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10월항쟁 76년, 아버지 잠든 가창댐에서..."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평화뉴스 정준민 인턴기자
  • 입력 2022.10.01 21:3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합동 위령제
채영희 "잊혀진 학살...국가, 책임지고 배상"
정근식 진실화해위원장 등 100여명 참석
국회에 잠든 '과거사법' 8건, 유해발굴 '하세월'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머리가 희끗해진 70~80대 유족들이 아버지를 삼창했다. 76년 전 가창댐 어딘가 잠든 그리운 이의 이름을 불러본다. 국가 폭력에 희생된 대구 10월항쟁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76주기 위령제가 열렸다. 
 
10월항쟁 유족들이 위령제에서 아버지를 부르고 있다.(2022.10.1)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인턴기자
10월항쟁 유족들이 위령제에서 아버지를 부르고 있다.(2022.10.1)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인턴기자

사단법인 '10월항쟁유족회(이사장 채영희)'는 1일 대구 달성군 가창면 용계리에 있는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희생자 위령탑 앞에서 '10월항쟁 76주기·한국전쟁전후 민간인희생자 72주기 합동위령제'를 진행했다. 위령제는 오전 10시부터 2시간 가량 이어졌다. 전통제례, 추도사, 합동추모제 순서로 진행됐다.

10월항쟁유족회 채영희 이사장과 김일수 이사, 권오상 대구시 행정국장, 정근식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해 강민구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위원장, 한민정 정의당 대구시당 위원장, 이용수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 1기 진화위 조사관을 역임한 김상숙 성공회대 연구교수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만규 대구시의회 의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10월항쟁 76주기 위령제(2022.10.1.달성군 가창면 용계리 위령탑 앞)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인턴기자
10월항쟁 76주기 위령제(2022.10.1.달성군 가창면 용계리 위령탑 앞)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인턴기자

10월항쟁과 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유족은 1945년 해방 후 민간인 학살 희생자들의 한(恨)이 깃든 가창댐(가창골) 앞에서 "10월항쟁 진상규명 특별법, 과거사 정리기본법 제정"을 한목소리로 요구했다.

특히 ▲희생자 명예회복 ▲유해 발굴 ▲추모공원 조성 ▲역사 교육 ▲국가 배·보상 등을 촉구했다.  

채영희 10월항쟁유족회 이사장은 "많은 사람들이 국가와 미군정에 의해 학살된지 올해로 76년"이라며 "자식들은 70년이 넘어도 아버지 제삿날을 모르고 어디에 묻혔는지도 모른 채 살아가고 있다"고 슬픔을 토로했다. 또 "서글픈 원혼들은 진실이 밝혀지길 원하며 76년째 잠들어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대구시민들은 킬링필드나 아우슈비츠는 알아도 가까운 지역에서 일어난 가창골 학살은 잘 모르는 것 같다"면서 "대구에서 발생한 민간인 학살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채영희 이사장이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고 있다.(2022.10.1)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인턴기자
채영희 이사장이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고 있다.(2022.10.1)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인턴기자

강민구 민주당 대구시당 위원장은 "제주4.3, 여수·순천 10.19 사건은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특별법이 이미 제정됐다"며 "10월항쟁도 진상규명 특별법이 제정돼 역사적 의미를 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근식 2기 진실화해위원장은 "위령탑에 573명의 이름이 새겨졌지만 아직도 이름을 알 수 없는 희생자들이 많다"면서 "2기 진화위는 맡은 바 책무를 다해 진실규명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근식 2기 진실화해위원장이 추모사를 하고 있다.(2022.10.1)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인턴기자
정근식 2기 진실화해위원장이 추모사를 하고 있다.(2022.10.1)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인턴기자

10월항쟁 등 전쟁 전후 과거사와 관련해 국회에 잠든 법안은 10월 현재 모두 8건이나 된다. 과거사를 제대로 밝히고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21대 여야 의원들이 법안을 발의했지만 모두 상임위나 법안소위에 계류 중이다. 2기 진실화해위가 발표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개정안 계류 현항을 보면, 민주당 윤미향, 서영교, 윤영찬, 이재정, 한병도 의원,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 등이 유사한 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 내용은 '소멸시효 배제, 조사 기간 연장, 배·보상 기준 근거 마련, 성폭력 사건 진실규명' 등이다.  
 
국회에 계류 중인 '과거사정리기본법' / 자료.진실화해위
국회에 계류 중인 '과거사정리기본법' / 자료.진실화해위

'진실화해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10월항쟁은 미군정의 식량 공출과 친일 관리 고용에 반발한 대구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인 사건이다. 미군정과 경찰은 계엄령을 선포해 시위대를 무력으로 진압했고 이 과정에서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후 10월항쟁 가담자·국민보도연맹원·대구형무소 재소자들은 전쟁 전후 경산 코발트 광산, 가창골, 신동재 등에서 공권력에 의해 불법적으로 학살됐다.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