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10월항쟁이 발생한 지 올해로 78년이 흘렀다.
국가 폭력에 의해 억울하게 숨진 민간인 희생자들의 명예회복과 진상규명은 온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유족들의 응어리진 고통은 오랜 시간이 지나 고령으로 머리가 희끗해진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0월항쟁 78주기를 하루 앞두고 동대구역 광장에서 처음으로 희생자를 추모하고 아픔을 기억하기 위한 예술제가 열렸다.
10월항쟁 78주년 준비위원회, 10월항쟁 진실규명·명예회복을 위한 연대회의(준), 박정희우상화사업반대 범시민운동본부 등 5개 단체는 30일 오후 동대구역 광장에서 '2024 10월항쟁 전야예술제'를 열었다.
채영희 10월항쟁유족회 이사장을 포함해 대구와 서울, 부산, 광주, 제주 등 전국에서 예술가 70여명이 참석했다. 임성종 박정희우상화사업반대 범시민운동본부 집행위원장, 남은주 전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황순규 진보당 대구시당위원장 등 지역 시민사회단체·진보정당 인사들도 참석한 가운데, 행사는 추모시 낭송, 노래·춤 공연 등 4시간가량 진행됐다.
무대 뒤편에는 '시월, 1946년 대구'라는 현수막이 펼쳐졌다. 10월항쟁의 키워드를 #(해시태그)로 표현했다. "인민 항쟁의 피 어린 기록", "1인당 하루 양곡 3홉" 등 당시 현실과 의미를 담은 단어와 문장들이 적혔다.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은 10m 길이의 종이에 자신이 생각하는 10월항쟁을 자유롭게 붓으로 적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시민들은 "10월은 해마다 되돌아온다", "너희는 파묻고 싶겠지만 우리는 묻고, 되물을 것", "국가폭력, 인권 유린 국가는 사죄하라", "10월은 살아있다" 등을 적었다.
유족들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가 10월항쟁 78년이 지난 지금까지 진실규명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10월항쟁 위령탑이 있는 체육공원을 평화공원으로 조성하라"고 촉구했다.
채영희 10월항쟁유족회 이사장은 "이제 80대, 90대인 유족들은 지난해와 올해 많이 돌아가시고 이제는 몇 명 남지 않았다"면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진화위가 문을 열고 닫기를 반복한다"며 "희생자들을 재판 절차도 없이 마구잡이로 사형시키더니, 진실규명에는 여러 조건을 붙인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가폭력에 희생된 사람들의 진실규명에는 시한을 두지 말고 영구적으로 창구를 열어야 한다"면서 "가창 10월항쟁 위령탑이 있는 체육공원도 '평화공원'으로 다시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구시의 '박정희 기념사업'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채 이사장은 "독재 정권 시절 연좌제에 묶여 유족들은 기를 펴지 못하고 고생하면서 살았다"며 "대구시가 독재자를 기념하기 위해 이름을 바꿔 이곳에 발걸음을 옮기기도 싫어진다"고 강조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1946년 10월 1일 대구시민들은 미군정 친일관리 고용, 식량 공출 시행을 비판하며 "쌀을 달라"고 항쟁했다. 미군정과 경찰은 계엄령을 선포해 무력으로 진압했다. 대구에서 시작한 항쟁은 그해 12월까지 전국으로 퍼졌다. 이후 10월항쟁 가담자·보도연맹원·대구형무소 수감자는 한국전쟁 전후 경산코발트광산·가창골·칠곡 신동재 등지에서 집단 사살됐다. 진화위는 2009년 10월항쟁이 공권력에 의한 희생이었다는 진상규명 결과를 발표했다.
대구시는 지난 2016년 '대구광역시 10월항쟁 등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위령사업 지원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조례에 따르면 대구시장은 ▲민간인 희생자 위령사업·추모제 ▲민간인 희생자 관련 자료 발굴·수집 ▲평화·인권운동과 교육 등을 지원할 수 있다. 이어 2020년에는 달성군 가창면 용계체육공원 내에 '10월항쟁·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 위령탑'을 세웠다.
10월항쟁유족회는 오는 1일 오전 11시 10월항쟁·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 위령탑(달성군 가창로 1081-6)에서 '10월항쟁 78주기·한국전쟁전후 민간인희생자 74주기 합동위령제'를 연다. '10월항쟁 78주년 준비위원회'는 이날 오후 4시 CGV대구한일 앞에서 '10월항쟁 78주년 진실규명·정신계승 대구경북시도민대회'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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