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승전 요금인상' 대구 대중교통 공청회...현장서 "답정너"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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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업계 "적자...인상 불가피" 한목소리
버스·지하철 내달 최대 350원↑ 어린이 동결
승객↓유류비↑ 원가회수율 42% 지원 2천억
쓴소리..."서비스 질 개선책·교통 청사진 미흡"
대중교통 이용 시민에 캐시백 탄소중립 혜택


'기승전 요금인상' 공청회였다. 

버스와 지하철시 요금 조정 관련 여러 의견을 듣기 위한 자리였지만 사실상 요금 인상을 확정해놓은 자리였다. 현장에서는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답만 하면돼)'라는 비판도 나왔다.  

대구시(시장 홍준표)는 16일 대구문화예술회관 달구벌홀에서 '대중교통(시내버스·도시철도) 요금조정 시민공청회'를 열었다. 대중교통 요금 인상 관련 첫 공개 토론이다. 공무원, 시민단체, 정당 인사 등 시민 200여명이 공청회에 참석했으며 우용환 경일대학교 교수의 사회로 토론은 2시간 넘게 이어졌다. 
 

대구시 대중교통 요금조정 시민공청회(2023.11.16.대구문화예술회관)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시 대중교통 요금조정 시민공청회(2023.11.16.대구문화예술회관)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패널로 지자체, 업계, 전문가, 시민단체, 언론 인사들이 참석했다. 대구시에서는 김대영 대구시 교통국장이, 업계에서는 박순환 대구교통공사 운영본부장과 김경도 대구광역시버스운송사업조합 대표가, 전문가로는 이상인 대구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시민단체에서는 임경희 대구소비자연맹 회장과 정현수 대구녹색소비자연대 공동대표, 언론은 장성현 대구 매일신문 사회부 차장이 참석했다. 

◆대구시 인사들과 공사, 업계 인사들은 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는데 한목소리를 냈다. 

시내버스(도시철도 동일 적용) 적정요금산정 용역 결과, 현재 교통카드 일반 성인 1,250원 요금 기준에서 최소 250원에서 최대 350원으로 20~28% 인상해야 한다는 조정안이 나왔다고 대구시는 밝혔다. 이에 따라 대구시는 오는 12월말쯤 버스와 지하철 대중교통 요금을 인상할 방침이다. 반면 어린이와 청소년 요금은 올해와 같은 수준으로 동결할 가닥이다. 

요금 인상 이유는  ▲대구지역 인구 감소로 인한 대중교통 이용객 17.9% 감소(2017년 일평균 이용객수 65만3,000여명에서 2023년 53만6,000여명) ▲인건비와 유류비 등 원가상승 ▲운송원가보다 낮은 요금수준으로 적자 구조 지속(원가회수율 42.9%) ▲준공영제에 따른 대구시 재정부담 가중. 재정지원금 2017년 975억원에서 2023년 2,393억원으로 145.4% 증가 등 크게 4가지를 들었다. 
 

(왼쪽부터)박순환 대구교통공사 운영본부장, 김경도 대구광역시버스운송사업조합 대표, 정현수 대구녹색소비자연대 공동대표, 장성현 매일신문 사회부 차장, 우용한 경일대 교수, 임경희 대구소비자연맹 회장, 이상인 대구정책연구원 연구위원, 김대영 대구시 교통국장(2023.11.1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왼쪽부터)박순환 대구교통공사 운영본부장, 김경도 대구광역시버스운송사업조합 대표, 정현수 대구녹색소비자연대 공동대표, 장성현 매일신문 사회부 차장, 우용한 경일대 교수, 임경희 대구소비자연맹 회장, 이상인 대구정책연구원 연구위원, 김대영 대구시 교통국장(2023.11.1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김대영 대구시 교통국장은 "2016년 이후 7년간 요금을 동결했다"며 "코로나19가 없었다면 5년 마다 조정했을텐데, 물가상승률과 연동돼 있어 요금 인상 불가피성은 모두 공감할 것"이라고 했다. 또 "서울, 부산 등 타 시도는 이미 요금을 올렸다"면서 "시민들의 공감을 얻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박순환 대구교통공사 운영본부장은 "국회와 국토부에 예산 지원을 요구했지만 반영이 안돼 지자체 예산만으로는 한계에 도달했다"며 "공사도 지하철 시설 노후화 유지보수비 등이 많이 투입돼 너무 힘들다. 요금을 인상하고 서비스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통계청에 따르면, 대구지역의 자가용 비율은 인구 100명당 43%로 서울, 부산 20%대와 비교하면 2배에 가깝다"면서 "승용차를 운행하기 좋은 도시가 아니라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좋은 도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도 대구버스조합 이사장은 "요금 인상은 늦었다. 그나마 올해라도 해 다행"이라며 "1안~3안(250원~350원) 중 선택해 최대한 인상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버스준공영제 도입 후 시민 만족도는 이전 60%에서 85%로 올라 상당히 우수한 편이다. 버스 기사들도 대체로 친절하다"고 해명했다.
 

대구지하철 2호선 반월당역에서 교통카드를 찍는 시민들(2023.11.1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지하철 2호선 반월당역에서 교통카드를 찍는 시민들(2023.11.1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다른 패널들도 요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대체로 동의했다. 하지만 원인은 개선하지 않고 적자를 이유로 무조건 요금을 올려 서민들에게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지적도 했다. 게다가 기후위기 시대에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대중교통 이용 시민들에 대한 혜택은 사실상 전무하고, 자가용 중심 교통체계를 펼치는 대구시의 대중교통 정책 미흡에 대한 쓴소리도 했다. 개선책이나 청사진도 없이 때만되면 요금을 인상한다는 비판이다. 때문에 요금을 올려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에게 캐시백, 마일리지 등 혜택을 주거나 대중교통의 전반적인 서비스 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임경희 대구경북소비자연맹 회장은 "재정지원금 증가는 2006년 버스준공영제를 시행하면서 20년 가까이 제기된 문제"라며 "인구감소도 오랜 문젠데 아무 준비도 않다가 이제와 요금을 인상하겠다고 하니 적자누적과 인상요인에 대한 대안도, 대책도 없이 밑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버스회사들의 경영합리화 개선책은 뭔지, 방만은 없었는지 준공영제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상 폭에 대해서도 "최소 인상률이 20%대에서 시작한다"며 "고물가로 전국민이 힘든데 공공요금의 심리적 저항을 고려해 분산해 인상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제안했다. 

정현수 대구녹색소비자연대 대표는 "대중교통 승객이 줄어드는 것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자괴감을 주는 대구시 정책 탓"이라며 "대구 온실가스 직접 발생량 중 45%가 수송부분이고 이 중 절반이 자가용인데, 정작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대중교통 이용 시민에 대한 혜택은 전무하다"고 꼬집었다.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에게 캐시백, 포인트, 마일리지 혜택을 줘야 한다"면서 "자동차 중심 도시가 아닌 대중교통 중심 도시로 거듭날 수 있게 교통정책을 개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공청회에서 패널들이 요금 인상과 관련해 각자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2023.11.1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공청회에서 패널들이 요금 인상과 관련해 각자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2023.11.1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장성현 매일신문 사회부 차장도 "대구로페이와 연결해 대중교통 정기 이용자에 대해 할인 혜택을 주거나 쿠폰 등을 발급하는 것도 대중교통 이용객을 늘리는 방안"이라며 "청소년과 청년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이미 현실이다. 인구구조 도시구조가 변화하는 것에 대한 대중교통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객석에서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의견을 듣겠다면서 사실상 인상을 확정한 토론이라는 것이다. 평일 오전 시간, 교통이 다소 불편한 장소도 비판 받았다. 시민 참석이 불편한 공청회라는 지적이다. 
 

한민정 정의당 대구시당 위원장, 황정화 녹색당 대구시당 운영위원장(2023.11.1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한민정 정의당 대구시당 위원장, 황정화 녹색당 대구시당 운영위원장(2023.11.1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한민정 정의당 대구시당 위원장은 "요금 인상 이야기만 답정너처럼 반복한다"며 "정작 시민들이 참석하기 힘든 시간대와 장소에서 공청회를 열어 시민들이 얼마나 공감할 지 모르겠다. 매우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대구시가 대중교통 이용자를 늘리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개선했는지 그런 부분은 전혀 피부로 느껴지지 않고 공감도 잘 되지 않는다"면서 "기후위기 시대에 오히려 대중교통을 무상교통으로 추진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은 전혀 고려치 않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황정화 녹색당 대구시당 운영위원장도 "버스준공영제로 개인 회사들는 대구시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데, 운영합리화 평가는 얼마나 잘 했는지 알 수 없다"며 "세금으로 공적자금을 투입한만큼 시민들이 혜택을 입어야 하는데, 적자를 봤다고 왜 또 시민들이 피해를 봐야 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대구시의 대기질을 악화시키지 않고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시민들이 왜 요금 인상으로 부담을 떠안야야 하나"면서 "구조적 문제는 해결하지 않고 요금만 인상하니 도저히 납득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요금 인상 결사 반대" 대구 대중교통 요금조정 공청회장 앞 피켓팅(2023.11.1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요금 인상 결사 반대" 대구 대중교통 요금조정 공청회장 앞 피켓팅(2023.11.1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민주노총대구지역본부와 전교조대구지부, 정의당·녹색당 대구시당은 이날 공청회장 앞에서 "민생경제 내팽개치는 요금인상 결사반대", "서민 부담가중 대중교통요금 인상 반대" 피켓팅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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