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대구의료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조례 제정 이후 처음 열렸다.
기대와 달리 "수박 겉핥기식"이라는 박한 평가가 내려졌다. 지역 공공의료원의 수장으로서 후보자의 자질을 검증하고, 코로나19 이후 미래 비전 제시를 예상했으나 청문회가 전반적으로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대구시의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위원장 김재우)는 18일 오전 대구시의회에서 김시오(63.경북대학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대구의료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진행했다.
대구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 위원 7명과 의장 추천위원 3명 등 모두 10명으로 구성된 인사청문위원들은 ▲의료인력 충원 ▲대구의료원 경영적자 개선 방안 ▲외래진료센터 건립 재원 조달 문제 ▲고가 의료장비 방치 등 대구의료원의 현실과 관련한 여러 질문을 했다. 하지만 김 후보자는 각각의 질문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특히 '필수의료인력 충원'과 관련해 국민의힘 김원규(달성2) 대구시의원은 "감염내과나 순환기내과 등에는 4년 동안 의사가 없는 상태"라며 "지난해 12월 대구의료원이 2024년까지 전문의를 36명에서 68명으로 확대하겠다고 했는데 대책이 있냐"고 김 후보자에게 물었다.
같은 당 이재숙(동구4) 의원도 "지방 의료원 의사 수 부족으로 필수의료분야 인프라 붕괴가 우려된다"며 "인력 충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후보자에게 주문했다.
김 후보자는 "필수적으로 존재해야 하는 진료과인데도 의료인력 정원을 충족하지 못하는 과들이 있다"면서 "공백을 메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의사를 충원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구체적인 충원 대안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대구의료원이 올해 4월 예산 30억원을 들여 도입한 '디지털 혈관조영촬영장비'를 방치하고 있는 것에 대해 "예산 낭비"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 역시 "심각하게 생각한다"며 "신경외과와 적극적으로 업무 협의를 해서 가시적인 결과가 나오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통합외래진료센터' 건립에 900억원 자금이 필요하지만 현재 200억원만 확보된 상황에서 재원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홍준표 대구시장의 건립 의지가 굉장히 강한 상황"이라며 "홍 시장을 적극적으로 더 움직이게 하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말했다.
지역 시민단체는 인사청문회 이후 대체로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구의료원과 관련된 수많은 문제에 대해 청문위원들이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고, 후보자의 답변도 부족했다는 것이다.
우리복지시민연합은 18일 논평에서 "조례 제정 후 첫 청문회에서 정부가 추진하려 하는 의대생 증원과 대구의료원 내·외부 환경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질문을 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역 공공의료기관의 수장으로 역량과 자질, 직무수행능력을 철저히 검증하기에는 한계를 드러냈다"며 "6개월간 사용했다는 30억 상당의 혈관조영촬영장비의 무용지물, 의료진 수급 문제와 중증환자 치료 역량, 응급환자 수술 협진체계, 공공병원 위상 강화 등 수많은 난제를 수박 겉핥기식으로 확인하는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또 "실질적으로 대구시 산하 지방의료원인 대구의료원장 내정자로서 구체적인 미래 비전 제시는 부족했다"고 꼬집었다.
대구시의회는 올해 8월 '대구광역시의회 인사청문 조례'를 제정했다. "대구시 출자·출연 기관 기관장 후보자에 대해 시장은 인사청문을 요청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번 대구의료원장 인사청문회는 조례 제정 후 첫 청문회다. 대구시는 지난 6일 김 후보자를 내정하고 인사청문 요청서를 보냈다.
인사청문위는 오는 20일 김 후보자에 대한 심사 경과보고서를 채택해 대구시에 전달한다. 홍시장이 최종 임명하면 오는 11월 10일 취임한다. 김 후보자는 2003년 경북대학교병원 수술실장, 2017년 제4대 칠곡경북대병원장을 역임했다. 현재 경북대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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