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논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윤상 칼럼] 나이 구분 말고 모든 국민에게 충분한 복지를!


노인 무임승차와 지하철 적자

우리나라에는 전통적인 경로사상에다 노인 빈곤층이 많은 상황도 같이 작용해서 65세 이상 노인에 대한 우대 제도가 많다. 기초연금, 교통비 할인, 통신비 할인, 입장료 할인, 세금 우대 등이 그 예이다. 요즘 노인의 지하철 무임승차 문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전국 최초로 도시철도(이하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올렸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지하철 무임승차 비용을 중앙정부에서 책임지든지 요금을 올리든지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인의 지하철 무임승차는 1984년에 전두환 당시 대통령의 지시로 시작된 정책인데, 지하철 적자가 누적되면서 논란이 생겼다. 전국 6개 도시 지하철이 모두 적자이며, 최근 5년간 무임승차로 발생한 손실액은 2조7,696억 원, 연간 약 6천억 원이다. 서울 1조6840억 원, 부산 6106억 원, 대구 2594억 원, 인천 1203억 원, 대전 546억 원, 광주 407억 원이다(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 제공 자료). 앞으로 노인 인구가 늘어나면서 손실액이 더 커질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무임승차는 중앙정부가 생색을 냈는데 왜 지자체가 비용을 감당해야 하느냐?’고 하면서 중앙정부가 적자를 보전하라고 요구해왔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중앙정부가 국민의 세금으로 적자를 메꾸어주면 다른 항변이 예상된다. 하나는 도농 갈등이다. 지하철이 없는 지역의 주민은 ‘대도시 노인 차비를 왜 우리 모두의 세금으로 내나?’라고 할 것이다. 역시 일리 있다. 또 하나는 연금 개혁 문제에서도 거론되고 있는 세대 갈등이다. 젊은 세대는 ‘노인 세대에게 돌아가는 혜택을 왜 젊은 세대에게 부담시키려고 하느냐?’라고 할 것이다. 이 역시, 고령화 사회로 빠르게 이행하는 상황이어서 설득력이 있다.
 
대구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 우대권지급기 앞 어르신과 시민들(2023.2.3)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 우대권지급기 앞 어르신과 시민들(2023.2.3)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무임승차 제도를 없애면 그로 인한 적자 논란은 해소된다. 그러나 여기에 대해서는 또 다른 반론이 나온다. 2021년 기준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전체 노인 중 소득수준이 중위소득의 50% 이하인 사람의 비율)은 37.6%로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인 13.5%의 약 3배에 달하고 부끄럽게도 OECD 국가 중 1위라는 통계를 제시하면서, 노인복지를 줄이면 안 된다고 한다. 우리나라 노년층의 안타까운 현실을 잘 보여주기는 하지만, 소득 불문하고 모든 노인에게 무임승차 혜택을 주는 제도의 근거로는 부족하다.

노인 무임승차 대신 저소득층 복지 강화를

필자는 ‘지공거사’다. 다들 아시겠지만 ‘지공’은 지하철 공짜의 줄임말이다. 그러나 ‘먹고살 만큼의 연금 소득이 있는 나 같은 사람에게까지 무임승차 혜택을 주는 건 이상하다.’라고 느낀다. 기차 승차권, 입장권 등을 할인받을 때도 같은 느낌이다. 만일 모든 노인이 기본 생활에 필요한 충분한 소득이 있다면 노인 무임승차는 폐지하는 게 당연하다. 적자 문제도 해소되고 국가-지자체간・지역간・세대간 갈등도 없어진다.

그래서 필자는 모든 저소득층에게 일정한 소득을 보장하면서 노인 무임승차 제도는 없애는 것이 좋다고 본다. 보장된 소득을 교통비로 쓰든 다른 용도로 쓰든 알아서 하도록 한다.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제도로 기초생활보장 제도와 기초연금 제도가 있으니 이걸 강화하면 된다.

그렇게 하려면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지하철 적자는 어차피 공공부문에서 해결해야 하는데, 무임승차는 애초에 중앙정부가 내놓은 정책이므로 그로 인한 적자액도 중앙정부가 보전하는 것이 당연하다. 무임승차제를 폐지하면서, ‘무임승차제를 유지한다고 할 때 발생할 비용’만큼 중앙정부가 저소득층 복지 예산을 증액하면 된다.

2020년 말 기준으로 기초생활수급자의 수는 200만 명이 조금 넘고, 가구 수는 150만 가구가 조금 넘는다. 위에서, 지하철 적자가 지난 5년간 매년 6천억 원 정도라고 했다. 참고삼아 계산해보면, 6천억 원을 200만 명에게 나누면 평균 1인당 30만 원이다. 앞으로 노인 인구가 늘어나면서, ‘무임승차제를 유지한다고 할 때 발생할 비용’이 늘어날 것이고 따라서 이 금액도 올라갈 것이다. 이런 변화가 자연스럽게 수용되면 경제 사정 아닌 연령을 기준으로 차등을 두는 다른 복지 혜택도 줄여가야 한다.

최선의 복지 재원은 국민 공동자산

장기적으로는 모든 복지 재원을 국민 공동자산으로 마련하는 것이 최선이다. 정부의 일반 세입을 재원으로 삼는 현재의 복지 방식에 대해서는 ‘부지런한 개미가 게으른 베짱이를 먹여 살리는 제도’라면서 거부감을 가지는 국민이 더러 있다. 그러나 개미가 열심히 일해서 번 소득과 무관하게, 베짱이를 포함한 국민 누구나 균등한 지분을 가지는 공동자산이 있다면 이런 거부감의 근거가 사라진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우리 사회에는 아무도 생산하지 않았지만 모든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공동자산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대표적인 예는 토지, 자원, 환경과 같은 자연이다. 공동자산에 대해서는 당연히 모든 국민이 균등한 지분을 가진다. 모든 국민이 태어나면서부터 자동 가입하는 ‘생존권보험’을 이 재원으로 만들면 된다. 생존권보험은 누구나 남에게 기대지 않고 자기 돈으로 자기 삶을 보장할 수 있는 시장친화적 복지로, 약자는 떳떳하고 강자도 손해 없는 복지제도다.

생존권보험은 4대 보험 중 생계비와 관련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기초연금 포함), 고용보험제도, 공적 연금제도를 하나로 통합한 제도다. 이에 대해서는 필자가 다른 칼럼에서 다루었으므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생존권보험: 상상의 나라 '율도국'의 복지제도", 2020/6/29 <평화뉴스> 게재, http://www.pn.or.kr/news/articleView.html?idxno=18168)

 
 
 





[김윤상 칼럼 126]
김윤상 / 자유업 학자, 경북대 명예교수.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버전