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도 안받아줍니다. 가난한 엄마들이 빚내서 신청했는데 떨어뜨리면 우리 아이들 어떻게 합니까. 우리는 안되고 개인사업자는 됩니까. 제발 살려주세요. 달서구 책임지세요"
중증 중복장애인 어머니들의 모임인 '담장을 허무는 엄마들'의 전정순(64) 대표는 27일 달서구청(구청장 이태훈)을 찾아 이 같이 항의했다. 뇌성마비 장애인 딸 나리씨의 엄마인 전 대표를 포함해 전동휠체어를 탄 현웅이, 윤재, 정현이 등 중증장애인 당사자들과 그 엄마들이 함께 달서구청을 찾았다. 울고 애원하고 구호를 외치고. 중증장애인 자녀를 둔 엄마들의 애절한 눈물의 호소는 이어졌다.
뇌병변1급, 중증 지적장애를 가진 중증중복 장애인 이아영(가명.24)씨도 이날 구청을 찾았다. 아영씨는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거동을 하며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 생활을 할 수 있다. 이런 아영씨의 손과 발 역할이 되어주는 사람은 아영씨의 엄마 조모(50.대구 중구)씨다.
지난 2년 동안은 대구대학교가 만든 '라온센터'에서 공부도 하고 재활 프로그램에도 참여했다. 하지만 교육 기간은 단 2년. 올해 초 라온센터를 졸업하면서 갈 곳이 없어 집에 머물고 있다. 시설도 중증중복 장애인을 잘 받아주지 않는 탓이다. 때문에 많은 중증장애인들이 엄마 돌봄에 의존한다.
'갈 곳 없는 아이들 나라가 책임져라', '우선 선정대상 배제하고 개인사업자 웬말이냐', '자식 위해 빚내서 준비한 주활공간 어찌할꼬', '달서구는 엄마들 눈물 외면말라', '우리도 사람들과 어울려 살고 싶다', '몸도 정신도 중복으로 힘든데 경쟁 웬말이냐', '구청장님 저희는 집에만 갇혀 있어야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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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동휠체어를 타고 달서구청을 찾은 중증중복 장애인들(2023.4.2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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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 앞에서 이 같은 피켓을 들고 항의했다. 엄마들은 이날 달서경찰서에 집회신고도 냈다. 요구 사항을 들어주지 않을 경우 대구시청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도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장애인 자녀를 둔 엄마들이 이날 달서구청을 항의 방문한 이유는 달서구의 장애인 지원사업 탓이다.
달서구는 매년 발달장애인 교육활동 등을 지원하는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지원서비스(주활) 제공기관 이용자 선정 공모 사업'을 시행한다. 주활 서비스는 2019년 보건복지부가 도입한 사업으로 만 18세~64세 발달장애인에게 운동, 영화 관람, 음악, 미술 활동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해당 지역 내 서비스 기관을 공모해 선정한다. 전국 지자체 260여곳이 주활 서비스 기관을 지원한다. 예산은 국가와 지자체가 7대 3 비율로 분담한다. 제공기관은 지자체가 학계, 공무원, 전문가 그룹 등으로 이뤄진 심사위원회를 꾸려 선정한다. 지원 방식은 장애인 1인당 바우처를 지급하는 식이다. 제공기관 지정 대상은 공공, 비영리 기관과 사회적 기업, 사회적협동조합을 우선으로 해서 선정한다. 지자체 여건에 따라 영리기관(개인사업자)도 후순위로 선정한다.
달서구는 2023년 공모 사업을 진행해 지난 20일 결과를 발표했다. 5곳이 신청해 3곳이 선정됐다. A재활스포츠센터, B아동발달센터 등 개인사업자 기관 2곳은 신규 지정됐다. C발달장애인주간활동지원센터는 재지정됐다. 문제는 탈락한 2곳 중 중증장애인 자녀를 둔 엄마들이 직접 만든 '사회적협동조합함께맘'이 포함된 것이다. 심사표를 보면 기관 시설 안전과 편의성, 사업수행 실적, 서비스 제공 인력 전문성, 주간활동 프로그램, 협력기관 등에서 다른 3개 기관보다 낮은 점수를 받아 떨어졌다.
엄마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담장을 허무는 엄마들' 활동을 하며 복지시설이 '중증장애인을 돌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받아주지 않자 직접 센터를 만들기로 했다. 엄마 12명이 500만원씩 7,000만원의 빚을 내 공간을 임대하고 직원도 채용했다. 열심히 준비해 도전했지만 떨어졌다. 전세 2,000만원, 리모델링 3,500만원을 사용했지만 모두 소용없게 됐다. 엄마들은 막막하게 됐다. 아이들을 맡아줄 곳도 없는데 사업에도 떨어지면서 앞길이 막막해졌다.
면담 과정에서 달서구 공무원들은 연신 엄마들에게 사과했다. 박종길 달서구의회 복지문화위원장은 이들을 질책했다. 하지만 선정 과정에 문제가 없어 결과를 바꾸기 어렵다는 게 달서구청 측 입장이다.
류근현 달서구 어르신 장애인과 과장은 "지난해부터 얼마나 공모에 신경을 많이 쓰셨는지 안다"며 "우리들도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장애인과 취약계층에 대한 안쓰러운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선정 결과를 보고 저희들도 안타까워서 많은 고민을 했다"면서 "현재로선 공정한 심사 기준에 따라 결과가 나온만큼 바꾸기는 어렵다. 대신 법적으로 대안을 모색할 수 있게 시간을 달라"고 답했다.
이성훈 달서구 장애인 복지팀 팀장은 "심사위원들은 객관적으로 심사했다"며 "내 자식만 보호한다고 생각하면 심사위원 누구라도 인정하기 어렵다. 점수 미달로 결과가 이렇게 돼 송구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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