 흑자를 봤는데 갑작스런 폐업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또 폐업 이후 핵심 부서 일부 인력을 게이츠 판매법인 '(주)게이트유니타코리아'에 고용승계한 것도 문제 삼았다. 일시 폐업 후 새 기업을 설립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때문에 노조는 "전형적인 외투기업의 먹튀(먹고 튄다의 줄임말)", "위장폐업"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 한국게이츠의 대구 공장 폐쇄 입장문(2020.6.26) / 자료.금속노조 대구지부 한국게이츠지회
   
▲ 지난해 한국게이츠 대구 공장 희망 퇴직 공고문 / 자료.금속노조 대구지부 한국게이츠지회
 
청와대와 여의도 국회, 현대자동차 양재동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시청과 달성 공장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권영진 대구시장, 홍의락 경제부시장을 만나 면담을 했지만 이렇다할 해법은 나오지 않고 있다. 답답한 마음에 국회의원들에게 편지도 써봤지만 다섯달째 답장을 보내는 이는 없다. 이 와중에 사측은 해고자들을 상대로 3억5천만원의 손해배상청구 및 부동산 가압류 소송을 걸었다. 지노위와 중노위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도 내봤지만 모두 "정당한 해고"라며 사측 손을 들어줬다.

대구시와 정치권 외면에 해고자들은 마지막으로 법원에 도움의 손길을 요청했다. 해고자 19명은 지난 4월 23일 대구지법 서부지원에 한국게이츠 대표 청산자 데이비드 위스니우스키를 상대로 '해고무효확인청구' 민사소송을 냈다. 소장에서 "해고 처분은 노조를 와해시킨 후 기존 사업을 유지하려는 위장폐업의 일환으로 근로기준법(제23조 제1항 및 제24조) 위반"이라며 "노조 혐오에서 비롯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제81조 제4호 부당노동행위)과 민법(제750조)을 어긴 불법행위"라고 했다.

   
▲ 폐업 전 '45억원 순이익', 한국게이츠 2019년 감사보고서 /자료.금속노조 대구지부 한국게이츠지회

이와 관련해 한국게이츠시민대책위와 대구민중과함께,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금속노조 대구지부, 금속노조 한국게이츠지회는 25일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고자 19명에 대해 대구시가 대책을 마련해 책임져야 한다"며 "해고자들이 일터로 복직하는 날까지 투쟁은 계속된다"고 했다. 이들 단체는 이날 오후 6시 대구시청 앞에서 '한국게이츠 투쟁 1년, 투쟁승리 문화제'도 열 예정이다.  

채붕석 한국게이츠노조지회장은 "해고자들을 경제적, 사회적으로 고립시켜 1년 넘게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가족들은 생계의 어려움으로 거리에 내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지자체와 정치권 그 누구도 복직을 도와주지 않고 방관만 하고 있다"면서 "다시는 먹튀·위장폐업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국회는 '외투 먹튀 방지법'을 제정하고, 사회적 안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구시 한 관계자는 "사측·노조와 만나 이야기 했고 방안을 찾고 있다"며 "계속 노력하겠다"고 했다. 또 "지역 자동차 부품업체 관계자들과 만나 업계의 고충을 듣고 대안을 마련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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