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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내가 겪은 코로나19
[정은정 칼럼] 내 가족과 일터, 노동존중 사회는 어떤 것인가?
2020년 12월 21일 (월) 11:34:21 평화뉴스 정은정 칼럼니스트 pnnews@pn.or.kr

타로에는 연도 카드가 있다. “연도 카드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삶을 성찰하는 과정에서 해마다 스스로에게 던져야 하는 핵심 질문을 가르쳐 주는 도구이다.”(『무슨고민인가요』 /한민경)
2020년 나의 연도 카드는 19번 THE SUN이다. “해가 뜬다는 것은 만천하에 모든 것이 드러난다는 뜻”으로 “이제 본격적으로 활동을 할 시기가 되었음을 알려주는 것이다. 내가 꿈꾸는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되새기며 이 이시간을 지나가라.”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이런 걸 믿느냐고 황당하게 생각할 수도 있고, 그냥 재미로 하는 일이라고 가벼이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목표와 성취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상에서 드러나지 않는 존재를 향한 질문을 품고 한 해를 보내는 것은 꽤 의미있는 일이다.

연도카드 이야기를 꺼낸 것은 내가 겪은 코로나를 이야기 하고 싶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드러낸 사회적 현상과 의미에 대해 명쾌하게 정리하고, 의미있는 해석을 해내는 이야기는 많을 것이다. 이 글은 거기에 미치치 못하겠지만 평범한 노동자 가족이 겪은 이야기로부터 위기와 재난속에 있는 사람들을 다시 찬찬히 살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코로나 때문에 두려웠던 3월 첫 월요일 오후 볼 일이 있어 성서공단에 갔었다. 성서공단으로 이어진 달구벌대로는 텅 비어 있었다. 그곳을 지나며 정말 도시가 멈추었구나 싶었다. 대로를 벗어나 공단 도로에 접어들었을 때 다른 세상에 접속한 것 같아 놀랐다. 작은 공장들이 줄지어 선 좁은 도로는 여느 때처럼 오가는 차들이 서로 부딪치며 혼잡했다. 도로변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해 좁은 골목을 몇 바퀴 돌았다. 마침 휴식 시간이었는지 공장 출입구 앞에는 담배를 피우고 얘기를 나누는 사람들로 복작복작했다. 코로나의 공포로 도시의 수많은 사람들이 멈추었지만 그곳에는 아무도 멈추지 않았고, 거리를 두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도 그 장면은 또렷이 기억된다. 같은 재난과 위험 앞에서 완전히 다른 세상을 봤던 탓이다. 잊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 경북대병원 코로나19 선별진료소(2020.2.27)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코로나 때문에 두 아이의 개학은 수차례 연기되다 결국 학기 내내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되었다. 가장 긴 시간 아이들과 함께 집에 머물렀다. 매끼 밥을 해 먹였다. 밥도 제대로 안 해주는 엄마라는 미안함을 훌훌 털어낼 수 있었다. 온 식구가 집안에 오래 머물게 되면서 내 방 없는 불편함을 제대로 느꼈다. 두 아이가 각각 한 방을 차지하고, 안방은 남편과 TV가 차지하면서 나는 거실에서 일하고, 책을 봐야 했다. 필요할 때 문을 닫고 들어갈 수 있는, 다른 사람에게 방해받지 않는 나의 공간이 없다는 것이 많이 불편했다.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하고, 일을 하는 것이 불편한 사람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집에 머무는 것이 불편할 뿐 아니라 위험한 어린이, 여성, 장애인, 내가 미처 떠올리지 못한 사람들, 이들이 코로나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집은 어디에 있는가?

코로나 때문에 실직 가정이 되었다. 남편이 20년 가까이 다닌 회사가 문을 닫았다. 1989년 한국에 들어온 이후 31년간 흑자였던 글로벌 기업은 코로나로 인해 경영악화가 예상(!)되어 폐업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자본이 원하는 만큼의 이윤을 뽑아가지 못하니 공장과 직원들을 내팽개쳐 버린 것이지만 명분은 코로나 때문이었다.

   
▲ 한국게이츠노조의 "폐업, 해고 반대" 촉구 기자회견(2020.6.3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8월 1일 고용관계 종료" 한국게이츠가 노동자에게 보낸 해고통지서 / 사진.한국게이츠지회

막내 동생도 실직했다, 비자발적 실직이 아니라 실업급여도 받지 못했다. 자동차 부품회사의 관리직원이었다. 년 초부터 회사는 상여금 200% 삭감에 동의한다는 서명을 직원들에게 요구했다. 관리직 직원들에게 먼저 받아내고 현장 직원들에게도 받을 계획이었다. 관리직 일부에서 거부하는 바람에 회사의 계획은 실패했다, 그 후 회사는 급여를 연체했다. 급여일이 며칠 지나 50%를 지급하고는 언제 준다는 말도 없이 차일피일 미뤘다. 어려워지자 제일 먼저 직원들 목부터 조였다. 그래도 꾸역꾸역 다니다가 결국은 사표를 썼다. 밀린 임금과 한 번도 받지 못했던 연차 수당은 노동청 진정을 통해 해결했다. 직원들이 퇴사하면 정해진 코스처럼 노동청을 찾아가 진정을 하고 그간 못 받은 임금과 연차수당을 해결했다. 회사도 어차피 퇴사하면 노동청 갈 것 아니냐고 내놓고 말했다.

상습적인 노동법 위반은 왜 가중처벌이 되지 않는가? 회사에게 코로나19는 위기이자 기회였다. 잠시 멈춘 후 한 쪽은 달려나가고 한 쪽은 완전히 멈춰서 버렸다. 노동자의 희생으로 성장하는 경제는 누구에게 의미있는가? 우리는 무엇을 위해 성장하는가?

초봄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코로나 때문은 아니었다, 지병을 앓으시다 숨을 거두셨다. 50년을 함께 산 배우자를 잃고 혼자 생활하시게 된 어머니에게 코로나는 너무나 혹독하다.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복지관에 나가 친구들도 만나고, 노래 교실에서 노래도 하고, 요가 교실에서 운동도 하고, 식당에서 점심도 먹고 지내면서 외로움을 이겨내시려고 했는데 짧은 가을 잠시 문을 열었던 복지관은 다시 문을 닫았다. 나갈 곳도 없이 온종일 혼자 지내셔야 하는 어머니는 점점 기운을 잃어가신다. 자식들에게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독립적인 생활을 꾸려가기 위해 필요한 사회적 관계와 활동이 다 닫혀버렸다. 복지관이나 공공시설의 폐쇄가 답일까? 복지관이나 공공시설이 역할이 제고되기 위해서는 무엇일 필요할까?

   
▲ 코로나19 확산으로 폐쇄(2020.2.18)된 경북대병원 대구권역응급의료센터(2020.2.1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한 해 마지막 칼럼을 이렇게 마무리한다. <중대지해기업처벌법> 제정은 아직 논의 중이기만 하고, 고 김용균의 어머니와 고 이한빛의 아버지의 국회 앞 단식농성이 오늘로 열흘을 넘겼다. 휴일인 오늘도 평택 물류창고 건설 현장에서 세 명의 노동자가 추락사하고, 두 명의 노동자는 중상을 입고 치료 중이다. 노동존중 사회는 어떤 것인가? 하는 질문은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

   







[정은정 칼럼 14]
정은정 / 대구노동세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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