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송두환)가 대구시 산하 '인권증진위원회' 폐지 결정에 대해 염려를 나타냈다.
대구시가 인권증진위를 폐지하기에 앞서 충청도는 '인권조례', 서울시는 '학생인권조례'를 없애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지자체 행정에서 인권 업무를 축소하려하자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정책과에 지난 21일 확인한 결과, 인권위는 최근 대구시를 비롯한 다른 지자체들의 인권조례 후퇴 움직임에 대해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국가인권위는 이미 폐지 결정을 내린 지자체를 포함해 다른 지자체 업무계획에 들어간 유사한 내용을 들여다보고 관련한 대응책을 고심 중이다.
인권정책과 담당자는 "지자체들이 인권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게 아니라 뒤로 후퇴하는 움직임을 보여 염려된다"며 "국가인권위 차원에서 어떤 식으로 대응할 지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올해 6월 지방선거 이후 지자체별로 인권담당 부서나 업무를 통폐합하고 축소하는 모습이 보이고 있다"면서 "전국을 통틀어 인권관련(여성, 장애, 한부모 가정, 이주민 등 사회적 약자) 분야에서 후퇴, 축소 움직임을 보이는 것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지 입장을 내기 위해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국가인권위는 2012년 전국 광역 지자체 17곳에 '인권조례'를 제정하라고 권고했다. 조례를 만들어 매년 인권기본계획을 세워 지방정부 행정에 있어 인권을 제고하라고 했다. 이후 지자체 17곳 모두 관련 조례를 만들었다. 헌법상 '행복추구'을 실행할 주체는 국가뿐 아니라 지자체도 포함된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최근 지자체들 사이에서 인권조례에 대한 업무 축소와 폐지가 잇따르는 모양새다.
▲대구시에서는 홍준표 시장 취임 후 '시정개혁' 차원에서 유명무실·업무중복을 이유로 지난 8일 인권증진위를 폐지시켰다. 대구시 190여개 위원회 중 50여개를 없앴다. 2차 정비에서 인권증진위도 사라졌다. 인권증진위는 '대구시 인권보장 증진 조례' 제7조를을 근거로 2017년 설치됐다. 전국 꼴찌로 인권증진위를 만들고 가장 처음 없앴다. 대구시 관계자는 "임의조항으로 설립돼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충청도에서는 '인권조례' 폐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충남 시민 A씨는 9월 초 충남도의회 홈페이지에 '충남인권기본조례폐지 조례안' 주민조례청구 취지를 공표했다. 현재 조례에 대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 조례 청구에 필요한 주민 숫자는 충남지역 만18세 이상 유권자 180만2,491명의 '150분의 1 이상'인 1만2,017명이다. 청구 인원을 충족하면 30일 이내에 도의회가 조례를 발의해 심사한다.
▲서울시에서는 '학생인권조례' 폐지 촉구 서명 운동이 마무리됐다. '서울시 학생인권조례폐지 범시민연대'는 서울시민 6만2,367명의 서명을 받아 해당 명부를 지난달 18일 서울시의회에 제출했다.
특히 인권증진위를 가장 늦게 만들고 가장 먼저 없앤 대구지역에서 반발이 거세다. 3기 대구시 인권증진위(위원장 이재석) 위원들과 인권·시민사회단체·정당는 지난 21일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홍 시장을 규탄했다. 이들은 "반인권, 반민주, 반헌법적인 무책임한 폐지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남은주 3기 대구시 인권증진위 부위원장은 "대구시 인권행정을 증진시키기 위해 다른 어떤 위원회보다 전문적이고 열심히 활동한 게 인권증진위"라며 "도대체 무슨 이유에서 한순간에 인권증진위를 없앤건지 이해할 수 없다. 홍 시장 스스로 대구시에 인권 없음을 자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번 사태와 관련해 지역의 40여개 시민사회단체는 '대구광역시 인권보장 및 인권증진위원회 폐지 철회 인권시민단체 대책위원회'를 발족시켜 대구시에 대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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