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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 속 개구리의 노래
[정은정 칼럼] 군필원팀, 주 120시간 노동...그들이 갇힌 것을 알기라도 한다면
2021년 07월 21일 (수) 15:02:36 평화뉴스 정은정 칼럼니스트 pnnews@pn.or.kr

코로나 9 예방접종 대상이어서 사전 예약을 해야 한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예약 시스템이 과부하에 걸려 밤을 새워 대기한다는 말들을 듣긴 했지만 미리 맞으려는 사람들 이야기인 줄 알고, 나는 며칠을 다퉈 맞아야 할 이유가 없으니 연락 오면 그때 맞으러 가겠다 생각하고 있었다. 우연히 만난 또래 지인에게 본인이 사전 예약을 하고 맞는 방식이라는 걸 들었다. 연락오며 맞으러 갈 생각이었다니 그걸 어떻게 모르고 있었냐고 가볍게 타박을 했다. 그러게 말이다.

세상일에 참견하는 게 업(業)이기도 하면서 세상 돌아가는 일을 알지 못하는 때가 자주 있다. 일선에 나와서 활동하고 있을 때 나의 일선에 빠져서 다른 일을, 다른 사람을, 다른 존재를 살펴보지 못하는 때가 많다. 내가 하는 큰일(?) 말고는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세상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믿어버리면 정말 큰일(!)이다. 큰일이라는 좁은 우물에 갇혀 우렁차게 울어대는 개구리들이 많은 것 같다. 나도 그렇고.

대통령 선거가 가까워오니 대권 주자들과 지자자들이 국민들의 이목을 끌고 지지를 얻기 위해 많은 말들이 쏟아내고 있는 와중이다. 필요하고 중요한 말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그 우물에서 나오세요." 해야할 때가 종종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중 군필자들만 편집해서 모아놓고 군필자들이 강한 안보를 할 수 있다고 자랑(?)하는 지지 포스터는 참 구렸다. 내가 지지하는 것은 군필이 아니다. 군대를 가야 하는 사람은 군대에 가는 것, 군대를 가지 않아야 하는(갈 수 없는) 사람은 군대에 가지 않는 것을 지지한다(종국에는 군대가 없어지는 것을 지지한다).

   
▲ 사진 출처. JTBC [이성대의 뉴스썰기] 군필만 원팀? 2명 빠진 민주당 포스터에 이재명 '반발'(2021.7.20) 화면 캡처

내가 반대하는 것은 미필이 아니다. 군대를 가야 할 사람이 편법과 불법을 적절히 활용해서 군대를 가지 않은 것을 반대한다. 공동의 룰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 가장 공공적 행위인 정치를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군대 갔다왔다고 강한 안보를 보장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안보가 군대 경험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닐 것이다.

더 구린 것은 이 포스터를 만든 모 정치인 지지자의 이후 태도이다. 이 포스터가 장애인과 여성 등에 대한 차별과 배제를 포함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돌아보고 개선하겠다고 응답하는 것이 아니라 포스터의 어디에도 장애인 비하의 내용이 없고, 자신이 모욕감을 느꼈으니 문제를 제기한 사람들이 사과하라는 것이었다.

차별과 배제는 의도적으로 행해지기도 하지만 의도 없이도 이루어진다. 누군가에게 “몇 학번이세요?”라고 물을 때 묻는 사람은 차별과 배제의 의도가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차별과 배제를 당하는 사람이 있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서 예를 표해 주세요.”라고 할 때도 마찬가지다. 예를 표하고 싶지만,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는 사람에게 그 말은 차별과 배제일 수 있다.

유력 대선 후보는 현 정부의 주 52시간제는 실패한 정책이라고 비판하면서 “게임 하나 개발하려면 한 주에 52시간이 아니라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라고 해놓고 비난이 일자 ‘현장의 목소리와 문제의식에 공감하여 그대로 전달한 것이며, 실제로 주 120시간 동안 일하자는 취지는 아니었다’고 변명했다. 하지만 그 변명 속에도 더 오랫동안 일할 수 있는 예외조항이 있어야 한다는 뜻은 변함이 없었다.

   
▲ 사진 출처. YTN [3분 뉴있저] 대구 아니었으면 '민란'?...보수 표심 구애하다 잇단 무리수?(2021.7.20) 화면 캡처

대한민국의 연간 노동시간은 1,967시간으로 OECD 회원국 중 멕시코 다음으로 장시간 노동을 하는 국가라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지난 5년간 산재 과로사 신청 건수는 9964건, 작년과 재작년에 과로사로 300여 명이 숨졌다. 52시간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이 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플랫폼 노동자와 특수고용직 노동자는 점점 늘어나고 있고, ‘탄력근로제’니 ‘선택근로제’니 하면서 52시간을 우회할 제도들도 충분히 마련되어 있다.

그는 이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던 것일까? 현장의 목소리를 필터 없이 그대로 전하고 정책으로 삼고자 하는 것이 진심이라면 쿠팡 물류센터에서 16개월 동안 야간에 평균 60시간 가까이 일을 하다가 과로사로 사망한 당시 27세였던 장덕준 노동자의 부모님을 만나보라고 권한다. 이제는 그를 만날 수 없으니.

스스로 세상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자기가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를 알아야 할 것이다. 큰 선거를 앞두고 경쟁과 갈등의 언어들을 앞세우고 상대방을 제압하는 것에만 몰두하지 않고 자신과 자기 진영의 한계를 살펴보는 정치인과 지지자들이 늘어났으면 한다. 누구나 자신의 우물에 갇히지만, 그것이 우물 속이라는 것을 알기라도 한다면 세상은 더 나아지리라 생각해서이다.

   







[정은정 칼럼 19]
정은정 / 대구노동세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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