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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남구, 지방소멸기금 70억 '앞산 모노레일' 건설에 사용 논란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22.09.16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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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방소멸 고위험지역' 남구·서구 134억·140억 지원
남구, 취업·고용·1인가구 지원 삭감→모노레일 사업비 전환
조재구 청장, 4년 만에 재추진..."정부도 수정안 승인"
시민단체·야당 "꼼수 변경, 환경파괴 우려...백지화" 반발  


대구 남구(구청장 조재구)가 인구 감소 위기를 극복하라고 정부가 지급한 '지방소멸대응기금' 130억여원의 절반이 넘는 70억여원을 지방 소멸이 아닌 '앞산 모노레일 건설 사업'에 사용해 논란이다.  

대구 남구청에 16일 확인한 결과,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연말 지방 인구 소멸을 막기 위해 지방소멸위기 지역에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전국 지방소멸위기 지역 89곳이 정부에 투자계획서를 제출했다.

행안부는 지자체가 낸 '2022~2023 지방소멸대응기급 투자계획서'를 심사해 올해 8월 20일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대구 남구와 서구는 각각 D, C등급을 받아 134억원, 140억원의 기금을 지원 받았다.  
 
인천 월미은하레일, 지자체가 운영하는 소형 관광 모노레일의 모습 / 사진.인천교통공사
인천 월미은하레일, 지자체가 운영하는 소형 관광 모노레일의 모습 / 사진.인천교통공사

남구청은 당초 지방소멸대응기금 투자계획서에 1순위 사업으로 ▲문화관광 활성화 ▲취업과 창업 지원 등을 위한 앞산 복합문화시설 조성 사업 ▲1인 가구 지원 플랫픔 운영 ▲평생학습 활성화 ▲학습사랑방 운영 등을 기재했다. 정부로부터 기금을 지원 받으면 이 분야에 우선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남구는 정부 기금 134억원 중 절반인 70여억원을 승인 용도 변경해 '앞산 산림 레포츠 기반 시설 조성 사업'에 투입하기로 했다. 앞산에 모노레일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앞산 모노레일 사업은 고산골에서 강당골 일대에 궤도를 깔아 2.8km 구간을 왕복하는 6~8인승 모노레일 운영 사업이다. 
 
인천 월미은하레일, 지자체가 운영하는 소형 관광 모노레일의 모습 / 사진.인천교통공사
인천 월미은하레일, 지자체가 운영하는 소형 관광 모노레일의 모습 / 사진.인천교통공사
대구 앞산 관광 모노레일 사업 구간 예상도 / 자료.대구의정참여센터
대구 앞산 관광 모노레일 사업 구간 예상도 / 자료.대구의정참여센터

앞산 모노레일 사업은 조재구 남구청장이 지난 2018년부터 추진한 '앞산 관광 명소화 사업'의 일환이다. 조 구청장은 당시 시민사회 반발로 사업을 접었다가 4년 만에 재추진한다. 전체 예산은 260억원이다. 이 가운데 지방소멸대응기금을 모노레일을 짓는데 사용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기금을 받은 뒤 남구청이 대구시에 관련 투자사업 계획서를 제출했는데, 당초 투자계획서에서 180도 바뀌었다. 복합문화시설에 75억원을 쓰겠다고 했지만 5억원만 배정해 70억원을 깎았다. 평생학습 활성화도 7억4,000원에서 3억4,000만원 삭감해 4억원만 배정했다. 1인 가구 지원플랫폼 운영은 5억원에서 0원으로 전액 삭감했다. 남구청은 삭감분을 모노레일 예산으로 임의 전환했다. 남구의회가 이미 "사업 내용 부실"을 이유로 예산을 삭감한 바 있는데 기금에 손까지 대며 모노레일을 강행하고 있다.  
 
대구 앞산 관광 모노레일 사업 구간 예상도 / 자료.대구의정참여센터
대구 앞산 관광 모노레일 사업 구간 예상도 / 자료.대구의정참여센터
 
 
남구 전체 인구는 2021년 기준 14만3,175명으로 대구지역에서 중구에 이어 두번째로 인구가 적다. 한국은행대구경북본부 대구경북지역가 올해 2월 발표한 '인구감소 지발소멸 위험분석 및 시사점 리포트'를 보면, 2020년~2021년 남구 인구는 5만3,000여명, 서구는 12만2,000여명 줄어 '지방소멸 고위험지역'으로 분류됐다. 남구의 재정자립도는 대구 8개 구·군 중 꼴찌, 전국 69개 자치단체 중 63위다. 

지역이 사라질 지도 모른다는 위기 속에서 정부가 지방 소멸에 대응하라고 예산을 지급했는데, 청년 사업, 정주 여건 개선 사업이 아닌 토목사업에 기금 절반 넘게 사용해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반면 남구와 함께 지방소멸대응 기금을 정부로부터 교부 받은 서구의 경우에는 교육, 일자리 창출, 청년 유입 사업에 기금을 쓴다. 평생학습관, 영어도서관, 진로진학센터 '문화교육복합시설' 건립, 키즈&맘 센터 권역별 추가 설립, 청년 고용 우수 기업을 위한 휴게실·체력단력실 환경 개선 사업 등이다.  
 
4년 전 기자회견 "앞산광광명소사업, 팔공산 구름다리 예산 삭감"(2018.11.26) / 사진.대구환경연
4년 전 기자회견 "앞산광광명소사업, 팔공산 구름다리 예산 삭감"(2018.11.26) / 사진.대구환경연

환경적 관점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앞산은 650여종의 동식물이 서식하는 자연생태등급 2등급 산으로 대구지역의 허파 역할을 하는 시민들의 대표적인 휴식처다. 또 국내 설치된 관광용 모노레일 55곳 중 도시 자연공원구역 안에 설치된 사례는 없다. 건설 예정 구간에는 문화재 지정구역 2구역도 포함돼 있어 공원조성계획과 문화재현상변경 허가 협의시 제동이 걸릴 수 있다. 모노레일 설치 예정 노선 구간은 식생보전등급 6등급지, 경사 20도 이상 지역, 산사태 1~2등급지로 산림훼손 우려도 나온다 

시민단체와 야당은 한 목소리로 남구청을 비판하며 모노레일 사업 "백지화"를 촉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위원장 강민구)는 16일 논평에서 "인구 소멸 지역을 되살리라고 준 기금을 무리하게 용도 변경까지 해 모노레일 사업에 사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백지화하라"고 촉구했다. 

대구참여연대, 대구의정참여센터, 대구안실련은 지난 13일 공동 성명을 통해 "난데없이 지방소멸대응기금의 절반을 꼼수로 모노레일에 사용하는 것은 남구민과 남구의회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관광객 유치효과는 불투명하고 환경파괴는 명백한 앞산 모노레일 사업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정현(더불어민주당) 남구의원도 "지방 소멸에 대응하라고 정부가 기금을 줬는데, 남구청은 기금을 받아 모노레일을 한다"며 "지방에 살지 말라는 말인지 황당하다"고 본인 페이스북에 공개 비판했다.

이에 대해 남구청 관계자는 "기금 자체를 모두 지방소멸대응에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그 목적으로만 사용해야 한다는 규정도 없어서 문제는 없다"며 "바뀐 계획서에 대해서도 정부가 초안대로 진행해야한다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으로선 사업을 철회하거나 수정할 계획이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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