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강제동원 전범기업들을 대신해 배상금을 대납한 1호 국내기업은 포스코다.
전범기업들이 내지 않고 있는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금을 국내기업들이 대신 내도록 한 윤석열 정부의 '제3자 변제' 해법에 대해, 포스코는 국내기업들 중 가장 처음 동참해 출연금을 냈다.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사장 심규선)에 22일 확인한 결과, 포스코는 지난 15일 40억원 기부금을 지원재단에 납입했다. 포스코 이사회는 지난 2012년 3월 재단에 100억원 출연을 의결하고 출연 약정서를 체결했다. 2016년과 2017년 두차례에 걸쳐 각 30억원, 모두 60억원 기부했다.
윤석열 정부가 제3자 변제안을 내놓자 국내기업 중 최초로 남은 40억원까지 출연해 100억 기부를 충당했다. 지원재단은 다른 국내기업들도 마저 기부하면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포스코는 지난 1965년 박정희 정권 당시 대일 청구권 자금 수혜를 입은 대표적인 국내기업이다.
지역 시민사회는 피해자가 거부한 방안에 동참한 것은 "역사정의에 어긋난다"며 반발했다.
포항시민단체연대회의와 더불어민주당 포항남울릉지역위원회, 정의당 포항시위원회, 진보당 경북도당은 지난 21일 경북 포항시 포스코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의 제3자변제안에 대해 피해자들은 거부하는데, 포스코가 배상금을 기부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규탄했다.
이들 단체는 "최근 포스코가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거부한 피해 배상금 40억원을 국내기업 중 가장 먼저 기부했다"며 "윤석열 정부가 일본에 면죄부를 준 행위에 동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윤석열 정부가 전범기업들은 배상안에서 제외하고, 한국 기업들이 대신 배상금을 내는 '제3자 변제'를 해법으로 내놓은 것은 굴욕적 외교 참사"라며 "전국에서 반대하는 여론이 커지는 상황에서 포스코가 큰 선물이라도 되듯 서둘러 기부한 것은 명백한 매국행위"라고 성토했다.
일본 기업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윤 대통령 발언도 문제 삼았다.
한일 정상회담을 앞둔 지난 15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윤 대통령과의 단독 인터뷰를 실었다. 강제동원 피해자 제3자 변제안에 대한 일본 기자 질문에 윤 대통령은 "추후 구상권 행사가 되지 않도록 한 해결책"이라며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포스코 등 국내 기업들이 일본 전범기업들을 대신해 피해자들에게 먼저 배상금을 대리변제한 이후에도, 한국 정부 차원에서 일본 기업들에게 '배상 관련' 구상권을 청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들은 "강제동원 배상금 관련 피고 전범기업들에 대한 구상권 행사를 상정하지 않겠다는 윤 대통령 발언은 나라를 팔아먹는 매국 행위"라며 "이번 한일정상 회담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해법안은 제3자 변제가 아닌 셀프배상"이라며 "역사 정의 부정행위"라고 비판했다. 때문에 "포스코는 동참 행위에 대해 피해자들과 국민들에게 사죄하고,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당시 수혜를 입었던 국내기업 16곳 가운데, 윤석열 정부의 제3자 변제안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국내기업은 포스코 이외에 한 곳도 없다.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