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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발달장애인 일가족'의 비극...대구에서 추모 "사회적 참사, 대책 마련"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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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일 청주 발달장애인 일가족 3명 숨진 채 발견
경찰 "국과수 부검 의뢰, 범죄 혐의점은 없어"
대구 장애인 부모단체 "사회적 참사, 지원체계 마련"
시·시의회에 '면담 요구안' 전달, 한 달간 1인 시위
지원주택 도입·사례관리·전수조사 실시 등 요구
시 "면담 요청서·요구안 검토...당장 답변 어려워"

충북 청주에서 발달장애인 일가족 3명이 세상을 떠났다.

청주 청원경찰서(서장 김성식)에 21일 확인한 결과, 지난 7일 오후 5시 13분경 청주시 청원구 한 주택에서 발달장애인 일가족 60대 여성 A씨와 40대 아들, 딸이 숨진 채 발견됐다. 

전은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구지부장이 충북 청주 발달장애인 일가족 추모 분향소에 헌화하고 있다.(2024.5.21)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전은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구지부장이 충북 청주 발달장애인 일가족 추모 분향소에 헌화하고 있다.(2024.5.21)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경찰은 시신 부검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했고, 그 결과 "사인 미상"이라는 1차 구두 소견을 전달받았다. 추가적인 분석 결과는 사건 발생일로부터 한 달여 뒤에 나올 예정이다.

청원경찰서 형사과 관계자는 "현재로서 범죄에 관련돼 있다고 볼 만한 근거는 없다"며 "구체적 부검 결과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타까운 소식이 알려지면서 대구지역 장애인 부모단체도 일가족을 추모하며, 대구시와 대구시의회에 반복되는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죽음을 방지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발달장애인 가정의 사회적 참사 추모 기자회견'(2024.5.21.대구시청 동인청사)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발달장애인 가정의 사회적 참사 추모 기자회견'(2024.5.21.대구시청 동인청사)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구지부, 함께하는장애인부모회는 21일 오전 대구시청 동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주 발달장애인 일가족의 사망은 단순한 개별 가정의 비극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 시스템의 부재로 발생한 사회적 참사"라며 "대구시와 시의회는 대책 마련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지난 5월 17일 대구시 주택과에 장애인 지원주택 관련 면담을 요청했지만, 시는 면담 대신 이에 대한 입장을 공문으로 보냈다. 때문에 내일(22일)부터 오는 6월 25일까지 대구시청 동인청사와 시의회 앞에서 출·퇴근시간과 점심시간을 활용해 1시간 동안 1인 시위를 할 예정이다. 

"실질적인 발달장애인 지원기본계획 마련하라", "발달장애인 전수조사 실시하라" 피켓팅(2024.5.21)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실질적인 발달장애인 지원기본계획 마련하라", "발달장애인 전수조사 실시하라" 피켓팅(2024.5.21)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장애인 부모단체는 "끝내 주검으로 발견된 세 사람의 삶이 어땠을지 말로 다할 수 없는 고통을 느낀다"며 "때로는 이웃들을 향해 밝게 웃으며 인사하기도 했다던 고인이 얼마나 삶을 희망적으로 살기 위해 애썼겠는가. 통장에 남은 돈으로 장례를 치러달라는 유서를 남긴 이들의 죽음은 그저 기록의 일부로 사라져야 할 죽음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사안은 단지 한 지역에 국한한 개별적 비극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 시스템의 구조적 무능력이 가장 취약한 시민들을 삶을 어떻게 파괴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쥐꼬리만한 수당이 전부가 아니라 끊어지는 사회적인 관계들을 연결 짓고, 노환과 질환이 있는 장애인에 대한 세심한 지원과 돌봄 등 강력한 사회적 지원과 개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때문에 대구시와 시의회에 ▲참사 방지를 위한 실질적인 발달장애인 지원기본계획 마련 ▲발달장애인과 가족을 위한 지원주택·주거유지서비스 도입과 조례 제정 ▲대구시 9개 구.군에 발달장애인 전문 지원 가족지원센터 설치 ▲장애인가족지원센터를 통한 집중 사례관리사업 실시 ▲사회적 고립 발달장애인 전수조사 실시를 요구했다.

정부와 국회에도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죽음방지정책 마련 ▲발달장애인법 전부 개정 ▲장애인 특수교육법 전부 개정 ▲발달장애인 포괄적 지원, 서비스 네트워크 구축 등을 촉구했다.

(왼쪽부터)전은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구지부장, 박명애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2024.5.21)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왼쪽부터)전은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구지부장, 박명애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2024.5.21)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전은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구지부장은 "지금 이 시간에도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이 있을 텐데, 대구시와 의회는 언제까지 모른 척만 하고 있을 거냐"면서 "부모가 없어도 지역사회에서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지원 체계는 도대체 누가 만드는 거냐"고 규탄했다. 또 "벼랑 끝에 서 있는 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면담을 요청하면 시도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명애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는 "장애를 가진 자녀를 가지면 그때부터 부모 중 한 사람은 경제를 책임져야 하고, 다른 한 사람은 생애를 다 바쳐야 한다"며 "장애인 가정의 부모들은 그들만의 삶을 살 수 있고, 장애인 당사자들은 당사자들만의 삶을 살 수 있는 그런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은애 지부장이 대구시와 시의회에 면담 요청서를 제출하고 있다.(2024.5.21)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전은애 지부장이 대구시와 시의회에 면담 요청서를 제출하고 있다.(2024.5.21)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기자회견 뒤 대구시와 시의회 관계자에게 면담 요청서를 전달했다. 그 뒤에는 사망한 청주 발달장애인 일가족을 위한 간이 분향소를 차렸다. 이들은 영정사진 앞에 헌화하고 묵념하며 일가족을 추모했다.

대구시는 장애인 부모단체의 면담 요청서에 대해서는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들이 요구하는 지원주택과 관련해서는 대구시 예산으로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태호 대구시 주거복지팀장은 "장애인단체와의 면담을 거부한 것이 아니라, 공문으로 답변을 대신했다"면서 "현재 시는 장애인 등 주거취약계층에 대해 우선순위에 따라 공공임대주택 등을 제공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어 "지원주택은 공공임대주택 안에 장애인들이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는 여러 서비스를 포함해야 하기 때문에 인력과 예산이 많이 필요하다"며 "대구시 자체 예산만으로 시행하기는 여러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대구시 장애인복지과 관계자는 "면담 요청서와 요구안을 오늘 받았기 때문에 검토해봐야 한다"면서 "당장 답변하기는 곤란하다"고 밝혔다. 

한편, 발달장애인 일가족 추모 기자회견은 대구를 포함해 경기, 부산, 광주, 충북, 경남, 경북 등에서도 동시에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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