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원을 하면서 의정비를 받고 다른 직업을 하면서 또 보수를 받고. 이중으로 돈을 버는 '겸직' 의원들이 문제가 되면서 지난해 1월 지방의원들의 겸직을 금지하는 개정 법안이 제정됐다.
1년 유예 기간을 거쳐 올해 본격적으로 법안이 시행됐다. 하지만 강제성은 없다. 가능하면 겸직을 하지 말고, 겸직을 한다해도 보고를 하라는 게 개정안의 한계다. 그 탓에 배지를 달고도 여전히 영리 행위를 하거나 다른 직업을 가진 대구 지방의원들이 전체 2명 중 1명 꼴로 매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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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시의회 홈페이지 '정보공개'...겸직 의원 신고 현황 / 사진.대구시의회 홈페이지 캡쳐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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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나 되는 대구 지방의원들이 상당한 보수를 받으며 버젓이 겸직을 유지했다. 1억원 이상 고연봉자는 물론 부동산 임대업 등을 하며 상임위원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의원들도 있었다. '이해충돌' 우려가 있지만 이들에 대한 의회 차원의 내부 심사는 한번도 진행되지 않았다.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대구경실련)은 6일 대구지역 지방의원 겸직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대상은 대구시의원 32명과 8개 구.군의회 121명 등 광역·기초의원 등 153명이다. 조사 결과 대구시의원 32명 중 17명, 기초의원 121명 중 81명이 겸직을 신고했다. 겸직율은 대구시의원 53.1%, 기초의원 66.9%다. 기초의원의 겸직율이 조금 더 높지만 2명 중 1명 꼴로 비율은 비슷했다.
겸직을 통해 보수를 받는다고 신고한 대구시의원은 겸직을 신고한 17명 중 11명이다. 공개한 보수액은 연평균 6,693만원이다. 연봉 7,000만원에 이르는 겸직 수입을 평균적으로 벌고 있는 셈이다. 이 가운데 임대업 겸직 신고자는 4명이다. 임대업을 통한 보수 신고액은 연간 8,034만원이다.
기초의원 중 겸직을 신고한 이는 81명이다. 이 가운데 보수를 받는다고 신고한 의원은 54명이다. 신고 보수액 전체 금액은 27억 3,342만원, 평균 보수액은 연 5,061만원이다. 임대업을 겸직하고 있는 구.군의원은 모두 6명이다. 임대업 보수 신고액은 연간 1억8,674만원으로 나타났다.
지방의원 겸직 신고는 지난해 '지방자치법'이 개정되면서 의무화됐다. 지방의원들은 당선되고 임기가 시작된 이후 한달 안에 의장에게 서면으로 겸직 여부와 겸직 수입 등을 신고해야 한다. 의회는 해당 내용을 1년에 한번씩 의무적으로 해당 의회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공개해야한다.
지난 5일 기준, 대구시의회와 7개 구.군의회(중구의회, 서구의회, 남구의회, 북구의회, 수성구의회, 달서구의회, 달성군의회)는 각 의회 홈페이지에 겸직 신고 내용을 공개했다. 하지만 동구의회는 유일하게 비공개했다. 대구경실련은 "지방자치법 위반"이라며 "공개"를 촉구했다.
자세히 보면, 부동산 임대업을 신고한 대구시의원은 ▲박우근(남구1) ▲김지만(북구2) ▲허시영(달서구3) ▲황순자(달서구3) 의원 등 4명으로 모두 국민의힘이다. 상임위 현황을 보면, 박우근 의원은 기획행정위, 김지만 의원·허시영 의원은 모두 건설교통위, 황순자 의원은 문화복지위 소속이다.
겸직 수입 상위 5인은 ▲허시영 의원이 연간 3억1,080만원(사업체 3억원원, 임대업 1,080만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허 의원은 대남농산과 임대업 대표를 맡고 있다. ▲문화복지위 소속 김재용 의원(9,600만원.(주)한국알파시스템 대표) ▲김지만(8,500여만원.(주)한국주류와 임대업 대표) ▲경제환경위 소속 윤권근(6천만원.(주)수성자동차운전전문학원 대표) ▲기획행정위 소속 이성오(5천만원.현대자동차고산대리점 부장) 의원 순이다. 모두 국민의힘 소속이다.
기초의원들 중 보수 신고액이 가장 높은 곳은 달성군의회로 전체 의원 12명 중 7명이 겸직을 신고했다. 전체 신고 보수액은 6억5,912만원, 1인당 평균 보수액은 9,416만원이다. ▲겸직 신고 건수가 가장 많은 의원은 박종길 달서구의원(더불어민주당)으로 모두 8건을 신고했다. 다만 보수를 받지 않는 겸직이라고 신고했다. ▲보수를 받는 겸직 신고가 가장 많은 의원은 장호섭(국민의힘) 달서구의원이다. 부동산 임대업 대표와 동네식표 대표, 월배농업협동조합 대의원 등 3건의 유보수 겸직을 했다.
'억대' 겸직 수입 신고 의원은 6명 다 국민의힘이다. ▲곽동한(국민의힘) 달성군의원이 보영 RTC 대표로 3억3천만 수입에 부동산 임대업으로 4,234만원을 추가 신고했다. ▲신동윤 달성군의원도 한반대개발 대표로 1억5천만원 ▲김장관 달서구의원은 김춘련호두명가 서부점 대표로 1억5천만원 ▲김오성 중구의원은 영진축산 대표로 1억4천만원 ▲이충도 남구의원은 돈가네 쪽갈비 대표로 1억2천만원 ▲김동현 중구의원은 현대정보통신전기고시학원 원장으로 1억원을 신고했다.
의정비 100%(평균 3,817만2천원)에 평균 5천~6천만원 겸직 수입까지. 억대에 가까운 돈을 버는 셈이다. 여기에 이해충돌도 심각한 문제다. 의정활동 중 권력적 개입이 가능한 상임위의 경우 각종 인허가 과정에 관여하거나 개인이 가진 부동산 등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활동을 할 우려가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지방자치법상 윤리심사자문위원회를 열어 겸직과 영리 행위에 대해 의장에게 자문을 구해야 한다. 하지만 대구 지방의회 가운데 윤리심사자문위를 연 곳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해충돌 우려가 있어 심사자문위나 의장이 사임을 권고한 의원도 0명이다.
대구경실련은 "겸직 현황이나 보수액 신고가 자진 신고로 돼있어 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며 공직자 재산신고 수준으로 세부 내역을 포함하고 결과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강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해충돌 방지나 불로소득 차단을 위해 임대업 등 겸직자의 경우 외부수입을 제한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면서 "처벌규정을 신설해 제도를 실효성 있게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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